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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음식 이야기

콩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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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방향으로 금비팥, 검정팥, 검정 동부콩, 검정 울타리콩
시계방향으로 귀족서리태, 선풍콩(백태), 선비콩, 청태

원래는 콩을 먹지 않았다. 딱히 알레르기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껏 두부를 제외하고 콩 관련 제품을 즐겨 먹는 게 없었다.

콩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갱년기에 좋다고 해서이다. 아무래도 갱년기가 올 나이가 되다 보니 살짝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았다. 마침 텃밭에 거름도 줄 겸 - 원래 콩은 질소 고정을 하는 식물이다- 콩 재배를 가늠하던 시기기도 해서 본격적인 콩 재배에 들어갔다.

 

맨 처음 키워본 콩은 완두콩이다. 콩 농사를 처음 짓기 때문에 종자며, 농사법이며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이곳에서 유일한 지인인 점순 아주머니에게 종자도 얻고 언제 심냐고 물어보고 하여 사연 많은 콩 농사를 시작하였다.  우리 지역에서는 완두콩이 월동이 되기 때문에 11월에 완두콩을 심어 월동시킨다. 첫 완두콩 농사는 대박이었다. 50~60알 정도 심었는데 10kg를 넘게 땄다. 그래서 여기저기 나눠줬는데 나눠주다 보니 생각보다 완두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그다음 심은 콩은 밥밑콩의 최강자라는 토종콩 선비콩이다. 이 콩은 토종콩이다 보니 심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재배방법이 알려져 있지 않다. 다들 그냥 되는대로 심는 듯했다. 우리도 심어놓고 방치 수준으로 키웠다. 나중에는 호박 줄기가 감아서 손을 못 댔지만 그래도 종자하고 맛볼 수 있을 만큼은 건졌다. 먹어보니 왜 밥밑콩의 최강자라고 하는지 알겠다. 깔끔하고 고소한 단맛이 나는 콩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선비콩과 서리태로 메주를 만드는 사람이 있어서 올해는 우리도 선비콩으로 메주를 담아보겠다고 제대로 키우자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옥수수에 거름 주라고 동반식물로 심은 검정동부콩과 강낭콩, 홀아비밤콩. 홀아비 밤콩은 강낭콩 덩굴이 감아서 그다지 잘 크지 못했지만 먹어보니 너무 맛있어서 올해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다. 강낭콩은 안 먹는 콩이라 서울 어르신들에게 야채 꾸러미 보낼 때 모두 싸 보냈는데 너무들 좋아하셨다. 가장 많이 나왔던 검정 동부콩은 우리가 좀 빨리 심은 관계로 아는 지인들께 열심히 뿌렸으나 수확량이 너무 많아서 냉동실의 한 칸을 차지했다. 우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인심용으로 여러 명에게 나눠줬는데 다들 좋아하며 드셨다. 떡을 해 먹어도 된다고 했다. 팥이랑 좀 비슷한 느낌이긴 하다. 살짝 퍽퍽하고 별 맛 안나는. 좋아하는 옥수수를 위해 올해도 옥수수 사이에 하나씩 심었는데 수확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양이 좀 많다).

 

6월. 본격적으로 콩을 심을 시기가 되어 그간 얻어놨던 콩 종자를 모조리 심었다. 선풍콩(백태), 청태, 귀족 서리태, 울타리콩, 금비팥, 검정팥, 검정울타리콩.

 

처음 콩농사를 지은거지만 생각보다 수확량은 좋았다. 메주 만들려고 야심 차게 심은 청태도 다행히 메주 만들 만큼 수확이 되었다. 우리가 심은 콩이라고 다 한 번씩 먹어봤는데 이럴 수가~ 콩이 맛있었다. 기존에 콩을 먹을 때는 비린 맛과 쐬한 맛이 나서 안 먹었는데 그런 맛이 하나도 없었다. 그 맛은 비료와 농약 때문에 나는 맛인가? 콩은 비료를 많이 안 쓴다고 했는데? 어쨌든 우리가 직접 키운 콩은 고소하고 달달해서 뭘 해 먹어도 맛있었다. 

 

갑임 아주머니에게 맛보시라고 선풍콩을 줬더니 안 먹고 종자 한다고 챙겨놓으셨단다. 역시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주는 게 아닌데. 쩝!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유기농 콩을 종자를 하시겠다고? 이궁~~~

서울에 사는 동생 지인들에게도 보내줬는데(다들 갱년기를 걱정하는 나이인지라) 맛있다고 칭찬이 늘어졌다(얻어먹는 건데 그 정도 립서비스는 해야지~~ㅎㅎ). 어느 날 동생에게 전화가 왔는데 "언니가 보내준 콩 다 먹어서 마트에서 콩을 샀는데 사 먹는 콩은 단맛이 안나ㅠㅠ"라고 했단다. 이것은 더 보내달라는 걸까?

 

귀족 서리태가 가장 달달한데 동생은 귀족 서리태가, 나는 선비콩이 제일 나은 것 같았다. 검정 울타리콩도 파근파근하고 고소해서 밥에 올려먹는데 좋았다. 덩굴의 기세가 너무 좋아서 키우기는 힘들었지만.

 

텃밭이 있다면 콩은 직접 키워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난 콩이 그렇게 맛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콩도 벌레를 많이 타서 약을 많이 친다고 한다. 노린재와 청벌레. 농사를 짓다 보면 모든 작물에 얼마나 농약을 많이 치는지, 알고는 도저히 사 먹을 수가 없다. 

콩은 다비성 작물들의 겸작이나 후작으로 심으면 별도의 퇴비를 추가하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한다. 키우는데 별로 손 안 가고 수확량은 좋아서 키울 맛이 난다(20알 정도 심어서 말린 콩 2kg을 땄다). 

건강하게 살려면 영양을 고루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먹거리를 먹어야 한다. 우리가 시골에 내려온 이후 치과를 제외하고 병원을 한 번도 가지 않은 걸 보면 좋은 재료로 만든 좋은 음식을 먹는 게 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나저나 에휴~~ 또 직접 키워 먹어야 하는 작물이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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