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저녁 동생이 '언니 나 사고 친 거 얘기했나? 청유자를 주문했어'라고 넌지시 고백했다. 살짝 쇼핑중독의 기운이 있는 동생은 우리 집 쇼핑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우리 집에서는 먹을 것부터 입는 것, 쓰는 것 등 어느 것 하나라도 동생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거의 없다. 물론 쇼핑에 일가견이 있기도 하다. 물건을 고르는 안목이 아주 대단해서 인터넷으로 쇼핑을 하더라도 아주 질 좋은 제품을 잘 골라서 사곤 한다.
호기심이 많은 동생은 처음 접해보는 제품도 곧잘 사는데 이 청유자 또한 처음 사보는 이른바 '새로운 시도' 중의 하나인 것이다. 외부에서의 평가가 어떠하든 나는 청귤이나 청유자처럼 제대로 익지 않은 소위 상품 가치가 없는 작물들을 상품으로 파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원래는 상품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 솎아서 버리는 열매들이었을 텐데 그걸 돈을 받고 팔겠다고 그럴듯하게 상품으로 포장해서 맛이 어떻고, 효능이 어떻고 하는 것이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동생의 설명으로는 유자보다도 청유자가 비타민 C가 훨씬 더 많고 영양 성분도 높다고 하는데, 제대로 섭취될지 알 수 없는 그 영양성분을 위해서 익지도 않은 풋열매를 따먹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회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의 부정적인 시선과 상관없이 이미 주문해서 받은 상품이니 처리를 해야 한다. 그나마 1kg만 구입했기 때문에 다행이지 더 많이 주문했다면 욕 나올 뻔했다. 나는 몇 년 전에 유자 4kg(최소구매 단위가 4kg이었다)으로 유자청을 담은 적이 있었는데 유자를 썰다 썰다 지쳐 크게 고생한 적이 있은 후로 유자청에 대한 인상이 곱지 않다.
동생은 반은 청유자청, 반은 유즈코쇼를 만들고 싶어 했지만 청유자 제스트를 만들기 귀찮아 이번에는 그냥 청유자청을 만들고 맛이 나쁘지 않다면 다음에 유즈코쇼를 시도해 보는 걸로 합의를 봤다.
단순히 기호를 위한 것이라면 맛있는 것을 사 먹어도 되지만 건강을 위한 제품이라면 가능하면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한다. 수고스럽지만 생강청이나 유자청을 직접 담는 까닭도 그런 것이다. 파는 것들이 좋은 재료를 엄선하여 사용할 거라는 믿음도 없지만, 세척이며 만드는 과정 중에 위생 문제도 염려가 되고, 몸에 좋지 않은 각종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도 없기 때문에 나는 판매하는 건강제품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다.
건강을 위한 제품은 건강한 재료로 만들어야 한다. 감기 예방이나 피로 해소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소위 약용으로 담는 청유자청 또한 건강한 청유자를 선택해 담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체로 껍질째 사용하는 작물은 필히 유기농으로 키운 것을 선택해야 하고 세척도 꼼꼼하게 해주는 편이 좋다. 특히 유자같이 표면이 울퉁불퉁한 것들은 아무리 깨끗이 씻는다고 하더라도 표면의 농약이 제대로 세척되지 않기 때문에 유기농이 아닌 것으로 청을 담을 바에야 안 먹는 게 더 건강하다는 게 내 지론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청유자청을 담아보자. 청유자청을 담을 유리병은 열탕 소독을 해서 준비한다. 찬물에 병을 엎어놓고 끓이기 시작해서 물이 끓고 나서 10분 정도를 더 끓인 후에 병을 세워서 수분이 증발하도록 놔두면 된다.
청유자는 베이킹 소다를 이용해서 깨끗이 세척해 주는데 우리는 뜨거운 물에 살짝 굴린 후에 세척을 해 주었다. 깨끗이 씻은 청유자를 말려서 표면의 물기를 꼼꼼히 제거한 후에 쓴맛이 나는 씨와 가운데 심지를 제거하고 얇게 썰어준다. 당절임이 잘되게 하기 위해 가능하면 얇게 썰어주는 것이 좋다.
얇게 썬 청유자의 무게를 재고 동량의 설탕을 넣어 잘 버무린 후에 소독한 유리병에 담고 그 위에 설탕을 덮어 공기와 접촉하지 않게 밀봉하여 뚜껑을 덮는다. 상온에서 2~3일 두고 설탕이 완전히 녹은 후에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면 된다.
보통 3~4주 숙성 후에 먹는다고 하는데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유자청은 오래 숙성시킬수록 맛과 풍미가 뛰어난 것 같다. 나는 새콤한 것을 싫어해서 그다지 감흥이 없는데 달콤 새콤한 것을 좋아하는 동생은 청유자청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렇다고 해도 일 년에 몇 번 먹지 않을 테니 청유자청을 담는 것은 확실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일 텐데.
전에 담은 유자청도 우리가 먹은 것보다 남들에게 나눠준 게 더 많았으니 청유자청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다 담고 나니 밭에서 생강을 뽑아와서 생강이랑 같이 담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큰 기대가 없는 청유자청이었지만 나중에 맛보고 나서 매년 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커피 외에 다른 차를 잘 안 먹긴 해도 겨울 추위를 극복하는 데는 생강차와 유자차 만한 것이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저쨌든 일단 담아놨으니 맛있게 숙성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