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작물들의 맛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 텃밭을 가꾸면서 직접 키워먹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상추를 키운다고 하면 베란다에서 키우든 화분에서 키우든 재배기로 키우든 텃밭에서 키우든 다 비슷한 상추맛이 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열악한 조건 속의 옥상이나 베란다 혹은 실내에서 수고스럽게 채소를 키워먹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텃밭이 없으니 그렇게라도 직접 키운 작물을 먹겠다는 의지는 아주 높이 살만하지만 좋은 성과를 얻을 수는 없는 일인지라 진정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실 작물은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똑같은 품종의 상추라도 어떻게 키웠는지에 따라 맛과 향, 식감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어서 작물 특유의 맛은 다 동일하다고 생각하니 먹는 것에 재배방식을 따지는 것을 지나치게 깐깐하게 군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맛있는 작물을 먹어본 사람이라면 재배방식을 따지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된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보통 마트에서 파는 채소들을 사 먹으니 맛의 차이라는 것을 잘 느낄 수가 없다. 보통의 전업농들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작물들을 키우기 때문이다. 텃밭을 가꾸는 많은 사람들도 열심히 전업농들의 방식을 따라 작물을 키우려고 하기 때문에(전업농이 전문가라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 파는 것과 비슷한 맛(혹은 그보다는 못한 맛)의 작물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텃밭을 가꾸는 이유가 사 먹을 수 없는 맛있는 작물을 얻기 위함인 우리로서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방식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마치 값싸게 구할 수 있는 흔한 공산품을 굳이 사지 않고 비슷한 품질(혹은 그보다 못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쓰겠다고 시간과 노력을 허비하는 셈이니 수지도 안 맞고 보람도 없는 어리석은 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위에 사진은 한날한시에 찍은 삼잎국화의 모습이다. 똑같은 시기에 옮겨 심었고 비슷한 간격으로 심어놓은 것이었는데 일 년이 지난 지금 자라는 모양새는 매우 차이가 난다. 왼쪽에 삼잎국화는 밭 가장자리에 해충 방제와 잡초 억제의 효과를 노리고 심어놓은 것이고 오른쪽 삼잎국화는 번식을 목적으로 좋은 땅에 심어놓은 삼잎국화인데 똑같이 방치하고 키우고 있는 작물이지만 번식력과 성장세, 자라난 모양은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모양이나 색깔도 틀리고 당연히 맛과 향도 큰 차이가 난다. 동일한 작물이고 같은 텃밭에 심어 놓은 거지만 토양의 비옥도에 따라 자라는 모양새가 확연하게 다르고 맛도 그만큼 큰 차이가 난다.
우리 텃밭은 비워놓은 땅이 많기 때문에 좋은 땅과 척박한 땅이 뒤섞여 있다. 삼잎국화의 예와 같이 좋은 땅에서 자라는 작물과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작물을 비교해서 보게 되면 먹는 작물은 절대 척박한 땅에 심을 수가 없다. 자라는 모양새도 맛도 너무 형편없기 때문이다. 워낙 자생하는 작물들이 많아서 심지 않아도 척박한 땅에서 자생하여 자라는 작물들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작물들은 대부분의 잡초처럼 베어서 퇴비를 만드는데 쓰지 절대 먹지 않는다.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는데 좋은 땅에서 자란 작물이 그렇다. 좋은 땅에서 자란 작물을 한번 먹게 되면 계속 좋은 땅에서 자란 작물만 찾게 된다. 맛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렁이분변토에서 키운 작물만 고집하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삼잎국화가 자라는 모양을 보면 우리 텃밭의 척박한 땅이 굉장히 안 좋아 보이겠지만 사실 우리가 척박한 땅이라고 하는 땅의 비옥도는 주변 사람들이 작물을 가꾸는 땅과 비슷하거나 좀 더 좋은 땅이다. 그래서 우리가 척박한 땅에서 자란 작물을 버리는 것을 보는 사람들마다 버릴 거면 달라고 해서 가져가려고 한다. 우리로서는 좋은 땅에서 자라는 작물도 넘쳐나기 때문에 척박한 땅에서 자란 작물을 먹는 작물로 취급하지도 않는데 얻어가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맛있고 좋은 유기농 작물로 치부되니 좋은 땅에서 자란 작물을 먹어본 것과 안 먹어본 것의 차이는 상당하다.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의 목적은 분명히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왕 작물을 키우기 위해 수고하는 거라면 작물을 키우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작물을 건강하고 맛있게 키우는 것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건강하게 자란 작물들은 자체의 면역력이 강해서 키울 때도 큰 어려움이 없지만 섭취했을 때 우리의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작물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기본은 영양이 풍부하고 미생물이 균형 잡혀 있는 좋은 땅인 것이다.
판매가 목적이 아니라 자기가 먹는 것을 키우는 것이 목적인 농부라면 땅을 가꿔서 좋은 땅에 작물을 키워보는 것이 좋다. 작물이 잘 자라니 키우기도 어렵지 않은 데다 덤으로 맛도 좋은 작물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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