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콩은 토종콩이다. 한층 토종 씨앗에 관심이 많아진 동생 덕분에 토종 종자를 파는 곳에서 구입을 했다.
누구는 맛있다고 했고 누구는 별로라고 했다. 사람마다 기호가 다르니 의견이 분분할 수야 있겠지.
동생과 나는 콩을 좋아하진 않아서 콩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우연찮게 키워본 의성배추가 너무 맛있어서 토종 종자에 관심이 생겼을 뿐이다. 동생의 설명에 따르면 토종 식물들은 우리나라 생태계에 잘 적응되어 있어서 자생능력이 개량종보다는 좋다고 한다. 개량종은 식물이 잘 클 수 있는 환경(온도, 습도 같은 것)을 인위적으로 맞춰줘야 하지만 토종은 그런 것에 덜 민감해서 동생처럼 게으르게 농사짓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인 셈이다. 따로 물 주기를 한다거나 액비를 준다거나 하지 않아도 척박한 곳에서는 척박한 대로 적응해서 잘 자란단다. 물론 생산성이 떨어지는 종류도 많기 때문에 판매에 적합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맛있고 좋은 것을 먹으려는 텃밭농에게는 토종 작물은 꽤 매력적인 작물임이 틀림없다.
우리 같이 기계 경운을 하지 않는 텃밭은 토종 작물의 잔사를 버려둔 더미에서 꽤 많은 자생 작물이 다시 자란다.
우리가 키운 콩들이 다른 데서 키운 콩보다 맛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나눠준 대부분의 사람들도 맛있다고 극찬했다), 나는 그중에서 토종콩인 선비콩과 홀아비밤콩이 특히 맛있었다. 굉장히 깔끔하면서 고소한 단맛이 나는 콩이었다. 두유 같은 걸 만들어 먹어도 좋을 것 같고 밥밑콩으로 먹어도 정말 좋았다. 우리가 선비콩을 나눠줬던 지인도 콩이 맛있어서 심어보겠다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동생과 나는 올해는 토종콩을 잘 키워서 작년의 설욕전을 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번에 심어볼 토종콩은 선비콩, 홀아비밤콩, 아주까리밤콩인데 작년에 토종콩을 맛보고는 열심히 토종콩 종자를 나눔 받았다. 토종콩은 재배 정보가 별로 없다. 아마 사람들이 많이 안 심어서 그렇겠지. 작년에 우리는 선비콩을 4월 말에 땅콩과 같이 심었었는데 선비콩의 경우 5월부터 8월까지 파종이 가능하다고 하니 올해는 마늘의 전작으로 5월에 심으려고 하고 있다(보통 콩은 6월에 많이 심는다).
작년에 심었던 경험을 되살려보면 선비콩은 보통의 콩 농사와 비슷하게 지어도 될 것 같았다. 서리태처럼 일시 수확하면 되는 콩이라 백태나 서리태 키우는 방법대로 키우면 별 무리가 없지 싶다. 작년에는 일찍 심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병충해도 별로 없었고(콩잎이 너무 깨끗해서 아까워했던 기억이 있다). 한번 맥을 쳐줬는데 나름대로 수확량도 좋았다. 꽃 피기 전까지 두세 번 맥을 쳤으면 아마 수확량이 더 좋았을 것 같다. 좀 크게 자라기는 했으나 꼿꼿하게 자라서 따로 줄을 안치고 키웠다. 재식거리는 30cm로 널찍하게 키웠고 꼬투리가 다 말랐을 때 수확했는데 탈립은 별로 없었다. 크기는 제각각이긴 했지만 토종 종자여서 그런지 별다른 신경을 안 써도 알아서 잘 자랐다. 나중에 호박덩굴이 너무 기세가 좋아서 선비콩을 모두 휘감는 바람에 수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수확량은 나쁘지 않았다. 꼬투리가 다 말랐을 때 수확해서 따로 말리지는 않고 베어서 바로 털어왔는데 서리태처럼 적당히 익었을 때 일시에 수확해서 말려서 털면 될 것이다.
토종 종자들은 텃밭이 여유 있다면 넓게 키우는 게 좋다. 생각보다 가지가 넓게 벌어졌다. 작년에 수비초 고추도 재식거리를 50cm로 했는데 고추가 본격적으로 자라니 좁아서 수확하러 들어가기 힘들었었는지라 올해는 아주 널찍하게 띄엄띄엄 심어놨다. 각개전투로 하나씩 키운다 생각하고~~
수확한 토종콩들은 모양이나 크기가 제각각이다. 아마 자라는 환경에 적응하는 정도가 달라서 그런가 보다. 그래도 내가 먹을 건데 무슨 상관이랴. 맛만 좋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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