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근 삽목한 고추모종
우리는 고추 모종을 단근 삽목하여 키운다. 고추 모종의 본잎이 4장이 되었을 때 줄기를 끊어서 배양토에 꽂아 놓고 어두운 데에 2주간 두면 줄기에서 뿌리가 생기는데 이렇게 생긴 뿌리가 더 튼튼하고 잘 뻗어서 작물이 더 잘 자라게 해 준다고 한다.
단근한 모종을 삽목 하는 배양토는 상토와 지렁이 분변토를 섞어서 만든다. 전에는 몰랐는데 일반 상토에는 비료가 섞여 있다고 한다. 동생의 설명으로는 단근 삽목하는 배양토에 비료가 섞여 있으면 뿌리가 잘 생성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단근 삽목하는 상토는 무비상토로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고 한다. 이번에 동생은 고추 모종을 키우기 위해 유기농 상토와 무비상토를 따로 구입했다고 한다.
일부를 단근 삽목하고 나머지는 그냥 키우고 있었는데 무비상토가 오자 단근하지 않았던 고추 모종들을 단근 삽목한걸 보니 아마 상토가 없어서 기다렸던 모양이다.
상토의 영양성분이 유효한 기간은 대략 1개월 정도라고 한다. 고추처럼 육묘 기간이 긴 모종은 한 달이 지나면 배양토를 바꿔줘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영양이 충분하지 않으면 액비도 줘야 한단다.
동생은 이번에 지렁이 분변토로 액비를 만들어서 고추 모종에 주고 있다. 모종을 키우는데 이렇게 정성을 들이는 모습은 처음인 것 같다. 정성을 들인 만큼 고추 모종은 아직까지는 잘 크고 있는 것 같다.
일찍이 단근 삽목했던 고추 모종은 뿌리가 생겼다. 뿌리가 생긴 고추모종은 지렁이 분변토와 상토를 섞어 만든 배양토에 옮겨 심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가식 하기 전에 액비에 살짝 담갔다가 배양토에 옮겨 심어 주었다. 잘 크라는 소망을 듬뿍 담아서. 동생의 이야기로는 우리가 채종 했던 종자로 키운 고추 모종은 뿌리를 잘 내렸으나 고추 연구소에서 받은 종자로 키운 고추 모종은 뿌리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은 것도 많다고 한다. 삽목 후 암실에 넣어놨을 때 습기가 새어나가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어차피 어느 정도 죽을 것은 감안하고 심은 거니 우리가 심기 충분한 모종만 얻으면 된다.
주변의 사람들은 단근 삽목하는 것에 대하여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줄기에서 어떻게 뿌리가 생기지?
뿌리가 생길 뿐만 아니라 더 잘 자란답니다. 안 키워본 사람들은 모르는 일이겠지만 단근 삽목해서 키운 모종과 그냥 키운 모종은 정식해서 뿌리 활착하는 정도나 성장세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뿌리가 튼튼하니 병충해도 좀 덜하다.
우리의 이런 농사 경험은 시골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생소한 것이다. 하긴 지렁이 분변토로 농사를 짓는 것도 그렇다. 농사의 전문가를 자처하면서도 정작 작물을 잘 키우려는 고민은 하나도 하지 않으니 역시 시골 농부들은 매사에 어설프고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가끔은 평범하게 텃밭을 가꾸는 일일 뿐인데도 무슨 선구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모두가 의심과 불신의 눈길을 보내며 반대하더라도 나는 꿋꿋이 내 길을 가리라'하고 있는 모습이랄까?
정말 우습다. 단순히 고추 모종을 키우는 일일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