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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음식 이야기

쑥 송편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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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수확해 온 쑥으로 쑥국도 끓여 먹고 쑥개떡도 만들어 먹었으나 쑥이 남았다. 떡을 좋아하는 동생은 만들어 먹은 쑥개떡이 아주 만족스러웠는지 쑥떡을 한번 더 해 먹겠다고 텃밭에서 쑥을 좀 더 캐왔더랬다.
음식을 해 먹는 것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야 되는 것인데 쉬는 날에는 텃밭 일을 해야 하니 떡 같이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음식은 좀처럼 할 엄두가 안 난다. 
씻어놓은 쑥과 불려놓은 쌀을 냉장고에 무작정 보관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라 나름 간편해 보이는 쑥버무리나 해 먹으라고 동생에게 제안했으나 막상 떡을 만들려고 나선 동생은 영 쑥버무리를 하기 싫은지 쑥버무리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는다. 나야 떡을 별로 안 좋아하는 데다 어차피 떡은 동생이 만들거니 '그럼 네가 먹고 싶은 걸로 만들어'라고 했더니 냉동실에 있던 팥앙금을 꺼내 놓으며 떡 반죽을 할 준비를 한다. 
지난번에 쑥개떡 만드는 것도 엄청 손이 많이 갔었는데 이번에는 한 술 더 떠서 더 손이 많이 가는 쑥송편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것 같다. 음식에 진심이라 음식을 만드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동생은 먹는 것에 인색한 내가 감당하기에는 꽤 무모하고 때론 무섭기도 하다. 저 손 많이 가는 걸 어떻게 하려고?
 
이래저래 사연 많은 쑥 송편 만들기가 되겠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쑥을 처리하기 위한 일이었는데 너무 일이 커졌다.

불린 쌀을 갈았다

 
쑥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라 쌀은 두 컵 정도만 하자고 한다. 맵쌀 두 컵을 깨끗이 씻어 반나절을 불려놨다가 건져내어 물기를 빼고 갈아 놓는다. 나중에 쑥이랑 같이 한번 더 갈 꺼라며 처음에는 좀 거칠게 쌀을 갈아놨다.

4분 데친 쑥

 
쑥은 대략 200g 정도 되는데 끓는 물에 4분 정도 데쳐서 헹구고 물기를 짜 놓는다.

쌀가루와 데친 쑥을 섞어서 다시한번 간다

 
갈아 놓은 쌀에 데친 쑥을 버무리고 한번 더 갈아보았는데 쑥의 물기 때문에 제분기에서 곱게 갈리지가 않는다. 다음에는 쌀을 곱게 간 후에 데친 쑥을 섞어서 갈아야 될 것 같다. 어차피 우리가 먹을 거니 쌀가루가 거칠게 갈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떡 모양이 좀 우스워지겠지.

소로 쓸 팥 앙금을 준비한다

 
작년에 팥빙수 해 먹을 때 쓰려고 우리가 키웠던 팥으로 팥 앙금을 만들어 냉동실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막상 여름이 되니 얼려놓은 과일들로 슬러시를 해 먹느라 팥빙수는 아예 손을 못 대서 만들어 놓은 팥 앙금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되었었다. 무슨 떡을 만들지 고민하던 동생은 얼려 놓은 팥 앙금을 떠올리고는 쑥 송편을 해 먹자며 팥 앙금을 꺼내 놓았다. 
팥빙수 용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 떡 소로 쓰기에는 조금 묽기 때문에 녹인 후 냄비에 다시 끓여서 수분을 날려 팥 앙금을 준비한다.

데친쑥을 섞은 쌀가루에 설탕과 소금을 넣고 익반죽을 하여 떡반죽을 만든다

 
데친 쑥과 섞어서 갈아놓은 쌀가루에 소금과 설탕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익반죽을 하여 떡 반죽을 만드는데 귓불 정도로 말랑하게 반죽을 만들어 치대면 되는데 많이 치댈수록 떡이 쫄깃해지고 맛있어진다고 한다.

떡반죽을 일정크기로 떼어 팥앙금을 넣고 송편을 만든다

 
완성된 떡반죽을 적당한 크기로 떼서 속에 팥앙금을 넣고 송편을 빚는다. 파는 것도 아니고 우리끼리 먹으려고 만드는 거니까 예쁘게 만들기 위해 정성을 쏟을 필요가 있을까? 대충대충 만들라고 했는데 동생은 오랜 만두 빚기로 쌓인 솜씨가 빛을 발한다며 스스로의 솜씨에 무척 만족해하면서 제법 그럴싸하게 송편을 빚었다.

쪄서 참기름을 바른 쑥 송편

 
다 빚은 쑥 송편은 찜기에 넣고 12분 정도 쪄낸 후 꺼내 살짝 식혀서 참기름을 바르고 떡끼리 서로 붙지 않게 해 준다. 쌀가루가 거칠게 갈려서 모양이 약간 투박하긴 하지만 나름 모양을 갖춘 쑥 송편이 완성되었다.

반을 갈라봤더니 팥앙금이 꽉 들어차 있어서 동생의 송편빚기 솜씨에 감탄했다

 
열심히 만들었으니 맛을 봐야지 하며 갓 쪄낸 떡을 먹어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아주 맛있다. 쑥향이 진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나고 팥앙금은 달지 않으면서 묵직해서 쑥떡과 꽤 잘 어울린다. 파는 떡에서 나는 인공적이고 자극적인 맛이 하나도 안 느껴지는 것이 그야말로 건강하고 맛있는 떡이었다.
 
희한하게도 파는 쑥떡에서 나는 보통 쑥의 맛이라고 알고 있는 쏴한 쓴맛이 집에서 만든 쑥떡에서는 하나도 나지 않았다. 집에서 만든 쑥떡은 쑥의 향과 맛이 진하지만 자극적인 맛이 없이 굉장히 부드러운 맛이 나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누구나 다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맛이었다. 지금껏 제대로 된 쑥떡 맛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 참 놀랍기도 하고 애석하기도 한 순간이다.
 
예전에 내가 다니던 한의원에서는 떡에는 온갖 첨가제가 들어가서 오히려 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빵보다도 더 몸에 안 좋다고 떡을 먹지 말라고 했었는데 파는 떡에서 나는 자극적이고 인공적인 맛을 생각해 보니 그리 틀린 말은 아닐 듯하다. 떡집에서 떡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값싼 저급한 재료들만 봐도 건강하고 맛있는 떡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겠지만.
집에서 만든 떡을 먹어보니 간식에는 전혀 건강을 기대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아주 맛있는 것도 아닌 그저 그런 맛인 데다 건강에는 엄청 해로울 뿐인 떡을 굳이 비싼 돈을 주고 사 먹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다.
 
집에서 떡을 만들어 먹는 사람을 참 유별나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집에서 만든 떡을 먹어보니 사서 먹는 떡에 만족할 수 없는 그 심경이 굉장히 공감이 간다. 왜 파는 것들은 좋은 것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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