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데군데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딸기의 모습이 보인다. 딸기가 익는 시기인가 보다. 요즘은 많은 작물들이 하우스에서 나오다 보니 과일들의 제철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딸기도 마찬가지다. 하우스에서 재배되어 판매되는 딸기는 4월이면 거의 끝물이니 딸기가 5,6월에 나온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었다.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딸기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감회가 새로운데 딸기가 그렇게 키우기 어려운 작물은 아니지만 워낙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이다 보니 지금처럼 날이 가물 때는 매일 물을 줘서 키워야 하기 때문에 키우는 것이 아주 수고로운 일이 되기 때문이다. 작물을 심어놓고 도통 관리라는 것을 하지 않는 동생은 '가물어서 열매가 작으면 작은 대로 먹지, 뭐'라며 소탈한 모습을 보이더니 막상 설향 딸기 열매가 물이 없어서 죄다 손톱만 한 크기로 자라고 있으니 '먹을 게 없다'며 신경질을 낸다. 먹을만한 딸기가 거저 나오는 줄 알았는가?
집에서 물을 받아서 텃밭에 갖다 줄 때는 완두콩과 킹스베리만 겨우 물을 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킹스베리는 크기가 아주 크진 않지만 먹을만한 딸기로 자랄 수 있었다.
주변에서 딸기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를 봐도 키우는 딸기들은 사 먹는 딸기와 다르게 크기가 작고 색깔이며 모양이 좋지 않은데 우리 텃밭의 딸기는 보기에는 그럭저럭 딸기다운 딸기가 열리니 텃밭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사기는 한다. 원래 열매가 큰 킹스베리라서 딸기가 그나마 큰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작심하고 적과를 하며 키운다면 크게도 키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정도의 정성을 딸기에 쏟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딸기도 병충해가 많아서 약을 많이 치는 작물 중에 하나라고 한다. 딸기밭에 대파나 부추를 같이 키우면 곰팡이병을 막아준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우리는 딸기에 물만 줄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딸기가 의외로 깨끗하고 먹음직스럽게 자라서 텃밭을 구경하는 사람들마다 이맘때가 되면 새삼 딸기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
딸기는 모종을 정식하고 꽃이 필 때까지는 대충 아무렇게 관리하다가도 꽃이 핀 이후부터는 정성을 좀 들여야 하는데 일단 물을 꾸준히 줘야 하는 데다 딸기가 열려서 어느 정도 커지면 땅에 닿지 않도록 돌이나 조개껍데기로 받쳐줘야 벌레의 피해도 줄이고 모양이 이쁜 딸기를 얻을 수 있다. 날이 어느 정도 따뜻하고 일장이 길어지면 딸기가 빨갛게 익기 시작하는데 햇빛이 닿는 부위만 빨갛게 익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빨갛게 익히려면 햇빛을 고루 받도록 열매를 돌려줘야 한다.
딸기가 전체적으로 진한 빨간색이 되면 수확을 하는데 딸기를 좋아하는 동생은 집에서 키운 딸기는 조금 덜 익어도 파는 딸기와는 다르게 맛이 풍부하고 진하다고 한다. 수확한 딸기 맛을 보니 정말 파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딸기의 맛이 진해서 새콤달콤한 풍미가 입안 가득 맴돈다. 맛이 이렇게 차이가 나니 귀찮더라도 딸기를 키워먹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딸기를 키우는 사람들 치고 사 먹는 것보다 맛있게 딸기를 키우는 집은 아예 없어서 맛있는 딸기를 먹으려고 키우는 것은 아마 우리 집에 국한된 이야기일 것이다.
동생의 말로는 작년에는 딸기가 익으면 개미나 새가 먼저 달려들어 먹어서 상추 잎사귀로 딸기를 가려주곤 했었다는데 올해는 개똥쑥과 쪽파줄기를 딸기밭에 멀칭해 놓아서 그런지 개미나 새의 피해가 줄어들어서 달려있는 딸기들을 온전히 따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게다가 집에서 키운 딸기는 신선함도 오래 유지돼서 따서 며칠을 놔둬도 물러지는 것 없이 생생하다.
수확한 딸기를 먹을 때마다 동생은 딸기밭을 늘릴 생각을 하곤 한다. 딸기맛이 기대 이상이니 많이 키워서 많이 수확해 먹고 싶어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딸기는 밭을 만드는 것부터 열매를 수확하기까지 은연중에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인데 딸기밭을 늘렸다가 그 일을 다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빨갛게 익은 딸기가 눈에 확 띄기 때문인지 방금 수확을 끝낸 딸기밭인데 텃밭을 지나가며 구경하던 사람이 '딸기를 수확해야겠네요'라고 인사를 한다. 우리 눈에만 안 익은 딸기인가?
동생에게는 동네 지인이 '딸기를 저렇게 이쁘게 키워서 아까워서 어떻게 먹습니까?'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딸기 농사를 잘 지었다는 칭찬인 것인데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니까 당연히 맛있게 잘 키워 먹어야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이 동네에서 우리뿐이라 남들 눈에는 먹기 위해 잘 키우는 것은 아까운 일로 보이는 것 같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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