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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홍산마늘 통마늘(단구)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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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홍산마늘 단구 크기가 제각각이다

 

우리는 처음에 의욕적으로 작물을 심었다가 나중에 흐지부지 방치하는 작물들이 꽤 많다. 끈기가 없는 동생의 성향 탓도 있고 다품종 소량생산을 지향하는 우리 텃밭의 상황 때문에 넘쳐나는 텃밭일을 감당하지 못해서 이기도 하다. 

텃밭을 가꾸기 시작한 초반에는 그래도 잘 키워보려고 액비도 만들어주고 지렁이분변토로 북주기도 자주 해주며 나름 신경 써서 정성 들여 가꾸는 작물이 많았는데 요즘은 액비는커녕 충해가 심해도 천연농약조차 치지 않는다. 동생의 표현대로 '살아남는 것만 먹어도 충분해'하는 심정이랄까?

 

몇 년 전만 해도 마늘과 양파는 우리가 아주 신경 써서 키우던 작물이었다. 양파와 마늘의 비대기인 4월 5월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액비를 만들어서 줄 정도로 정성을 다해 키웠었다. 그런데 그것도 이제 다 옛말이 되어버렸다. 올해 마늘과 양파의 비대기에 이곳은 비다운 비가 오지 않고 날이 아주 가물었는데 물 한 번을 주지 않고 그냥 방치하고 있다.

 

다른 텃밭의 상황은 모르겠지만 올해 우리 홍산마늘은 상태가 아주 좋다. 녹병도 없고 크기도 꽤 크다. 우리가 홍산마늘을 키워본 이래 가장 마늘 상태가 좋은 것 같다. 원인은 잘 모른다. 마늘밭의 땅이 워낙 좋기도 하고 인편 마늘이 아닌 통마늘을 심어서 그럴 수도 있다. 주아 재배를 처음 해본 건데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는 꽤나 만족스러운지라 홍산마늘은 계속 주아 재배를 하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작년에 채종한 얼마 안 되는 홍산마늘 주아(홍산마늘을 적게 심었었다)를 마늘밭 한 구석에 심어놨었다.

작년에 홍산마늘 주아가 잡초의 기세에 눌려 잘 자라지 못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올해는 풀도 재빨리 매서 주아만 자라도록 관리를 해줬는데 그런 여파인지 작년보다는 주아가 자라는 모양이 훨씬 좋아졌다.

 

동생의 말로는 홍산마늘의 통마늘은 보통 홍산마늘과 같이 수확한다고 한다. 그런데 홍산마늘은 한 2주 후에나 수확해야 할 것 같은데 통마늘은 지금 수확해도 될 것 같아 보인다. 마늘을 한꺼번에 다 수확해서 옮기기는 버거우니 일단 홍산마늘 통마늘부터 수확해서 옮겨 놓기로 했다.

통마늘을 모두 뽑아놓고 보니 크기가 제각각이다.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작년에 심어보니 통마늘이 작아도 잘 키우면 마늘이 크게 자란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작은 통마늘도 소중히 다 챙겼다. 남들이 보기에는 얼마 안 되는 양의 통마늘이겠지만 우리가 심기에는 충분히 많은 양이라 좋은 것들만 엄선해서 심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 살짝 고민이 된다.

수확한 통마늘은 잘 말려서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보관하면 된다. 

 

별로 한 건 없지만 홍산마늘의 종자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하니 엄청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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