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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상추 옮겨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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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상추를 옮겨 심어 놓은 모습

 

동생이 가지고 있는 상추 종자의 종류는 정말 여러 가지이다. 모둠 쌈채 같은 혼합 종자를 제외하고도 단일 상추 종자만 몇십 종류를 가지고 있다. 동생과 나는 상추에 대한 입맛은 다소 소박해서 적치마와 적축면 상추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상추에 구색용으로 몇 가지를 종류를 더해서 가지고 있는 종자에 비하면 아주 제한적인 종류의 상추를 심곤 했다. 덕분에 안 먹는 상추 종자를 나눠주는 것도 꽤 여러 번 했었다.

이번에는 상추를 많이 심지는 말자며 그나마 먹고 싶은 상추들 몇 종을 골라 모종을 만들었는데 그렇게 키운 상추 모종이 담배상추(토종), 개쌔빠닥상추(토종), 세봉상추(토종), 적치마, 적생채, 흑하랑, 아바타 상추 총 7종의 상추이다(적축면과 피델은 발아가 안 됐다고 한다).

 

3월이기는 하지만 날씨가 이상해서 모종을 밭에 옮겨심기에는 날이 너무 춥다. 상추 모종을 정식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지만 고추 모종을 키워야 하니 집안에서 계속 상추 모종을 키우기는 공간이 부족하다. 아쉬운 대로 그나마 생명력이 강해서 웬만한 환경에서는 잘 자라는 상추를 무모하게 텃밭으로 옮겨심기로 했다. 죽으면 다시 심으면 되지 모.

상추는 다비성 작물이기 때문에 텃밭에서 비옥한 땅을 골라 밭을 만들고 모종을 옮겨 심는다. 건강하게 잘 자라라고 널찍하게 심어준다.

 

상추는 병충해도 없고 키우기가 어렵지 않은 데다가 누구나 좋아하는 작물이라 텃밭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키우는 작물이다. 굳이 텃밭이 아니더라도 베란다나 화분에서 키우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의외로 주변 텃밭을 둘러보면 상추를 잘 키우는 사람은 상당히 드물다.

 

이곳 사람들이 상추를 키우는 방식은 대체로 '질 보다는 양'이라는 느낌인데 다비성 작물임에도 불구하고 척박한 땅에 밀식해서 빽빽하게 키우다 보니 영양이 부족해서 상추가 비실비실하게 자란다. 우스운 것은 이런 비실비실한 상추를 여기 사람들은 '연하다'라고 착각하고 먹고 있다는 것이다. 영양이 부족하게 자란 상추들은 상추 본연의 맛이 제대로 나질 않는다.

그래서인지 본인들도 상추를 키우면서도 기회가 되면 우리 상추를 앞다퉈 얻어먹으려고 하는데 나는 때로 맛있는 상추를 얻어먹으려고만 하고 본인들의 상추를 맛있게 키우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곳 사람들의 행태가 의아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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