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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나의 이야기

자신을 아끼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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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마지막 날의 해넘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아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자신을 아끼는 구체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막연하게 자신을 아낀다고 생각만 하고 있을 뿐.

 

종교적인 이유도 포함해서 나는 스스로 자신을 아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몸은 거룩한 성전이니까 세속에 물들지 않고 경건하고 청결하게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서 건강을 챙기고, 자신을 위해(危害) 하는 것을 피하고(술, 담배), 선한 일을 하려고 힘쓰며, 경건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꾸준히 운동하고  좋은(건강한) 것을 먹으며 해로운 거 위험한 것을 피하고 되도록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지식과 교양을 쌓으려고 노력하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임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생활을 꾸준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덧 나의 삶은 온통 의무감으로 가득한 삶이 되었다.

 

마흔이 넘어서면서 자신을 아끼는 방법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었다. 불혹의 나이라서 그럴까? 다들 자신의 삶이나 인간관계를 돌아보는 시기인 것 같긴 하다. 원래도 인간관계 쪽은 전무했으니 제쳐두고, 늘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왔던 삶을 좀 반성하게 되었다고 할까? 아님 의무감을 좀 내려놓았다고 할까? 

나는 어떤 기준을 세우면 그 기준에 도달하려고 엄청 노력하는 성향의 사람이다. 안 했다면 몰라도 했다면  '잘' 해야 되는 강박이 있는 사람이었다. 근데 마흔을 넘어서면서 그렇게 치열하게 사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든 것 같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아무것도 즐기지 못하고 내가 싫어하는 일들을 이렇게 열심히 하며 살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 것이다. 흘러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패기 있고 열정 넘치던 시기에 내가 원치 않는 일에 매여 고군분투했던 기억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마흔 이후로는 즐거운 인생을 사는 것으로 자신을 아껴주기로 결정했다. 내가 생각하는 '즐거운 인생'이란 그다지 거창한 것은 아니다. 싫어하는 일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스트레스 상황에 나를 내몰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내가 즐기는 일을 하나씩 하는 것 정도이다. 체면을 위해 유지해 왔던 교회를 다니는 일, 회식에 참여하는 일, 모임에 참여하는 일,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일들을 다 끊어 버리고, 예전엔 시간이 아까워서 못했던 꽃구경을 간다거나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거나 늦잠을 자는 것 같은 사소한 일들로 나를 위로하기로 했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다'는 성경 말씀처럼 모든 일이 다 때가 있다. 동생이 우스개 소리처럼 '놀러 다니는 것도 다 다리에 힘 있을 때나 하는 거야'라고 말했는데 할 수 있을 때, 하기 좋은 때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나쯤은 추억으로 만들어 놔야 돌이켜 봤을 때 후회가 없지 않을까?

 

사람이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나도 여전히 원치 않는 일을 하고 있다.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기쁘게 하고 너무 힘들 때는 과감하게 벗어나자. 지나고 보면 얽매여야 하는 일이라는 건 그다지 많지 않다.

 

"사람이 사는 동안에 기뻐하며 선을 행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는 줄을 내가 알았고 사람마다 먹고 마시는 것과 수고함으로 낙을 누리는 그것이 하나님의 선물인 줄도 또한 알았도다(전 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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