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박 모종 정식
호박은 우리가 잘 안 먹는 작물인 데다가 우리 텃밭에서 너무 기세 좋게 자라서 그 수확량이 늘 감당이 안 되는 작물이라서 매번 척박한 땅을 골라 점점 수량을 줄여가면 심게 되는 작물이다. 작년에는 청호박을 5주만 심었는데도 수확량이 엄청났기 때문에(그나마 도둑을 맞은 것도 많았다) 올해는 딱 2주만 심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안 심고 싶기도 하지만 의외로 호박잎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아예 안심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커피찌꺼기를 얻어오는 카페 사장님이 호박잎이 나오면 호박잎 좀 달라고 일찌감치 부탁을 하셨기 때문에 동생이 호박 모종을 만들려고 야심 차게 청호박씨를 파종했는데 단 한 개만 싹이 나서 너무 웃자라고 있는 것이다. 고추모종들과 같이 키우다 보니 신경을 못써줘서 그런가?
같이 뿌린 다른 청호박씨는 싹 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싹 난 청호박이 자꾸 웃자라는 것을 보다 못한 동생은 본잎이 나지도 않았는데 텃밭에 옮겨 심자고 하였다. 우리는 모종으로 키우다가 상태가 안 좋으면 얼른 텃밭으로 정식해 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아무래도 텃밭에 정식하는 것이 모종으로 키우는 것보다는 훨씬 잘 자라기 때문이다.
청호박을 심을 자리 주변으로 풀을 매서 정리를 하면서 보니 호박이 너무 잘 자랄까 봐 나름 척박한 땅으로 골랐지만 여러 해 옥수수 잔사를 쌓아 놓은 곳이라 땅이 아주 나쁘지도 않다. 땅을 깊이 파고 물을 충분히 부은 뒤에 웃자란 청호박 모종을 깊이 묻어주었다.
우리는 모종이 웃자라는 경우도 비일비재한데 대부분 텃밭에 정식해 놓으면 잘 자라기 때문에 웃자란 것은 별로 고민하지도 않고 텃밭에 옮겨 심어 놓곤 한다.
농장 텃밭은 따로 물 주기가 어려운 곳이고 지금은 날이 가물기 때문에 청호박 모종을 정식한 이후에 물을 촉촉하게 주고 수분이 오래 보존되라고 텃밭에서 자라는 녹비작물인 헤어리베치를 잘라와서 정식한 호박모종 주위를 덮어놓았다.
떡잎만 나 있는 청호박 모종이지만 왠지 잘 자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시간이 나면 호박 덩굴이 뻗어갈 자리들의 풀을 매고 정리를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