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음식 이야기

레몬생강청 만들기

728x90

유리병을 열탕소독한다

 

수확한 생강을 빨리 써야 하니 생강 소진에 골몰하고 있던 때에 레몬과 생강을 같이 넣어 청을 만들면 맛도 맛이지만 생강의 효능에 비타민C가 더해져 영양면으로도 더 좋은 차가 된다는 글을 읽었다. 시트러스류를 좋아하는 동생은 이 기회에 옳다구나 레몬을 구입하여 레몬생강청을 만들기로 했는데, 지금 시기에는 청레몬이 나오는 시기라 청레몬을 구입하게 됐다.

 

나는 건강차의 효능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인 입장이다. 텃밭을 가꾸며 작물을 키우다 보니 똑같은 작물이라도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영양과 효능이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서 먹는 음식에서 건강을 기대하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특히 생강처럼 비료를 처발처발 해서 키우는 작물들(배추, 쪽파 등)의 효능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인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파는 재료로 담는 건강차는 맛으로 먹어야지 효과를 기대하면서 먹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효과도 별로 없겠지만.

우리는 직접 키운 생강을 사용하다 보니 맛도 맛이지만 열이 오르는 것도 확연하게 느낄 수 있는데, 시판 생강을 구입해서 차를 담는다면 효능을 따져봐야 헛 일이다. 좋아하는 차를 마시는 것으로 만족하자.

 

효능을 따지지는 않더라도 내가 먹을 것을 담는 것이기 때문에 재료는 엄선해서 골라야 한다. 레몬은 국내산 유기농 레몬으로 고른다. 수입산은 약품처리를 어떻게 하고 들여오는지 몰라서 껍질째 차를 담는 용도로 쓰기에는 부적절하다. 그냥 레몬차를 안 마시고 말지. 엄밀하게 유기농 제품이라도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같은 유기농 제품이라도 좋은 땅에서 건강하게 키워야 좋은 제품이 되는 법이지만 판매하는 유기농 제품들은 다 한계가 있기 때문에 효능은 믿을 수 없으나 최소한 유해하지는 않은 것에 만족하고 선택하는 거다. 나는 관행농법으로 키운 재료로 건강차를 담을 바에는 차라리 차를 안 먹는 것이 더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국내산 유기농 제품을 구할 수 없다면 차라리 차를 담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찐 생강

 

차를 담는 생강은 토종생강을 이용한다. 개량종 생강보다 크기가 작지만 향이 진하고 매운맛 외에도 다양한 맛을 가지고 있어서 풍미가 훨씬 뛰어나다. 토종생강은 자란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색깔을 지닌다고 한다. 껍질을 벗겨보면 초록색, 갈색, 검은색 등의 색깔을 띠고 있을 수 있는데 토종생강의 자연스러운 특징이니 생강이 이상하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번에 레몬생강청을 담으면서 생강은 쇼가올의 성분을 높이기 위해 쪄서 담았다. 껍질을 깐 생강을 압력솥에 넣고 추가 울린 후 6분 정도 쪄주었다.

 

레몬은 유기농 레몬이기 때문에 베이킹 소다를 이용하여 깨끗이 씻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우리는 껍질의 불순불을 제거하기 위해 뜨거운 물에 한 번씩 굴려주었다.

레몬을 깨끗이 씻어 놓았다

 

재료의 손질이 끝나면 레몬생강청을 담아보자. 먼저 청을 담을 유리병을 열탕 소독한다. 냄비에 차가운 물을 받아 병을 거꾸로 세워서 끓여주는데, 물이 끓기 시작하면 10분 정도 더 끓여서 소독을 해준다. 달궈진 병을 건져서 물기를 털어내고 세워 놓으면 병의 열기 때문에 병 안의 수분이 금세 마른다.

 

청을 담을 때는 물기가 섞이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혹시 물기가 남아 있다면 꼼꼼히 제거하고 사용한다.

생강과 레몬을 얇게 썬다

 

쪄 놓은 생강과 레몬은 얇게 편으로 썰어준다. 설탕에 재우는 것이다 보니 가능하면 얇게 썰어줘야 맛이 빨리 우러난다.

썰어놓은 레몬과 생강을 동량으로 섞어 주는데, 우리가 청을 담을 2L 캐니스터에는 대략 750g의 생강과 750g의 레몬이 들어갔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차를 담는 재료들은 손으로 썰어주는 게 맛이 깔끔하게 우러나는 것 같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기계를 이용해서 갈거나 썰면 맛이 지저분해진다. 차를 담을 때 채칼이나 믹서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한데 건강을 위해 담는 거니 손질에도 정성을 들여보자고 굳이 우겨본다.

동량의 설탕에 버무린다

 

레몬과 생강을 합친 무게와 동량인 설탕을 섞어놓은 레몬과 생강에 넣어 잠시 실온에 놔두면 금세  설탕이 녹아 물이 생기는데 이것을 잘 뒤적여서 설탕물이 레몬과 생강에 골고루 코팅되게 한 후에 소독한 유리병에 담고 입구를 설탕으로 채워 밀봉해서 보관한다. 설탕이 녹을 때까지 2~3일 상온에서 보관하다가 이후 냉장고에서 보관하면 된다.

 

나는 레몬생강청은 설탕을 이용해서 담는다. 생강은 꿀로 담아도 괜찮지만 레몬처럼 수분이 많은 재료는 꿀로 청을 담으면 당도가 약해서 상하기 쉽다. 풍미를 원한다면  꿀을 조금 섞어도 되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유자나 레몬은 설탕으로 청을 담는 것이 더 깔끔하고 맛있는 것 같다.

 

설탕은 비정제설탕을 사용한다. 우리는 정제설탕을 사용 안 한 지 오래라 정제설탕의 맛을 잘 모르긴 하는데 예전에 백설탕을 써보니 단편적인 단맛만 나고 맛도 굉장히 인위적이라 청을 담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색 때문에 의외로 청을 담을 때 백설탕을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청을 만들면서 정제설탕을 사용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인데, 발효 음식을 만드는 재료들은 발효미생물들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최대한 가공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건강차를 만든다고 하면서 정제설탕이 웬 말인가?

 

요즘은 설탕이 안 좋다고 인공감미료(스테비아, 알룰로스등)를 이용하여 청을 담그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청을 담을 때 인공감미료를 쓰는 것은 정제설탕을 쓰는 것보다 더 좋지 않다. 우리는 작물을 키울 때도 토양 미생물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화학비료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데, 화학제품인 인공감미료가 과연 발효미생물의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있는가? 예전에 어떤 기사에서 인공감미료가 체내에서 소화, 흡수가 되진 않아도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기 때문에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깨뜨려서 오히려 건강에 유해할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나는 이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다. 

병에 담은 레몬생강청

 

내가 당뇨가 없어서 잘 모르는 걸 수도 있지만 건강을 위해서 대체당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부정적인 입장이다. 공장을 거쳐 나오는 것치고 건강에 좋은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차를 담으면서 건강에 대한 고찰이 없는 것은 좀 씁쓸하다. 나는 '밥이 보약이 아니라 보약 같은 밥이 보약'이라고 믿는 사람이라서 건강차 또한 건강한 재료들로 건강하게 담아야 건강에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건강차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효능보다는 건강한 재료를 고르는 법, 영양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손질법, 효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발효과정들이 먼저 이야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다들 만드는 법과 효능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아서 그것이 좀 아쉬울 따름이다. 레몬생강청이라고 다 같은 효능을 가진 레몬생강청이겠는가?

내가 음식이나 의학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니 무슨 효능이 있다 떠벌리는 것은 주제넘은 일인 것 같고,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내가 먹는 음식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좋은 재료를 고르고, 정성 들여 손질하고, 위생적으로 조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중시하는데 그것이 또 우리의 건강에 유익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는 믿음이 있다(실제로도 건강하기도 하다).

 

아쉽게도 건강을 위한답시고 이렇게 정성 들여 레몬생강차를 담았지만 그 혜택은 우리 주변 사람들이 누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우리는 커피 이외의 다른 차를 잘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레몬생강차를 마시기 위해서 겨울 산행을 고려해 봐야 하나? 그러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것 같은데........

'일상 > 음식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고기 육전 만들기  (1) 2025.11.21
쪽파김치 담기  (0) 2025.11.18
불고기 퀘사디아  (0) 2025.11.10
청유자청  (0) 2025.10.18
고구마순 김치  (0) 202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