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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음식 이야기

호박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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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을 안 먹는 사람에게 호박이 많이 열리는 것은 아주 곤란한 일이다. 올해는 작년에 호박이 너무 많이 열려서 고생했던 경험을 토대로 딱 다섯 주만 심었는데도 불구하고 호박이 너무 많이 열렸다. 사람들에게 많이 나눔도 하고 서리도 당했지만 우리가 먹기에는 아직도 넘칠 정도로 호박이 많긴 하다.
특히 올해는 호박이 너무 커서 무게가  6kg~10kg 나가는 것들이 수두룩하니 하나를 쪼개는 것도 너무 부담스럽다.
거실에 쌓아두고 있다 보니 날씨가 더워서 하나 둘 상하는 호박이 생기기 시작한다. 
안 좋은 호박 하나를 잘라서 아랫집과 반을 나눴는데 호박 반덩이도 우리가 먹을 일이 요원하긴 하다. 
 
좋아하는 음식은 아니지만 대량으로 호박을 처리하기에는 호박죽 만한 것이 없다. 별수 없이 올해도 타의적으로 호박죽을 끓여야겠다. 
이곳에서는 호박죽을 새알도 넣고 팥이나 콩도 넣고 찹쌀도 넣어 마치 호박범벅처럼 끓여 먹는데 우리는 호박과 찹쌀가루만 넣어 호박죽을 끓인다. 들어가는 재료가 단순하니 호박이 맛있어야 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호박죽을 만드는 법은 호박을 쪄서 곱게 갈아 끓이다가 소금과 설탕을 좀 넣고 찹쌀가루를 넣어 투명한 빛이 돌 때까지 약한 불에서 충분히 저어가며 끓이기만 하면 된다. 콩이나 팥을 넣을 거면 따로 익혀서 호박죽과 섞어줘야 깔끔한 호박죽이 된다. 호박죽을 만드는 것은 기술은 필요 없지만 맛있는 호박인 좋은 재료와 천천히 저어가며 끓이는 정성이 필요하다.
 
아주 가끔 호박을 처리하기 위해 호박죽을 끓이는데 아무리 먹어봐도 진한 호박맛은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니다. 못 먹는 것은 아니지만 되도록이면 안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도 호박 반덩이를 처리하기 위해선 별수 없이 호박죽을 끓여야 하지만.

갑임 아주머니에게 갖다 준 호박죽

 

우습게도 우리는 많은 양의 호박을 처리하기 위해서 호박죽을 끓이는 지라 늘 호박죽의 양이 많아서 문제인데 이곳 사람들은 호박죽을 끓일 때 물을 넣어 호박죽의 양을 늘린다(도대체 얼마나 호박죽을 먹으려고?). 그러다 보니 우리의 호박죽은 호박의 맛이 아주 진해서 맛본 사람들은 다들 아주 맛있다고 하고 먹는다.
이전에 갑임 아주머니에게 호박죽을 끓여다 준 적이 있었는데 호박죽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더니 너무 맛있다고 극찬을 하시며 한 번에 다 먹었다고 다음에도 많으면 갖다 달라고 했던 적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동생과 나는 호박죽을 별로 안 좋아해서 호박죽이 맛있다는 이야기는 별로 공감이 안 간다. 여전히 마지못해 먹는 음식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야 호박고지라도 만들 텐데 날이 따뜻해서 아직까지는 호박죽 외에는 호박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 저 호박들 그냥 텃밭에 버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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