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시골생활 이야기

시골사람 포비아 - 호의가 권리인 줄 아는 사람들

nar(kai) 2025. 3. 30. 22:00
728x90

염치없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시골 생활을 하다 보니 시골에는 염치없는 사람들 밖에 없어서 문제다. 우리는 시골에 살고 있어도 시골 사람들과는 거의 교류가 없는 편인데 그래도 만나는 사람마다 염치없고 뻔뻔한 사람들 투성이니 이제는 우리의 태도가 사람들을 염치없게 행동하도록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아무리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면 의식이 바르고 본인의 분수대로 겸손히 행동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 법한데 시골에서 만나본 모든 사람이 본색을 드러내는데 시간이 걸릴 뿐 하나같이 욕심 많고 이기적이고 염치없고 배은망덕한 인간 말종들 뿐이다 보니 시골 사람들과 교제를 하는 것은 내 평생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주위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 건강에도 삶의 질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시골에서는 사람들과 사귈 바에야 외톨이로 지내는 것이 정신 건강상 더 유익한 것 같으니 노후를 시골에서 보내는 것은 너무 어리석은 선택일 것 같다. 나는 나이가 들면 무조건 서울로 가리라.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마땅히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 모든 일에 대가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호의를 갚을 마음이 전혀 없이 무작정 받기만 하다가는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들을 다 떠나가게 만든다. 일방적인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것은 진리이다.
나는 시골 사람들이 마치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처럼 남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받으려고 행동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은 관계가 친밀하든 그렇지 않든 타인은 늘 자신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남의 호의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때로는 뻔뻔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마치 그것이 그들의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가을에 동생이 텃밭에서 수확한 콩을 말리고 있는 것을 본 동네 사람이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된장 같은 것도 담냐고 물어보더란다. '매년 담는 것은 아니지만 담을 때도 있죠'라고 동생이 대답했더니 자신의 어머니가 정정했던 시절에는 된장이나 고추장, 김치 같은 것을 담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숱하게 나눠줬었다고 자랑하면서 된장을 담으면 좀 나눠주고 그러라면서 조언을 가장한 부탁을 하더란다. 친한 사람도 아니고 그저 오며 가며  인사 몇 번 나눈 사이인데 무려 된장을 담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집에 들어온 동생은 아주 기분 나빠하면서  '나눠줬던 사람들한테 가서 부탁할 것이지 우리한테 쥐뿔 해준 것도 없는 주제에 뭘 믿고 된장을 담아달라는 거야?' 라며 불만을 토로했었더랬다. 나도 동생의 견해에 백 프로 동의한다. 양심이 있다면 하다못해 콩을 널 때 손이라도 보태면서(도와라도 주면서) 무언가를 달라고 부탁해야지 우리가 텃밭에서 한창 일할 때 늘 구경만 하고 있으면서 우리 텃밭에 무슨 지분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작물 좀 달라, 모종 좀 달라, 음식 좀 달라고 부탁하니 정말 뻔뻔하지 않은가?

사실 우리 텃밭을 구경하는 사람들이(텃밭 일을 도와주는 것도 아니고 단지 멀찍이 서서 구경만 하면서도) 우리 텃밭에서 자라는 작물이 마치 자기 작물인양 '이것 좀 주세요, 저것 좀 주세요' 하는 경우는 너무 비일비재하다. 왜 얻어먹으러 온 주제가 저리도 당당한 것일까? 저들을 먹이기 위해 우리가 텃밭을 가꾸는 것은 분명히 아닌데 그들은 우리가 수확물을 나눠줘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인 것처럼 수확물을 나눠달라는 요구를 너무도 당연하게, 오히려 거만한 태도로 해오곤 한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기에 이렇게 남의 수고를 날로 먹으려 드는 걸까? 이런 태도를 보면 시골 사람들이 가난하게 사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 보인다. 죄 거저 얻으려고만 드니 뭔 복이 있겠는가?

우리 텃밭에서 본격적인 수확물이 나올 때쯤이 되면 너무 많은 수확량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수확물을 나눠먹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수확물을 주로 얻어가는 사람이 해마다 바뀌면서 해마다 한 명이상이 꼭 생긴다. 우리가 텃밭을 가꾸기 시작한 이후로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수확물을 나눔 했지만 나눔 받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에는 고마워하며 받다가 점점 당연하게 생각하고 나중에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정말 염치가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
초기에는 쌈 야채들을 나누는 걸로 시작하는데 쌈 야채를 내내 얻어먹다가 점차 우리가 키우는 다른 작물들도 얻어먹으려고 한다. '감자 수확했다면서 감자는 안 줘요?', '저기 말리고 있는 땅콩 좀 주시면 안 돼요?' 이런 요청을 대놓고 한다. 그런 상태에서 시일이 더 지나면 우리 수확물을 본인들이 독점하려고 든다. '다른 집에 왜 주는데? 그냥 나한테 다 주면 되지', '너희 먹을 거 빼고 다 나한테 줘. 어차피 너희는 다 못 먹잖아' 돈 주고 사 먹는 것도 아니고 공짜로 얻어먹는데 너무 바라는 게 많은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는 우리가 이상한가? 표현이 과한지 모르겠지만 처음에 호의로 작물을 나눠줬다가 만족을 모르는 거지를 키워낸 것 같은 느낌이다. 
비슷한 상황이 해마다 반복되다 보니 우리는 매번 수확물을 나눠주고도 기분이 나쁘다. 이럴 바에야 텃밭에 그냥 버려버릴걸. 지렁이 먹이나 되도록. 점점 작물 나눔에 회의적이 되는 이유이다.
 
시골에 내려온 지 얼마 안 되어 부모님과 같이 살 때 부모님과 김장을 같이 하는 교회 지인이 있었다. 김장을 품앗이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김장을 우리 집에서 하는 것이었는데 배추를 절이고 씻을 때부터 우리의 물과 소금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김장 품앗이를 하러 온 사람들을 같이 부려먹고 대접은 우리가 도맡아 하게 하고 답례로 주는 김치도 우리 김치를 줘서 보내고선 생색은 본인이 다 챙겨 먹는 따져보면 아주 얄미운 사람이었다. 같이 김장을 한다는 이유로 배추와 무를 부모님이 키워줬었는데 모종값을 주는 것도 아니고 키울 때도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아 놓고선 수확할 때는 꼭 와서 좋은 배추만 쏙쏙 골라서 챙겨가는 염치없는 짓을 했었었다. 한 삼사 년을 부모님이 그들에게 배추와 무를 키워서 제공했었는데 해가 지날수록 중간중간 쌈배추를 얻어가는 양도 많아지고 김장 배추를 가져가는 양도 많아졌는데 배추를 심을 때 김장 얼마나 할 거냐고 물어보면 배추 서른 포기라고 대답해서 그에 맞춰 배추를 심었는데 막상 수확할 때에는 육십 포기 넘게 챙겨가서 매번 우리 김장 배추가 모자라게 했었었다. 배추와 무도 부부가 수확할 때 일찌감치 와서 좋은 것들로 골라 챙겨가 놓고선 뒤돌아서서는 예년보다 배추가 적어서 김치가 모자란다는 둥, 무가 조그맣다는 둥 교회에서 안 좋은 무와 배추를 줬다는 식으로 부모님 흉을 보고 다녔다. 시골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의 인성이라는 것이 참 한심하기 그지없다. 차라리 돈이라도 받았으면 덜 억울할뻔했는데 수고해서 키운 작물을 공짜로 주고도 욕을 얻어먹는 부모님을 보니 내 입장에선 그 사람들이 너무 괘씸하기 짝이 없어서 우리가 시골에 내려온 이듬해부터 김장배추와 무를 아예 주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어차피 주고도 욕먹는 거 안 주고 욕먹는 게 덜 억울하지.

나는 지금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데 필요한 양을 계획할 때는 사용할 최대치를 이야기해야지 여유롭게 계획할 것인데 시골 사람들은 꼭 체면 차린다고 최소치를 이야기해 놓고 막상 가져갈 때가 되면 욕심을 부려 이야기했던 것보다 더 많이 가져간다. 농산물이 하루아침에 뚝딱 생겨나는 것도 아니고 키운다고 고생한 것도 억울한데 공짜로 얻어가는 주제에 자기가 이야기한 것보다 많이 가져가서 발생하는 손해를 왜 키운 사람이 다 떠안아야 되는 것인가? 게다가 공짜로 얻어가는 것인데 물건이 좋지 않으면 안 가지고 가면 되지 왜 실컷 좋아라 하고 얻어갔으면서 마치 우리 부모님이 못 먹을 걸 준 것처럼 뒤에서 물건의 흉을 보는 것인가?

실제로 그 해에는 전국적으로 배추 농사의 작황이 좋지 않아서 배추값도 비쌌지만 김장 배추도 제대로 알이 찬 게 많지 않았는데 우리 배추는 상태가 매우 좋아서 김장 품앗이 온 사람들이 다 배추가 좋다고 칭찬을 했었었다. 그럼에도 교회에서 우리 부모님은 안 좋은 물건으로 선심을 쓴 인색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정작 욕심을 부린 사람들은 그들이었는데.

사실 돈을 주고 파는 것이 아니고 공짜로 나눠주는 것이니 물건이 나쁜 것이 흉이 아니다. 파치들도 나눠주지 않는가? 우리 농산물들은 파는 것과 비교해 봐도 월등하게 좋은 것이라 안 좋다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게 명백해서 불쾌한 면이 있지만 설령 안 좋은 것을 줬다고 하더라도 무상으로 얻어가는 사람들이 욕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왜 공짜로 얻어가는 주제가 제일 좋은 물건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는 선의로 호의를 베푸는 것인데 받는 시골 사람들은 본인들이 호의를 받을 자격이 있어서 호의를 받는 것이 당연한 그들의 권리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옛말에 적수지은 용천상보(滴水之恩 涌泉相報)라는 말이 있다. 물 한 방울의 은혜를 넘치는 샘물로 갚는다는 의미다.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사소한 은혜를 입었더라도 갚으려고 해야 한다. 그런데 시골 사람들은 남들이 베푼 사소한 호의는 말할 것도 없고 본인들이 부탁한 도움조차도 은혜라고 생각하기는커녕 마땅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머리 검은 짐승들이 아닌가?

시골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풀다 보면 점점 바라는 게 많아져서 점점 도가 넘는 무리한 것을 요구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시골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풀지 말았어야 한다는 자책을 계속하게 되는데 실제로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모든 시골 사람들이 은혜를 모르는 머리 검은 짐승들이었다.

자고로 머리 검은 짐승은 구제하지 말라고 했다. 시골 사람들과는 정말 상종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

우리의 시골 지인들 중에 본색을 알게 되어 절교한 사람들이 꽤 많은데 나중에라도 절교했던 그 사람들이 잘됐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으니 어찌 보면 세상은 참 공평하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