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내려온 이후로 나는 거의 외식을 하지 않게 됐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점이 없기도 하고......
사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꽤나 오래전부터 먹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원인이 뭔지 모르지만 나라는 사람은 먹는 것에 들이는 시간이나 노력을 아까워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웨이팅이 긴 음식점이나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음식들은 다 내가 꺼리는 것들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렸을 적부터 나는 '밥' 먹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가끔씩 동생이 상기시켜 주기를 '밥을 대체할 수 있는 알약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고 한다. 이렇듯 나는 밥을 먹거나 하는데 들이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사람이다.
따지고 보면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에도 밥을 그다지 잘 챙겨 먹진 않았었던 것 같다. 나중에 퇴사할 때 회사에서 받은 식권이 남아서 경비원들에게 뿌리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도시락 싸기 귀찮다고 몇 개월간 에너지 바와 칼로리 밸런스만 먹었던 적도 있었고, 회사 지하에 있는 식당에 내려가기 귀찮아서 몇 개월간 샌드위치를 싸 다녔던 적도 있었다. 밥 먹기 귀찮다고 몇 주간을 물과 커피로만 연명했을 때도 있었다. 이렇게 '밥'먹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에게 '나가서 밥 먹자' 하는 것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피하고 싶은 선택지인 것이다.
시골에 내려오니 사람들이 다들 밥 먹는 것에 진심인가 보다. 밥 먹는 것에 관심이 지대하다.
인사도 '밥 먹었습니까?'라고 한다. 만나면 예의상 으레 하는 인사말이겠지만 왜 안부를 물어보는 것이 '밥 먹었냐'는 것일까? 나같이 저녁 한 끼만 먹는 사람은 저런 인사말을 들으면 살짝 난감하다. 사실대로 안 먹었다고 해야 하나? 아님 예의상 먹었다고 해야 하나?
사람들이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밥 한 끼 같이 먹읍시다'라고 하곤 하는데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권유다. 왜 친해지면 밥을 먹어야 할까?
나에게 식사 자리라는 것은 술자리만큼이나 불편하고 짜증 나는 자리다. 술 안 먹는 나에게 술자리는 멀쩡한 정신으로 술 취한 사람들의 이성 없는 작태를 감내하는 시간이다. 어지간한 호감이 있었더라도 술자리 한 번에 있던 호감도 싹 날려 버리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식사 자리도 그렇다 어쩔 수 없이 같이 먹다 보면 소리 내서 먹는 사람, 게걸스럽게 먹는 사람, 남의 것을 뺏어 먹는 사람,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 사람, 이성과 교양은 찾아볼 수 없고 부끄러운 민낯이 제대로 드러나는 곳이다. 같이 밥을 먹고 나면 상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부정적으로 바뀔 것 같은데 왜 밥을 먹자고 하는 걸까?
밥을 사주는 게 대단한 능력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지극히 사회성이 결여된 인간이라서 그런 건지 모르지만 당최 "밥 한번 같이 먹읍시다"에는 친절하게 응해 줄 수가 없다.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커피라면 한 번쯤 같이 마셔줄 수 있다지만 왜 하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밥'을 먹자는 걸까?
이런 제안이 들어오면 어쩔 수 없이 단호하게 거절해야지
"전 외식 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