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는 동생이나 나나 거의 먹지 않는다. 토종 종자 보존 차원에서 심는 건데 늘 계획보다 많은 양을 심게 된다. 작년에 2주에서 백개 넘는 오이를 땄으니 사실 2주만 있어도 충분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키운 모종이 많아서 여기저기 모종을 나눠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텃밭에도 10주가 넘는 오이를 심게 되었다.
사실 나는 오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매일 물 주고 가끔 덩굴 유인하고 열매가 달려서 적당한 시기가 되면 수확한다. 장마 전에 수확해야 할 오이인데 생각보다 이쁘게 열매가 자랐다.
과일을 좋아하는 동생은 참외나 수박 같은 과일을 꼭 심으려고 노력한다. 참외밭에는 청노랑 참외, 개구리참외, 사과참외 세 종류의 토종 참외가 심겨있는데 현재 착과 되어 크고 있는 것은 사과참외와 개구리참외이다. 사과참외는 작년에 키워봤는데 맛은 있었지만 수확시기를 놓쳐서 제대로 수확해 먹지 못한 게 많았다. 채종을 하지 않을 거라고 세 종류를 한 곳에 심어놨더니 열매가 열리기 전에는 무슨 참외인지 알 길이 없다. 시기를 잘 맞춰서 올해는 참외를 잘 따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열매가 커가는 걸 보니 마음이 흐뭇하다.
7월 6일경에 수확해 먹으면 되는 제일 처음 열린 1호 애플 수박이다. 수박 밭에는 착과 된 애플 수박들이 몇 개 달려 있다. 올해는 제대로 수확해 먹기를 기대하며 관심을 가지고 키우고 있는 중이다. 작년에는 꽤 늦게까지 수박을 따먹었는데 올해도 많이 수확해 먹을 수 있을까?
조선호박도 열심히 순을 뻗어 나가더니 착과 된 암꽃들이 꽤 있다. 지금 달린 호박들은 잘 익혀서 늙은 호박을 만들어야 한다. 작년에 너무 많은 호박이 수확돼서 고생했었기 때문에 올해는 늙은 호박 몇 개만 키우고 순을 쳐내자고 했는데 뻗어가는 세력을 보니 저걸 나중에 건드릴 수 있을지 걱정되기는 한다. 많으면 또 주변 어르신들에게 나눔 해야지.
가지는 동생과 나는 안 먹는 채소다. 구색을 위해 키우는 거지 먹으려고 키우는 것은 아니다. 물을 제대로 안 줘서 그런지 키는 작은데 가지가 달려서 죄다 땅에 닿게 생겼다. 열매를 따버리라고 했는데 동생이 이쁘게 자랐으니 키워 보자고 놔뒀다. 안 먹는 거라도 멀쩡한 것을 버리기는 아까우니 사람 마음은 참 종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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