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김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었었는데 시골에 내려와 살면서 직접 김장 김치를 담아 먹다 보니 김치를 많이 먹지 않아도 김장은 한 해라도 빼먹을 수는 없는 중요한 일이 되었다.
텃밭에서 나오는 갖가지 재료들로 김치를 담아 먹을 수는 있지만 추운 날씨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자란 배추와 무로 담는 김장 김치의 맛을 따라올 수 있는 김치는 거의 없기 때문에 김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김장 김치는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음식이기 때문이다.
사실 김장을 준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도 꼬박 일 년을 김장을 위해 준비한다. 보통 김장에 쓰는 배추를 9월에 정식하는데 9월부터 양념에 쓰는 마늘을 심어 키우기 시작하니 마늘부터 시작해서 배추를 수확하여 김장을 담기까지가 15개월이 걸리는 대장정이 되는 셈이다. 9월에 마늘을 심는 것을 시작으로 4월에는 고춧가루용 고추와 생강을 심고, 5월에는 멸치액젓을 담고, 6월에는 새우젓과 매실청을 담고, 9월에 배추와 무, 쪽파와 갓등 김장 채소를 본격적으로 심고 12월에 김장 김치 담는 것을 매년 반복해야 한다. 소위 연간 루틴이다.
배추와 무를 수확했으니 본격적인 김장 김치 담기를 시작한다. 먼저 배추를 소금에 절여야 하는데 배추 한포기당 물 2리터에 소금 300g을 넣어 12시간 정도 절여야 한다. 배추를 반으로 잘라서 밑동에 칼집을 내주고 소금을 배추 속과 줄기 부분에 한주먹식 올려서 차곡차곡 쌓은 후에 분량의 소금물을 부은 뒤 맨 위에 큰 양푼에 물을 받아 눌러주면 배추가 절여지면서 소금물에 잠기게 되는데 6시간이 지나면 위아래를 바꿔서 쌓은 뒤 6시간을 더 절여주면 된다.
잘 절여진 배추는 줄기 부분이 꺾이지 않고 휘어지는데 배추가 잘 절여졌으면 깨끗하게 3번 정도 잘 씻고 헹궈서 채반에 가지런히 쌓아서 6시간 정도 물을 빼준다.
배추를 절이고 김장 김치 양념을 만들어 놓는데 김치 양념은 절인 배추 20kg 기준으로 고춧가루 1.2kg, 다진 마늘 900g, 다진 생강 180g, 생새우 600g, 청각 300g, 육수 6컵, 찹쌀죽 6컵, 매실청 200g, 멸치액젓 1kg, 새우젓 300g, 갈아놓은 무 3kg을 잘 섞어서 6시간 정도 숙성시켜 만들었다.
김치 속재료는 얼청갓 600g, 쪽파 600g, 무채 1kg, 배 두 개를 채 썰어서 준비하고 김치 사이사이 박아줄 섞박지용 무는 큼직하게 썰어서 소금에 한두 시간 절였다가 씻어서 물을 빼놓아 준비한다.
섞박지용 무는 고춧가루로 버무려 놓고 김칫소는 김치 양념과 잘 섞어서 버무려 놓은 후에 배추에 양념을 꼼꼼히 바르고 김칫소를 두세 군데 넣어서 잘 오므려 준다.
양념에 치댄 배추는 잘 오므려서 겉잎으로 잘 감싸준 후에 김치통에 꼭꼭 눌러 쌓는데 김치 한쪽에 섞박지 하나씩 넣어 빈 공간이 없게 차곡차곡 쌓아서 김치통에 70~80% 정도 채운 후에 바닥을 두어 번 쳐서 공기를 빼주고 공기와 직접 닿지 않도록 우거지를 꼼꼼히 덮어 잘 밀봉하여 보관해야 한다.
김치는 혐기발효 식품이라 공기가 닿지 않도록 잘 밀봉하여 보관해야 맛있게 발효가 된다.
무가 많이 들어가면 김치가 익었을 때 굉장히 시원한 맛이 나고 청각은 김치가 빨리 시어지는 것을 막아준다고 한다. 김장 배추는 단맛이 많이 나기 때문에 익혀먹는 김치에는 매실청을 넣지 않아도 김치에 단맛이 나는데 우리는 고춧가루가 너무 맵고 이번에는 생김치도 좀 먹을 예정이라 매실청을 조금만 넣었다.
김치통에 담아 놓은 김치를 보니 무척이나 뿌듯하다. 큰일이 하나 끝난 셈이다. 김치 때깔이나 향이 너무 좋다. 매년 김치가 더 맛있어지니 정말 큰일이다. 올해는 유난히 고춧가루가 매운데 매워도 맛있어서 자꾸 먹게 된다.
김장 김치에는 수육이 빠질 수 없으니 배추 쪼가리를 양념에 버무린 겉절이 김치에 수육을 곁들여 먹어 한 끼를 해결했다. 매콤한 김치에 담백한 돼지고기 수육은 정말 잘 어울린다. 다들 이 맛에 김장을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