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과 나는 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몇 년 전만 해도 콩은 전혀 먹지 않았으니 콩은 아예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었었다. 시골에서는 메주를 만들기 때문에 텃밭을 가꾸는 사람치고 콩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없음에도 우리는 콩을 키우는 것은 우리와는 거리가 아주 먼 일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콩을 키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어 갱년기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콩을 먹으려는 마음을 먹지 않았다면 아마 콩을 키우는 것은 여전히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였겠지만 콩을 의식적으로 먹을 생각을 하게 되니 맛있다고 알려진 콩을 키우게 되고 거기에 동생의 장 담그기 로망도 더해져서 작년에는 꽤 많은 종류의 콩을 심게 되었다. 문제는 우리가 콩을 의식적으로 먹기로 하고 열심히 밥에다 올려 먹고 있긴 해도 실제 먹는 콩의 양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데 있을 것이다. 재작년에 수확한 콩도 남아 있는 상태니 여기저기 인심을 써서 나눠줬음에도 작년에 역대급으로 많이 수확한 콩이 손도 대지 못하고 남아 있는 것은 당연지사. 맛있어서 우리만 먹을 거라고 따로 챙겨놓은 귀족서리태, 아주까리밤콩, 선비콩도 손을 못 댔으니 청태, 선풍콩, 청자 5호 서리태, 청서리태, 베틀콩등 먹지 않는 콩들이야 말해 무엇하리 어느덧 거실에서 자리만 차지하는 골칫거리가 된 터라 올해는 콩은 귀족서리태, 선비콩, 아주까리밤콩, 홀아비밤콩만 심고 그것도 많이 심지 말고 스무 알씩만 심으라고 동생이 신신당부를 했더랬다.
사실 우리가 먹는 콩의 양은 정말 얼마 되지 않아서 먹기 위해 콩을 기른다는 것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과분한 처사임이 분명하지만 또 이 콩이라는 것이 절대 사 먹어서는 안 될 만큼 농약과 비료에 찌들어 있는 작물이라 먹으려고 한다면 반드시 키워 먹어야 하기 때문에 먹고 싶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콩을 많이 심지 말라고 나에게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은 동생이 어느 날 병아리콩을 사서 심었다. 병아리콩은 동생이 네팔에서 살 때 접한 콩이라고 하는데 동생의 표현대로라면 밤맛이 나는 콩이라 네팔에서 구하기 힘든 밤 대신에 먹었던 콩이라고 한다. 한 때 동생은 밤맛 나는 콩에 혹해서 밤콩 종자를 구해 심었으나 막상 밤콩 맛이 강낭콩 같은 콩맛인 것에 실망하여 외국에서 맛있게 먹었던 추억의 콩인 병아리콩을 떠올리고 꾸역꾸역 구해 심은 것이다.
병아리콩은 우리나라의 기후에서 재배가 가능한 콩이라고는 하는데 예전에 먹는 콩으로 한 번 심어봤을 때는 싹이 난 것은 봤는데 다른 작물을 돌본다고 방치했다가 기억나서 찾아보니 어느새 다 죽고 흔적이 없어졌었기 때문에 잘 키울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는 작물이다. 심는 사람이 있긴 한 것 같지만 재배 정보도 많지 않고 우리의 농사 성향상 콩 따위를 애지중지 키우지도 않을 것 같아서 굳이 새로운 콩을 심어야 할까 불만이 많지만 이미 심은 것을 어떡하겠는가? 키워보는 수밖에.
그래도 이번에는 촉을 내서 심어서 그런지 싹이 빨리 나긴 했다. 자라는 모양을 보니 여전히 미덥지 않긴 하지만 일단 심었으니 제대로 키워서 맛은 봐야겠다. 의외로 맛있어서 계속 심게 될 수도 있는 것이고 먹어보고 맛이 없다면 다음부터 심지 않으면 되니까. 이미 경험해 봤기 때문에 콩 맛에 대한 기대가 큰 동생과 달리 나는 차라리 홀아비밤콩이 더 맛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지우지 못하지만 고작 콩 하나 더 키우는 것이니까 경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처음 심는 콩인지라 기록을 남겨놓고 싶긴 하지만 텃밭 일이 바빠지면 과연 제대로 신경이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제대로 키워서 콩을 수확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일상 > 텃밭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추 종근 나눠 심기 (0) | 2025.05.11 |
---|---|
쪽파 종구 수확 (0) | 2025.05.09 |
헤어리베치 (0) | 2025.05.07 |
감자꽃 (0) | 2025.05.05 |
청진주 완두콩 첫 수확 (0) | 2025.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