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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음식 이야기

토마토소스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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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습게도 먹는 데에 관심도 없고 취미도 없지만 요즘은 먹는 것에 너무 많은 노력과 시간을 쏟는 것 같아 못마땅하다.

외식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못 사 먹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맛있는 식당이 없는 시골 생활 덕에 계속 집에서 음식을 해 먹다 보니 이제는 아예 외식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아무리 먹는데 돈을 안 아끼는 우리라지만 대부분의 외식이 비용 대비 음식 맛이 너무 형편없어서 돈 아깝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식당의 운영 구조만 생각해도 맛있는 음식이 나오기는 힘들긴 하겠지만 늘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들의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맛없는 재료에 맛과 향을 입힌 음식들은 성에 차질 않는다.

해서 웬만한 음식을 다 집에서 만들어 먹다 보니 당연히 먹는 것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다.

 

소스류들은 보관 기간이 생각보다 짧다. 집에서 만든 것은 더 그렇다. 이전에 만들어 놓은 토마토소스를 처리하기 위하여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를 해 먹기로 했다. 스파게티는 주로 오일 스파게티를 해 먹기 때문에 실로 오랜만에 만들어보는 토마토소스 스파게티이다.

양파와 마늘을 다져서 올리브 오일(혹은 버터)에 볶다가 베이컨과 채 썰은 가지와 애호박을 넣어 볶아주고 토마토소스를 넣어 끓인 후에 삶은 면을 넣고 볶아주면 된다. 우리는 그 위에 치즈를 올려서 오븐에서 10분을 돌려서 오븐치즈 스파게티로 만들어 먹긴 하지만.

 

음식을 할 때에는 매번 냉장고에 있는 처치곤란 야채들을 총출동시켜서 넣는다. 동생이 매번 야채짬뽕이라고 싫은 내색을 하지만 하루에 한 끼 먹는 우리가 이럴 때 아니면 야채를 어떻게 쓰겠는가?

게다가 토마토소스와 가지는 꽤 맛이 어울린다. 애호박도 가지와 같이 넣으면 맛이 잘 어울리는 편이고, 냉동실 비우기 일환으로 넣은 알알이 깐 옥수수도 스파게티와 궁합이 나쁘지 않다.

나름 맛을 고려해서 야채들을 넣었다고 우겨보지만 고기를 좋아하는 동생 입장에서는 야채가 많이 들어간 것은 기분상 거부감이 드는 모양이다. 그래도 갖은 야채가 들어가서 내는 풍미는 조미료나 소스로 흉내 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음식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집 밖에서 먹는 음식들은 맛이 부족하다 느끼게 된다.

 

서울에서는 스파게티는 무조건 사 먹는 음식이었는데 시골에 와서는 무조건 집에서 해 먹어야 하는 음식이 되었으니 참 아쉽기 그지없다. 사실 스파게티가 만들기 어려운 음식도 아니고 어딜 가든 무난한 맛을 내는데 시골에서는 왜 하나같이 스파게티 맛이 형편없는지 모르겠다. 사용하는 허브들도 너무 질이 떨어지고 소스도 시판 대기업표 소스보다 맛이 없다. 그냥 소스를 사서 집에서 해 먹는 것이 스파게티 전문점에서 사 먹는 것보다 더 맛있는 형편이니 스파게티는 절대로 나가서 사 먹을 수가 없다.

 

좋은 재료로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파는 곳이 없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 서교동에 있던 "올리베또"라는 이태리식당이 더욱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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