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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음식 이야기

소고기 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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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제사를 지내지 않다 보니 명절이라고 제사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늘 생소하다. 딱히 친척들도 없어서 명절을 가족끼리만 보내다 보니 특별히 명절 음식이라고 해 먹는 것이 별로 없었다.

지금은 동생과 둘이서만 명절을 보내니 더더욱 명절이라고 명절 음식을 하는 것이 드물다. 둘 다 먹는 양이 적다 보니 쉬는 날이면 냉장고를 비우기 위해 냉장고 파먹기를 해야 하는데 지금같이 수확물이 많이 나오는 때에는 더 그렇다. 작년까지만 해도 명절에는 가볍게 인근으로 여행을 다녔었는데 올해는 날도 덥고 텃밭 일도 많으니 무조건 방콕을 하기로 했다.

 

집에만 있을 거니 그동안 못해먹었던 시간이 걸리는 음식 한 두 가지는 해 먹어야지 하는 마음에 올해 추석 음식은 소고깃국과 소고기 육전 그리고 동그랑땡을 하기로 했다. 육전을 제외하고는 사실 다 냉장고 파먹기의 일환이긴 하다. 냉동실을 차지하고 있는 죽순과 시래기, 냉장고의 야채와 김치 우거지를 처리하기 위함이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은 웬만해서는 다 집에서 해 먹는다. 구이든 국이든 맛없는 고기와 적은 고기의 양을 참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음식이 그렇지만 재료가 맛있어야 음식도 맛이 있다. 저급 고기에 맛과 향을 입힌 음식은 우리에게 그저 쓰레기에 불과하다.

 

소고기 육전은 좋아하지만 귀찮아서 잘해 먹지 않는 음식이다. 모든 전들이 그렇지만 만들기는 어렵지 않아도 불 앞에 서서 계속 부쳐야 하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나 같이 음식에 시간 쏟기 싫어하는 사람은 더 그렇다. 그래도 모처럼 명절이라고 마음을 비우고 음식에 시간과 정성을 쏟아본다.

소고기는 청주와 생강, 마늘, 후추, 액젓을 넣어 양념해서 양념이 베어 들도록 30분간 숙성시키고, 밀가루에 강황가루와 후추를 조금 넣어 섞어놓고, 계란에는 청양고추를 다져 넣고 잘 풀어서 준비한다. 양념한 소고기에 밀가루를 고루 묻히고 계란물을 입혀서 구워주면 맛있는 소고기 육전이 완성된다.

 

초간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고추장아찌와 노각초무침 같이 매콤 새콤한 것과 같이 먹으니 소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줘서 한결 맛있다. 원래 육전은 파절이와 같이 먹는다고 하는데 대파 뽑아오기 귀찮아서 고추장아찌로 대체했지만 의외로 고추의 매운맛이 고기랑 잘 어울린다. 동생의 말이 밥도둑이 따로 없단다.

음식을 배부르게 먹지 않는 편인데 육전도 나름 고기라고 먹다 보니 뜻하지 않은 배부른 한 끼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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