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대부분을 내가 담당하고 있지만 내가 먹기 위한 간식은 잘 안 만드는 것 같다. 워낙 먹는 것에 관심 없어하니 동생이 원하는 음식은 시간이 많이 들어도 '꼭 해야 할 일'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있으면 좋고 없으면 그만인 '덜 중요한 일'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바쁠 때는 '덜 중요한 일'은 안 하게 된다.
그래서 우습게도 내 간식은 항상 동생이 만들어 주는 편이다.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 회사 동료들이 내가 늘 동생이 싸준 간식을 가져오는 것을 보고 동생이 나를 먹여 살리는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워낙 뭘 잘 안 먹으니 어디 가서 굶어 죽지 않을지 걱정스러운데 그나마 극성으로 보살피는 동생 때문에 먹고사는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반면에 동생의 회사에서는 커피며 간식이며 도시락이며 언니가 다 싸주니까 '언니가 천사'인 줄로 안다. 맘씨 좋게 동생의 먹을거리를 손수 챙겨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이야 어떻든(이런 주변 사람들의 평가는 우리의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요리를 꽤나 잘하는 동생은 기분이 내키면 내 간식을 만들어준다. 감자를 수확했으니 감자도 처리할 겸 그간의 나의 수고도 보상할 겸 감자칩을 만들어주겠다고 한다. 이럴 때는 얌전히 받아먹어야지.
감자를 엄선해서 슬라이스 한 후에 선풍기로 잘 말리고 겹치지 않게 잘 펼쳐놓고 기름을 발라 오븐에 구웠다. 동생은 때로는 요리하는 걸 엄청 즐기는 사람 같다. 저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느긋하게 차근차근 시간 들여 만든다.
소금을 치지 않아서 담백하고 바삭바삭한 것이 너무 맛있다. 굳이 감자칩을 사 먹지 않아도 되겠다며 좋아라 먹었다.
요리한 시간에 비해 먹는 건 순식간이다. 굽는 족족이 다 먹어치웠다.
먹고 나니 역시나 허무하다. 두 시간이나 걸려서 만들었는데 먹는 건 십 분도 안 걸리니.
더운데 열심히 오븐 돌려가며 간식을 만들어준 동생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그 수고스러움에 미안한 마음도 든다.
집에서 만들면 맛있긴 하지만 효율면에서 역시 아웃소싱을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