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뼈다귀 해장국은 대표적인 냉장고 파먹기 음식이다. 한번 끓이면 대량으로 끓여야 되니 필히 주변 사람들과 나눠먹거나 냉동실에 들어가야 하는 음식이라서 자주 해 먹지는 않지만 김장 전 냉장고 비우기에 돌입하면 꼭 해 먹는 음식이기도 하다.
이 시기쯤 되면 김장 전에 남아 있는 김치를 소진해야 되기 때문에 김치나 야채가 많이 들어가는 음식을 골라서 해 먹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뼈다귀해장국은 감자, 시래기, 우거지, 죽순 그 외에도 냉장고에 들어 있는 야채들을 한 번에 모아 처리할 수 있는 음식이라서 냉장고 파먹기로는 아주 제격이다.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가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집에서 만들어 먹기 싫은 음식 중에 하나인데 고기로 맛을 내는 대부분의 음식들은 식당에서 파는 것들이 너무 맛이 없기 때문에 시골에 내려온 이후로는 거의 집에서 해 먹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 끓인 뼈다귀 해장국은 집에서 끓인 것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아랫집과 나눠먹기로 했는데 우리와 알게 된 초반에는 체면 차리느라고 음식 나눠먹는 것에 소극적이던 아주머니가 이제는 우리가 음식 해서 내려간다고 하면 맛있는 음식 먹으러 오라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아, 낯선 사람들과 밥 먹는 것은 불편한데...... 이제 슬슬 아랫집과 음식 나눠먹는 것도 좀 자제해야 할 때인가 보다.
뼈다귀 해장국은 손이 많이 가기는 하지만 만들기 어려운 음식은 아니다. 들어가는 재료가 많으니 재료 손질하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인 것 같다. 뼈다귀 해장국은 돼지고기 등뼈를 사용하는데 이번에는 고기가 부족할까 봐 등갈비도 조금 넣었다.
뼈가 붙어있는 고기를 요리할 때는 핏물을 잘 빼줘야 잡내가 나지 않는데 우리는 신선한 고기를 쓰는 데다 애벌로 삶아주기 때문에 따로 핏물을 빼서 요리하지는 않는다.
등뼈와 등갈비를 생강과 청주를 넣은 물에 애벌로 삶아서 깨끗이 씻은 다음 압력솥에 넣어 뼈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월계수잎, 후추, 생강, 마늘, 대추, 청양고추등의 향신료를 넣어 삶아주는데 너무 오래 삶으면 살이 으스러지니까 추가 울리고 2분 정도만 삶아주면 된다. 먹기 좋게 자른 시래기와 우거지, 죽순, 데친 숙주는 고춧가루와 된장, 들깨가루를 넣고 양념해 놓고 고기에 기름을 걷어낸 육수를 붓고 양념한 야채와 큼직하게 썬 감자를 넣고 20분간 약한 불로 맛이 배어들게 삶다가 간을 하고 다진 마늘과 대파를 넣어 한소끔 끓여서 완성한다.
아랫집 아주머니가 드셔보시더니 어떻게 끓이면 들어가는 재료들이 이렇게 하나도 질기지가 않냐며 신기해하신다. 이빨이 안 좋은 두 어르신들을 위해서 특별히 신경 쓰는 것도 있지만 우리 집에서 자란 야채는 지렁이 분변토에서 키운 것이라 원래도 질기지가 않다. 아주머니 호출로 방문한 큰 아들도 맛있다고 한 그릇 뚝딱이다. 6리터 냄비에 한가득 끓여갔는데 6명이서 한 끼에 다 먹었다. 평소 먹는 양을 생각하면 다들 너무 많이 드신 것 같다.
아랫집은 외식도 곧잘 하시는데 집에서 한 음식을 먹으니 고기도 많고 국물도 진해서 파는 음식이랑은 비교가 안된다며 너무 좋아한다.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맛있고 좋기야 하지. 그래도 반나절 걸려 만들고 한 끼에 다 먹으면 좀 허탈하다.
다들 맛있게 먹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