일상/시골생활 이야기

때로는 모르는 것이 죄다.

nar(kai) 2024. 6. 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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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함은 미덕이다. 그러나 지식이 수반되지 않은 부지런함은 폐가 될 수 있다.

 

집 앞 초등학교에는 아이들 등하교시간에 교통정리를 하는 경비원이 있는데 일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친 건지 아니면 성실함이 지나친 건지 경적을 너무 자주 울려서 등하교 전후 한 시간 동안은 시끄러워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학교에 민원을 넣을까 하다가 굳이 좋은 일도 아닌데 부지런을 떨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그만뒀지만 아침에 시끄럽게 경적 소리가 들릴 때마다 생각 없는 부지런함은 참 민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지식과 근면도로 사람을 분류하면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 똑똑하고 게으른 사람, 무식하고 부지런한 사람, 무식하고 게으른 사람으로 나눌 수 있는데 회사에서 가장 먼저 퇴출시켜야 할 사람이 무식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란다.

무식한 사람이 부지런해서 뭣도 모르고 해야 할 일, 해선 안될 일, 연관 있는 일, 연관 없는 일 구분 못하고 이것저것 다 손대고 다니면 그로 인한 피해를 수습하는데 막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니 사고 치기 전에 얼른 내보내는 게 현명한 처사다.

 

시골의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에 반감을 표한다. '무식하더라도 부지런하잖아요?' 

성경에 '악한 동무들은 선한 행실을 더럽히나니'라는 말씀처럼 무식함은 부지런함의 장점을 왜곡시킨다.

아돌프 아이히만의 예처럼 생각 없이 시키는 일을 부지런히 한 결과가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가?

 

요즘 젊은 사람들이 '모르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하며 당당하게 무식함을 옹호하는 것을 보면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사실 모르는 게 죄는 아니다. 그러나 모르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모르면 배워서 알면 된다. 그러니 모르는 것이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배우려고 하지 않고 무식함을 유지하면서 무식함을 변명하는 태도일 것이다.

 

예전에 인터넷에서 '심심한 사과'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검색창에 심심한 사과란 글을 치고 검색만 해도 그 뜻이 나올 텐데 뜻은 찾아보지도 않고 해당 카페에 비난 글을 써 올린 부지런함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무식함은 자랑이 아니다. 무식함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배움을 소홀히 했다는 증거니 쓸데없이 다른 데에 부지런하지 말고 조용히 지식을 쌓는데 부지런해야 함이 마땅하다.

 

시골 생활을 하다 보니 무식함을 자랑처럼 내세우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몰라서 그런 건데~', '몰라서 어쩔 수 없어요'. 난 이런 말들을 경멸한다. 모르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지. 옛말에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고 했다. 

먼저 배우고 그다음에 부지런해야 할 것이다. 

왜 모르면 다 용서받는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일은 모르고 하는 것 자체가 패악이다.

 

무식함이 죄는 아니지만 무식함이 자랑이 되거나 변명이 되면 분명히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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