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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시골생활 이야기

불편한 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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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풀을 매고 있다 보면 제초제를 치라고 조언해 주는 사람을 많이 만난다. 요즘 제초제는 땅에 닿으면 바로 분해가 되니 힘들게 풀 매지 말고 제초제를 치라면서.

나를 생각해서 해주는 말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지만 지렁이와 토양 미생물을 보호하려는 우리에게는 화학비료나 화학농약을 쓰라는 말은 '벼룩 잡으려면 초가삼간 다 태워라'라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리석은 조언이라는 소리다.

모든 일에 대가가 따를 수 있지만 대가가 얻는 이익보다 크다면 그 일을 왜 하는가?

 

점순 아주머니가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집에 들러서 토마토를 가져가라고. 아마 일전에 아저씨가 셀프 주유를 잘 못해서 동생을 데리고 가서 주유한 것에 대한 고마움의 답례인가 보다. 먹는 걸 주는 건 정말 반갑지 않은데 굳이 전화까지 했으니 거절하면 서운해할 것이 분명하다. 별수 없이 차를 끌고 점순 아주머니네로 갔다. 점순 아주머니가 챙겨주시면서 '갑임이 한테도 안 줬다'라고 우리한테만 특별히 챙겨주는 거라는 생색을 내신다. 그냥 갑임 아주머니한테나 주시지.

집에 와서 열어보니 누가 토마토 파치를 준건지 터지고 흠이 있다. 왜 이런 걸 받아서 드시는 걸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본인들은 좋은 거라고 줬지만 역시 먹을 수는 없겠다. 그냥 다 버렸다. 왔다 갔다 시간만 낭비한 꼴이다.

 

텃밭에서 일하고 있으니 아랫집 친구가 볼일이 있어서 출근을 안 했었는지 나갔다 들어오면서 인사차 말을 건다. '덥다. 들어가자' 나는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는 사람들의 저의를 모르겠다. 누구는 더운 걸 몰라서 일하고 있나? 해야 하니까 하는 거지. 일하는 중간에 들어가자고 하면 손 놓고 들어갈 수 있는가?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방해는 왜 하는 걸까? 하나마나한 말을 왜 인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도대체 교양은 어디로 쌓은 것인가?

 

호의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행동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호의로 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이기적인 행동은 오히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호의를 베풂에 있어서도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성경에 이런 말이 있다.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 같이 순결하라'

모든 일에 정결하고 선한 마음을 가지고 하되 지혜롭게 해야 한다. 그저 자기네 맘 편하자고 어리석게 행동하여 불편을 초래하면 그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 사람들과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는가?

 

시골 사람들의 무식함은 호의를 가지고 있음에도 무례하게 행동하게 한다. 그리고 그런 무례함을 싫어하는 나는 더욱 시골 사람들을 만날 일을 피하게 되는 것이다.

 

시골에서 교양 있고 예의 바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점점 회의가 드는 것은 현실이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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