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이 많을 때는 수확하는 것도 귀찮다. 서리가 일찍 내려서 갑자기 수확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니 한창 수확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중인데 이런 내 속도 모르고 작물은 때에 따라 익어서 수확을 기다리고 있으니 수확의 기쁨은 모르겠고 저걸 어떡하지? 하는 걱정만 늘어난다. 특히나 콩은 수확 후 일주일 정도를 말려야 하는데 널어놓을 장소가 마땅치 않은 우리는 수확 이후의 일들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차일피일 수확을 미루고 있던 콩의 마지막 주자 귀족서리태가 더 이상 수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왔다. 집 앞 텃밭의 귀족서리태가 탈립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콩은 우리가 특별히 애정하는 작물이 아닌 데다가 작년에 수확한 콩이 너무 많아서 수확량을 크게 신경 쓰지 않긴 하지만 귀족서리태는 수난이 많아 농사가 잘 안 됐기 때문에 올해는 노파심에 종자보존용으로 집 앞 텃밭에도 조금 심어놓았다. 아무래도 집 앞 텃밭은 그나마 관리라는 걸 해 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는데, 실제로 일이 바쁘면 집 앞 텃밭이든, 농장 텃밭이든 관리하기 힘들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집 앞 텃밭의 귀족서리태를 하나도 관리하지 못했다는 소리다.
올해는 콩을 20개 내외로 소소하게 심고 나름 관리라는 것을 해서 소수정예로 키워보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지만 평소보다 조금 신경을 썼을 뿐 관리를 제대로 하지는 못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작년보다는 콩 농사가 나쁘지 않았다.
귀족서리태도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올해는 농사가 꽤 잘된 편인데, 우습게도 관리하겠다고 야심 차게 심었던 집 앞 텃밭의 귀족서리태는 오히려 형편없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농장텃밭의 귀족 서리태는 다른 콩들에 비해서도 상태가 아주 좋았다.

귀족서리태는 꼬투리가 갈색으로 변하고 탈립이 시작되면 수확해야 한다고 했다. 토종콩들은 탈립이 심하기 때문에 수확이 늦어지면 유실되는 콩이 많아진다. 굳이 콩을 많이 수확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고생해서 키워놓고 수확을 늦게 해서 버리는 콩이 많아진다면 아깝지 않은가?
집 앞 텃밭의 귀족서리태는 농장 텃밭보다 늦게 심었지만 꽃도 빨리 피고 익기도 빨리 익었다. 참외와 토마토, 아스파라거스에 치여서 줄기도 가느다랗고 상태도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하나 둘 탈립이 시작되었으니 더는 미루지 말고 수확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이왕 수확하는 김에 농장 텃밭의 귀족서리태도 같이 수확했다.
귀족서리태는 집 앞 텃밭에는 10개 정도, 농장 텃밭에는 20개 정도 심었기 때문에 수확하는 것이 사실 대단한 일은 아닌데도 농장 텃밭의 귀족서리태는 줄기가 너무 굵고 크게 자라서 수확하기가 좀 까다로웠다고 한다.

줄기를 벤 콩은 파렛트에 널어놓고 부직포를 씌워서 말린다. 동생의 이야기로는 그늘에서 말린 콩이 햇빛에서 말린 콩보다 상태가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이미 수확한 선비콩과 아주까리밤콩이 그랬기 때문이다.
올해 심은 콩들은 상태도 좋고 수확량도 나쁘지 않았는데 귀족서리태도 마찬가지여서 30개 남짓 심었지만 한 되는 넘게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일 년에 콩 한 되를 못 먹기 때문에 한 되 이상의 콩을 수확하는 것은 우리가 처리하기 벅찬 양이다. 콩은 말리고 탈곡하고 정선하는 등 수확 후 손질에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라서 남는다고 남들에게 선뜻 주기도 아깝기 때문에 가능하면 우리가 먹을 만큼만 키우는 것이 좋은데, 그러기에 딱 20개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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