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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음식 이야기

오리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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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져서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잇몸이 아파서 고기가 먹고 싶은데 고기를 씹을 수가 없다며 투덜대는 동생 때문에 오리 백숙을 끓이기로 했다(오리 고기는 부드러워서 씹지 않아도 된다는 동생의 주장이다).

닭이나 오리는 보통 끓는 물에 애벌로 삶은 후에 조리를 하는데 오리 백숙도 오리를 애벌 삶기를 한 후에 끓이면 잡냄새가 없고 기름도 좀 적어져서 깔끔 담백한 국물을 즐길 수 있다.

생강과 청주를 넣은 물에 애벌삶기한 후 깨끗이 씻은 오리와 생강, 마늘, 청양고추, 후추, 대추, 월계수 잎등을 압력솥에 넣고 오리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서 추가 울린 후 2분까지 삶는다(너무 오래 삶으면 고기가 흐물흐물 해진다).

삶은 고기는 고기만 잘게 찢어놓고, 국물은 면보에 한번 걸러놓는다. 물에 불린 녹두를 오리국물에 넣어 삶아서 녹두죽을 만든다.

 

마침 집에서 키운 숙주가 있어서 오리곰탕에 숙주를 넣어 먹기로 했다.

일인용 뚝배기에 오리국물과 오리고기를 넣고 끓이다가 마늘과 쪽파를 넣어주고 액젓으로 간을 한 뒤 팔팔 끓으면 불을 끄고 숙주를 넣고 녹두죽을 올린다. 동생은 너무 맵다고 뺐지만 나는 다진 수비초를 넣었더니 살짝 매콤해서 더 맛있다.

춥다고 노래를 부르던 동생이 오리곰탕을 먹고 나니 더워서 땀이 난단다. 진한 고기국물 맛에 몸보신이 절로 되는 기분이다.

 

아랫집 아주머니가 올라오셨는데 아들 먹을 반찬이 없다며 걱정을 하셔서 오리곰탕 끓인 것을 드렸더니 아저씨와 세 명이서 저녁에 나눠 드셨단다. 어쩜 오리도 딱 알맞게 삶아서 너무 질기지도 않고 너무 무르지도 않은 데다 국이 너무 진국이라며 우리 보고 오리백숙 장사를 하라신다. 아주머니는 이전에 오리백숙을 파는 식당에서 일을 하셨다고 하는데 우리가 끓인 오리곰탕이 너무 맛있다며 이 정도 맛이면 너나 나나 사 먹겠다고 줄을 서겠단다. 

누누이 말하는 거지만 내가 먹을 거니까 물을 적당하게 넣고 정성 들여 끓여서 진한 국물을 만드는 거지 식당을 하면서 누가 하나하나 세심하게 정성들인 음식을 만들겠는가?

어찌 됐건 장사를 하라는 말은 시골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맛있다는 표현이니까 그냥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간다.

 

사실 치우는 게 귀찮긴 해도 웬만한 고기 요리는 집에서 하게 되는 게 고기의 질이나 들어가는 고기의 양이나 음식에 들어가는 정성을 따져보면 식당에서 파는 것은 집에서 만드는 것을 따라올 수가 없다. 그러니 음식을 만드는 게 싫다 싫다 하면서도 늘 집밥을 고수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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