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나라 국민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말이 '빨리빨리' 였었던 적이 있었다. 자원이 부족하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우리는 조급하게 살아가는 것을 강요당한다.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고효율을 지향하며 부지런히 사는 것은 어떤 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 바쁜 것에 익숙해져서 기다림을 아예 용납하지 못하는 것은 내 개인적인 견해로 조금 위험한 일인 것도 같다. 어떤 가치 있는 일들은 인내(오랜 기다림)를 통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농사 관련 정보를 찾다 보면 대부분의 정보가 비료를 주라거나 농약을 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물이 영양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거나 영양이 부족하면 비료를 주라고 하고, 병충해가 예상되거나 이미 발생했을 때는 농약을 치라고 한다. 농사에 관련한 글을 오래 읽다 보면 우리나라는 농약과 비료가 없으면 아예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인 것만 같다. 나는 농약과 비료가 언 발에 오줌 누는 것 같이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효과가 있어 보여도 장기적인 안목을 봤을 때는 오히려 해로운, 임기응변식의 조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수한 농업 관련 기관에서 농약과 비료 사용을 권장하는 지금의 풍토가 사뭇 못마땅하다.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것들이 주는 즉각적인 효과(작물에 좋은 영향을 끼치든, 나쁜 영향을 끼치든)에 익숙해져서 잠시의 기다림도 용납하지 못하게 된다. 작물이 자생으로 회복하도록 놔두기보다는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여 문제가 빨리 처리되길 바라는 조급함이 당연해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작물을 키운 경력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농약과 비료에 대한 의존도도 점점 높아져서 확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농약과 비료를 점점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 같다.
유기농으로 전환한 지 얼마 안 되는 동생의 블로그 지인 중 한 분은 본인이 키우는 작물이 영 볼품없이 자라고 있다고 느낄 때마다 비료를 주고 싶은 유혹을 거부하기 힘들다고 수줍게 고백했더랬다. 자연농법으로 작물을 키우려고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토양과 작물이 자생능력을 회복하는 기간을 기다리지 못해서 관행농법으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이 꽤 많은데, 이것은 잠시의 기다림을 참지 못해서 농약과 비료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는 우리나라 농업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인 것 같다.
대부분 작물을 빨리 키우는 것은 돈을 벌기 위함이다. 전업농들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판매목적이 아닌 자급농인 경우에는 작물을 빨리 키우는 것에 치중하기보다 작물을 빨리 키우기 위해서 놓쳐버리는 좋은 것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농약과 비료 사용으로 망가지는 토양, 약해지는 작물의 자체 면역력, 형편없어지는 작물의 맛과 질 등 작물을 빨리 키우고자 치른 대가는 사실 가볍지만은 않기 때문에 의식이 있는 사람들은 농사가 지향해야 할 바를 다시금 고민하곤 한다.

관행농법이 만연하면서 본연의 맛을 잃어버린 작물들이 많이 생산됐다. 어떤 작물들은 이상해진 작물의 맛에 이미 익숙해져서 원래 작물의 맛이 그렇다고 착각하게 된다. 우리가 '흙맛'이라고 지칭하는 이상한 '쓰고 텁텁한 맛'을 내는 냉이와 쑥, 도라지등의 맛이 정상적인 맛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의외로 작물 본연의 맛이 아니지만 작물 본연의 맛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맛들은 꽤 많다.
나는 콩비린내도 이런 범주의 맛이라고 생각한다. 콩을 잘 먹지 않아서 몰랐었는데, 지인이 준 콩으로 콩비지를 만들었다가 콩비린내가 너무 심해서 먹지 못하고 몽땅 버린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콩은 직접 키운 콩이 아니면 아예 먹지 않게 되었는데, 워낙 농약을 많이 치는 작물이라 직접 키운 것이 아니면 신뢰할 수도 없는 작물이기도 하지만 남이 키운 콩은 콩비린내가 너무 심해서 먹을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콩비린내의 가장 큰 원인은 리폭시게나아제라는 효소 때문이라고 한다. 이 효소는 콩 속의 불포화지방산과 결합하여 산화반응을 일으켜서 헥사날, 헥사놀 등의 화합물을 생성하는데 이 물질들이 비린내와 비슷한 향을 낸다고 한다. 그 외에도 콩 속에 있는 사포닌 성분, 이소플라본 화합물, 콩 속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황화합물 등이 콩비린내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비료와 농약이 콩비린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생물이 죽어버린 망가진 토양, 화학비료(특히 질소) 과다 사용, 병해충이나 염류장해 혹은 비료 스트레스 등이 있는 스트레스 생육 환경들은 콩비린내가 증가하는 원인이 된다고 한다. 관행농법으로 키운 콩이 콩비린내가 심하다고 느끼는 것은 개인적인 느낌만은 아니고 실제 화학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여 작물을 키운 해악은 이렇게 작물에 남아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생각해 보면 아주 섬뜩한 이야기이다.

예전에 점순아주머니가 우리가 수확한 땅콩을 먹으면서 '너희 땅콩은 왜 콩비린내가 나지 않냐?'며 신기해했었는데, 콩을 안 먹는 우리만 몰랐을 뿐 콩을 먹는 사람들은 누구나 콩비린내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잘 조리하면 어느 정도 없앨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워낙 익숙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콩을 요리하는 방법을 찾다 보면 콩비린내를 없애는 방법이 어김없이 나오는 이유도 시중에 나와있는 콩이 대부분 콩비린내가 나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콩비린내는 관행농법이 만들어낸 이상한 맛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키운 콩을 얻어먹었던 사람들은 콩이 너무 맛있다고 그야말로 콩에 열광을 한다. 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우리에게는 낯선 반응이다. 우리 집에서는 맛없다고 하찮은 취급을 받는 청태와 동부콩 등도 맛있다고 난리가 났었으니 우리가 맛있다고 꼽는 선비콩과 귀족서리태는 두말할 것도 없다. 콩을 먹어본 사람마다 '무슨 콩이 이렇게 맛있냐?'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가 키운 콩이 맛있는 이유가 품종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무슨 콩'이냐고 묻는 이유인가 보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가 키운 콩은 '콩비린내가 나지 않는 콩'이라서 다들 맛있다고 느끼는 것일 뿐이다.

토양미생물의 균형이 잘 갖춰진 좋은 토양에서 인위적인 도움 없이 자체 면역력으로 자라는 작물들의 대부분은 맛과 향이 진하고 다채로우면서도 조화롭기 때문에 풍미가 진하지만 흔히 말하는 쓴 맛, 떫은맛, 흙 맛, 아린 맛, 비린내 같은 역한 맛이나 향이 나지 않는다. 콩도 마찬가지라서 자연농법으로 잘 키운 콩에서는 콩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관행농업에서는 화학비료(특히 질소)를 많이 쓰는데, 질소 과다는 단백질 합성을 급증시키고 리폭시게나아제 같은 효소의 활성도 증가하게 해서 비린내의 효소 반응이 강해지게 한다. 즉, 콩비린내가 심해진다는 소리다. 게다가 염류장해나 병충해, 급격한 생장 스트레스가 있는 스트레스 생육환경은 작물이 방어용 2차 대사물질을 많이 만들게 하는데, 이중 일부가 비린내와 떫은맛을 내게 된다고 한다. 우리가 '이상한 맛'이라고 칭하는 역한 맛의 정체인 셈인데, 비료를 사용해서 키운 작물들에게서 필히 나는 맛들이다.
작물들이 비료 스트레스라고 불리는 급격한 생장 스트레스가 있다는 것은 놀랍지 않은가? 빠르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 작물을 키우는 것에도 명확히 들어맞는 것은 참 신기하다. 세상의 '이치'라는 것이 그런 것이겠지만.
자연농법으로 키우는 콩은 질소가 천천히 미생물을 통해 공급되기 때문에 단백질·지방·당의 균형이 좋아져서 비린내 효소 반응이 약해진다고 한다. 또한 자연 농법의 토양은 미생물 다양성이 높은데 이런 미생물 환경에서 자란 콩은 리놀레산 같은 리폭시게나아제가 좋아하는 지방산 비율이 낮아지고 올레산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져서 비린내 전구물질 자체가 줄어든다고 한다. 게다가 토양이 안정적이기 때문에 급격한 생장 스트레스가 적은 것도 비린내 유발 물질 생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자연농법으로 키운 콩은 세포 구조가 치밀하고 수분 흡수가 천천히 일어나서 불리거나 갈 때 산소 접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조리 과정에서도 비린내가 더 적게 나게 된다고 한다. 콩 자체로도 콩비린내가 적지만 조리할 때도 비린내가 적게 난다고 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가 아닌가? 그래서 자연농법으로 키운 콩을 먹을 때 모두가 깔끔하고 맛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네이버에서 콩 비린내가 나지 않게 콩을 키우는 법을 검색해 본 적이 있는데 콩비린내가 적은 품종을 선택하고, 5~6월 적정한 때에 심고, 배수구를 정비해서 수분 관리를 하고, 종자를 소독해서 심고, 병충해 예방과 잡초제거(제초제 사용)로 잡내가 생기는 것을 예방해야 된다고 나와있다. 아주 자신 있게 '종자 관리, 병해충 방제, 적절한 환경 유지가 콩비린내 없는 콩 재배의 핵심입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오늘날 콩비린내가 나는 콩들만 즐비한 까닭은 이런 것을 제대로 안 지켜서 인 건지, 제대로 했음에도 이 방법이 효과가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우리는 관행농법을 아예 몰라서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어쨌든 여기저기 검색해 봐도 콩비린내가 나지 않게 키우는 확실한 방법인 자연농법으로 콩으로 키우라는 글은 찾아볼 수 없으니 개인적으로는 농사와 관련되어 제공되는 정보에 아쉬움이 많다.
때로는 빨리빨리에 잠식되어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조급함을 벗어버리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천천히 주변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꿈꿔보는 것은 유익하다. 의외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치 있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사회에 콩비린내와 같은 나쁜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되기보다 좀 느리더라도 주변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는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콩비린내가 없는 콩을 키우기 위해 '느림'을 받아들이고 자연농업을 고수하는 것처럼 '좋고 확실한 것'을 위해 느림을 인내하는 일이 인생에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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