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어서 타인들에게 무관심하고 냉정한 편이다. 시골에 있다 보면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나 신세를 하소연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난 딱히 그런 사람들에게 별 반응을 하지 않는다. '아~ 그렇구나' 하는 정도. 내 경험상 대체적으로 사람들의 말은 믿을게 못된다. 자신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거나 아니면 고의로 부풀릴 수 있기 때문에 자세히 따져보면 그들의 말과 실제 상황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를 숱하게 봤다. 그래서 나는 사람의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곧이듣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가족은 나를 제외하고는 다들 동정심이 너무 넘쳐서 탈이다. 부모님도 시골생활하는 동안에 주변에 약아빠진 사람들에게 호구 노릇을 오래 하셨는데 동생도 마찬가지다. 동생은 까다롭고 따지기 좋아하는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소리를 하거나 하소연을 하면 불쌍히 여기고 기꺼이 힘에 넘치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내가 보기에는 정작 그런 사람 중에 정말 도움을 줘야 할 사람은 거의 없다.
동생의 측은지심을 이용하여 늘 동생에게 아쉬운 소리나 신세한탄을 하면서 우리 수확물이나 모종을 얻어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앞집의 박여사도 남편이 농사를 짓는데 늘 우리 텃밭에 와서 남편이 농사를 못 짓는다고 하소연을 하며 우리가 수확할 때마다 우리 수확물을 얻어갔다.
동생의 블친 중 하나도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자신의 유기농 농사가 잘 안 된다고 하소연하며 우리 수확물을 한번 나눔 받더니 맛있다고 툭하면 자신의 농사는 잘 안된다며 우는 소리를 하면서 이것 보내달라 저것 보내달라 하며 아주 염치없게 굴었었다.
동생의 회사 동료 중 하나는 텃밭을 한다는 이유로 모종이 비싸네, 종자를 구할 수가 없네 하면서 동생에게 꽤 많은 모종을 얻어갔다.
유난히 동생의 주변에는 하소연을 늘어놓고 종자를 달라거나 모종을 달라거나 수확물을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모두 다. 하도 시달린 탓에 동생은 시골 사람 포비아에 걸릴 것 같단다. 예전에는 내가 시골 사람들을 싸잡아 무시하고 싫어하는 것에 대해 타박하더니 시골 생활이 오래되니 동생도 별 수 없는가 보다.
착한 게 잘못은 아닌데 착한 사람을 호구 만드는 못된 사람들 때문에 착한 사람들은 매정하지 못했던 자신을 늘 자책하게 된다. 사실 못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고 때가 되면 반드시 벌을 받는다. 인생이라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우리 가족을 이용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이 나중에 큰 손해를 당했었다. 장담하건대 그 사람들의 말로는 비참하고 평안하지 못할 것이다. 본디 원수는 하나님이 갚아주시는 거다.
다만 나는 가족으로서 그리고 언니로서 착한 일을 하고도 마음고생을 크게 하고 있는 동생과 가족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런 마음고생을 누가 보상해 주겠는가?
자타 공인 인정 없고 차가운, 사람에게 관심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오히려 평안하게 세상을 살아가는데 인정 많고 어려운 사람은 도우려 하고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저렇게 이용당하고 뒤통수 맞고 자신의 착한 마음을 자책하니 너무 불공평하지 않는가?
착한 게 잘못은 아닌데 착한 게 잘못인 듯 착각하게 하는 세상이 때론 야속하다.
'일상 > 시골생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선물에 대한 생각 (0) | 2024.07.12 |
|---|---|
| 무식함이 부르는 용기 (0) | 2024.07.08 |
| 염치없는 사람 (1) | 2024.07.06 |
| 불편한 호의 (0) | 2024.07.03 |
| 때로는 모르는 것이 죄다. (2) | 2024.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