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사람 포비아 - 빈 수레가 요란하다
옛말에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든 것이 없는 수레가 움직일 때 더 덜컹거리면서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처럼 무식한 사람이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인 것처럼 떠들거나 없는 사람이 있는 척하며 허세를 부리는 것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하든 거짓말을 하곤 하는데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거짓말이 탄로 나더라도 끝까지 우긴다. 그러니 거짓말을 하는 사람 앞에서 진실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행동이고 시간 낭비일 뿐이라 애초에 거짓말하는 사람들을 아예 상대하지 않는 게 어찌 보면 현명한 처사다.
요즘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시대가 된 만큼 자신의 모습을 매력적인 모습으로 포장해서 드러내는 것이 어느 정도 필요한 시대가 됐기에 약간의 허세를 부리는 것은 쉽게 용인해 주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꼴불견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처럼 사회성이 결여되어서 타인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무관심하고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소극적인 사람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하여 자신을 한껏 포장하는 것이 그저 우습기만 한다.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처럼 남들의 지지로 먹고사는 사람이 아닌 이상에야 잘 꾸며진 이미지가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할까? 시간이 지나면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 있는 법이고 의외로 사람들은 남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남들에게 오해나 질투를 많이 받는 나 같은 사람도 타인의 편견이나 오해로 인해 생기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이유로 난 타인들의 견해나 충고에 별 관심이 없는데 실제로도 호의든 악의든 타인이 내놓는 조언들은 대부분이 쓸모없는 것들이라 고려할 가치가 없었다.
시골에 내려와서 살다 보니 시골 사람들이 오지랖 넓게 온갖 일에 참견하고 조언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놀랍게도 친하든 친하지 않든 잘 아는 일이든 모르는 일이든 막론하고 간섭하며 참견을 하니 실로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곳에서 예전에 다녔던 회사 중에는 매일 업무 일지를 작성해서 보고해야 하는 곳이 있었는데 업무 일지 작성을 놓고 직원들의 반발이 심했었다. 한 직원이 업무 일지 작성 때문에 퇴근이 늦어지는 것은 좀 불합리한 것 같다고 불평을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부장이 '본인이 어떻게 일을 했는지 윗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냐?'며 업무 일지의 효용성을 강조하며 나에게 동의를 구했었다(아마 내가 신입이라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자타공인 일 잘하는 사람으로서 부장의 견해에는 찬성을 해 줄 수가 없었는데 회사의 대표라는 사람들은 그 자신이 아무리 엉망인 사람일지라도 직원 중에서 누가 일을 잘하고 누가 일을 못하는지는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사가 업무를 보고하도록 규정하는 이유는 일을 잘하는 사람을 파악하기 위함이 아니라 일 못하는 사람들을 규제하기 위함이다. 회사의 부장이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런 간단한 이치조차 모르면서 아랫사람을 가르치려고만 드니 그 말에 설득력이 얼마나 있겠는가?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능력이 있다는 것을 굳이 알리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히 알려지게 되어 있다. 그런 이유에서 아는 것이 많다고 혹은 능력이 있다고 스스로 자랑하고 다니는 사람은 오히려 무식하고 무능력한 사람일 가능성이 더 높다.
시골에서는 자부심이 넘치다 못해 자신에 대한 자랑이 늘어지는 사람을 도처에서 만나게 되는데 그런 사람의 대부분이 별 볼 일 없는 빈수레인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나는 사실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아는 것처럼 떠벌리거나 별로 능력이 없으면서 아주 능력 있는 양 자랑하는 사람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지식이나 능력이나 결국은 다 보이는 것들이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것처럼 거짓말로 한순간을 모면할 수는 있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들 본래의 실력대로 평가받게 되어 있는 법이다. 근데 왜 자신의 실력을 과장하고 참견하여 자신만 망하는 게 아니라 남들도 잘못된 길로 가도록 가르치는 것일까?
가끔 시골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 있자면 이성 없는 짐승 같다. 지식도 없고 논리도 없어 남을 설득할 수 없으니 막무가내로 강요를 한다. 참 씁쓸한 일이다.
처음 집 앞에 텃밭을 만들 때 우리가 텃밭에 지렁이 분변토를 갖다 붓는 것을 본 빌라에 사는 한 할아버지는 퇴비를 너무 많이 넣는다며 당장에 덜어내라고 잔소리를 했었다. 우리가 작물을 키우는 것인데 망하든 말든 뭔 상관인가 싶지만 본인의 농사가 아님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퇴비를 덜어내기 전에는 작물을 심지 못하게 잔소리를 해대서 결국은 지렁이 분변토가 퇴비가 아니고 흙이라서 많이 쓴다고 작물에 해가 되는 게 아니라고 차분히 설명해 주고 납득을 시켰던 적이 있었다.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 텃밭 농사에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농사 방법을 설명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이런 일은 사실 우리에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쓸모없는 일에 시간을 들여야 하는 괜한 시간 낭비일 뿐이다. 그 할아버지의 무지함 때문에 치러야 하는 막대한 기회비용이 되는 것이다. 우습게도 잘못한 것은 그 할아버지인데 실질적인 손해는 우리가 본다. 이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우리 빌라에 사는 한 아저씨는 자주 우리 텃밭에 작물을 이거 심어라 저거 심어라 훈수를 두곤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아저씨는 농사를 한 번도 지어 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농사에 관해서는 일자무식인 사람인데 본인의 땅도 아니고 본인이 키울 것도 아니면서 누가 좋다고 하더라라는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를 가지고 우리 농사에 간섭을 한다는 것이다. 수고도 우리가 해야 하고 잘못되면 손실을 고스란히 우리가 떠맡아야 하는데 확실하지도 않고 전문적인 지식도 없으면서 왜 남의 일에 끼어들어 자기 말대로 하라고 강요를 하는 것인지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동생이 유기농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에 잠시 다닌 적이 있는데 회사 동료가 카스텔라를 권하면서 유기농 계란으로 만든 귀한 거라며 이런 걸 어디에서 먹어보겠냐며 자랑을 해서 동생의 비웃음을 산 적이 있었다. 우리는 양계장 딸들이었어서 나름 계란에는 엄청 민감한 데다 빵은 집에서 만들어 먹으니 시중에서 파는 웬만한 빵은 제대로 된 빵 취급을 안 하는데 하물며 공장에서 만든 허접한 카스텔라를 자랑하는 꼴이라니. 유기농이라고 다 같은 유기농 제품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시골 사람들이나 할 법한 짓이다. 시골 사람들은 견문이 짧아서 너무 무지한데 자신의 주제를 모르고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인 걸로만 생각해서 타인의 일에 적극적으로 간섭을 하곤 한다. 실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옛말에 가만히 있으면 절반은 간다고 했는데 왜 무지한 사람들은 꼭 설쳐서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것인지 모르겠다. 무식함이 드러난다 해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요즘 세태를 생각해 보면 무식하든 유식하든 무조건 나서서 떠드는 것이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 무식해도 따르는 사람이 있고, 지지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무식한 사람들과 어울려 분별없는 짓을 하는 것이 한심스럽게 생각되는 것은 나만 그런 것일까? 사람이 연륜이 더해지면서 점점 더 고상해져야 되지 않겠는가?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이니 교양 있고 품위 있게 살고 싶다. 그러니 시골 사람 같은 무지렁이를 피하는 것은 과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엮여봐야 좋은 꼴 못 보고 그들처럼 수준만 떨어질 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