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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홍산마늘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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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해서 밭에 널어놓은 홍산마늘

 
홍산마늘은 한지형 마늘이라 이 지역에서 많이 심는 난지형 마늘보다는 수확을 한 두 주 정도 늦게 한다. 이 지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난지형 마늘인 남도마늘을 심고 있어서 보통은 6월 초순쯤에 수확을 하는데 올해는 마늘 상태가 안 좋았는지 5월 중순부터 수확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더니 지금은 모두들 마늘 수확을 끝내서 밭에 마늘이 남아 있는 집은 우리 집 밖에 없다.
우리는 난지형 마늘인 단영 마늘을 이번에 수확했는데 그마저도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았으니 당연히 홍산마늘은 아직 수확할 때가 되지 않은 것이 분명하지만 주말에 장마로 추정되는 연속적인 비소식이 있다고 하니 수확하고 햇볕에 며칠간 바짝 말려서 보관해야 되는 마늘의 특성 때문에 장마 전에 수확해야 할 것인지 장마 후에 수확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됐다. 장마 전에는 수확하기가 좀 이르고 장마가 지나고 나면 수확 적기를 많이 지날 것 같아서 마늘의 상태가 안 좋아질까 봐 걱정이 된다.
일기예보상으로는 주말 이후로도 중간중간 비 오는 날들이 끼어 있기 때문에 마늘을 수확한 이후 말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별수 없이 좀 이르지만 비 오기 전에 홍산 마늘을 수확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홍산 마늘은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에 수확하면 딱 적당할 것 같았는데 일기 예보의 정확성을 믿지는 않지만 별도의 창고가 없는 우리는 비가 오면 밖에서 말리던 것을 전부 집 안으로 가져가 거실에서 말려야 하는데 이미 수확물로 난장판이 되어 있는 거실 상태를 생각하면 혹시 비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요행을 바라고 수확을 미룰 배짱이 없으니 아쉽지만 좀 이르게 수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봐야 마늘이 좀 안 컸을 뿐이겠지'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파렛트에 말리고 있는 단영마늘과 홍산마늘

 
이번 홍산마늘은 단구를 심어 키운 것인데 그래서 그런지 편차가 크다. 큰 건 아주 크고 작은 건 아주 작다. 크기를 보나 상태를 보나 올해 홍산마늘 농사는 대체로 꽤 괜찮은 편인 것 같다. 마늘의 크기가 큰 것은 꽤 커서 수확하던 동생이 '코끼리마늘인 줄 알겠다'며 웃는다. 원래도 홍산마늘은 다른 마늘보다 크기가 큰 편이기는 한데, 올해 마늘은 의도하지 않게 방치되어서 2~3월에 늘 하던 추비도 하지 않은 데다 마늘 비대기에 비도 안 와서 마늘이 제대로 자랄 거라는 기대가 전혀 없었는데 희한하게 홍산마늘은 딱히 큰 병충해도 없이(그 유명한 녹병도 없었다) 다른 때보다 훨씬 잘 자란 것 같다.
 
단영마늘은 안 그래도 크기가 작은데 홍산마늘 옆에 놓으니 완전 꼬꼬마 마늘 같다.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이 마늘을 널어놓은 것을 보고는 줄기가 생생한데 수확을 일찍 한 거 아니냐며 마늘이 너무 크고 좋아 보인다고 부러움을 담아 칭찬을 해 준다. '그러게요 내가 생각해도 올해 마늘 농사가 잘 된 것 같긴 하네요.'라며 겸손함 없이 수긍했다. 내 마늘 농사 경험 중에 올해가 가장 좋기도 하고 큰 마늘의 크기가 역대급으로 큰 것도 사실이니까.

홍산마늘 반접의 위엄

 

파렛트에 겹치지 않게 늘어놓으니 한 줄에 25개씩 딱 반 접을 놓을 수 있었다. 단구를 백개(한 접) 정도 심은 것 같은데 수확한 것도 대충 한 접 정도 되는 것 같으니 심은 것만큼 수확한 것은 맞는데 크기가 크다 보니 실제 마늘의 양은 꽤 많을 것 같다. 두 접 같은 한 접인 거 아냐?

주아를 얻기 위해 남겨놓은 홍산마늘

 

이제 텃밭에는 주아를 받으려고 남겨놓은 홍산마늘만 남았다. 홍산마늘을 주아로 재배해 본 첫해인데 홍산마늘이 저리도 좋으니 계속 주아 재배를 할 요량으로 병 없고 좋아 보이는 마늘의 주아를 남겨 놓는다. 사실 우리는 일 년 동안 마늘 한 접이면 충분히 먹고도 남을 양이기에 대여섯 개의 주아만 남겨도 되는데 잉여로 키운 마늘이 많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주아를 남기게 되었다. 이러다가 점점 마늘을 많이 심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나름 사연이 많은 마늘 수확은 끝났으나 아직 적양파와 홍감자, 두백감자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괜히 수확 노이로제 운운 하는 것이 아니고 감자, 양파, 마늘등 덩치가 큰 수확을 몇 번 해서 집으로 나르고 나니 확실히 이제는 수확이 감흥도 없고 좀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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