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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브로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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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가 열린 월동 브로콜리들

 
동생은 브로콜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요리에 넣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때때로 브로콜리 모종을 사서 심곤 한다. 잘 먹지도 않으면서.
 
텃밭을 가꾸다 보면 잘 먹지도 않고 키우기가 쉽지도 않은 작물인데도 가끔씩 열심히 키우고 있는 작물이 있는데 양배추와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채소들이 그렇다. 즐겨 먹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필요할 때가 있긴 한데 그렇다고 작물을 키우기는 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지만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때때로 심어서 키우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수확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먹지 않고 거의 남들에게 나눠주고 마는 브로콜리인데 이걸 왜 심을까? 그렇다고 키우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채소들은 진짜 벌레가 많이 타는 작물들이라 절대 아무렇게나 방치하고 키울 수가 없는 작물이다. 그나마 상추와 혼작을 하면 어느 정도 충해를 막아준다고 하긴 하지만.
 
가을에 심었던 브로콜리들이 꿋꿋하게 겨울을 지내더니 브로콜리가 달렸다. 수확해야 되는 것을 뻔히 알고 있지만 먹기 싫다고 '수확해야 되는데'를 연발하면서도 그냥 텃밭에 방치하고 있었다. 쳐다보고 있자니 이걸 왜 심었지 하고 후회막심이다. 딸기밭을 만들기 위해 브로콜리를 없애야 해서 미루고 미루던 브로콜리 수확을 단행했는데 동생은 수확한 브로콜리들을 보면서 '저걸로 뭘 해 먹지?' 하며 걱정을 한다.

곁순을 삽목해서 옮겨 심은 브로콜리

 
키울 때도 걱정, 수확해서도 걱정, 걱정을 달고 있는 브로콜리인데 이쯤 되면 쳐다보는 것도 지긋지긋할 것 같은데 동생은 브로콜리 곁순을 삽목 해서 모종을 만들었다.
브로콜리와 양배추는 영양생식이 가능해서 곁순을 배양토에 묻어두고 그늘에 놔두면 뿌리가 잘 생긴다. 작년에는 토마토와 양배추의 곁순을 키워 꽤 여러 개의 모종을 만들었는데 이번에 없애는 브로콜리의 곁순을 보니 아까운 생각이 들었는지 두 개의 곁순을 삽목 해서 모종을 만든 것이다. 동생의 실험정신은 놀랍기만 하다.
 뿌리가 생긴 브로콜리를 텃밭에 옮겨 심으면서 '이게 자라면 먹기는 할까? 지금 수확해 놓은 브로콜리도 먹을 일이 요원한데'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습게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 브로콜리인데도 충해 방지를 위해 아주 땅이 좋은 마늘밭 중간에 옮겨 심어 놨으니 브로콜리를 너무 호강시키는 것 같아 아주 못마땅하다. 그나마 키울 때의 걱정은 좀 덜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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