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장마 전에 열무씨를 뿌렸다. 장마 기간 동안 물 안 줘도 되고 장맛비 맞고 빨리 클 테니 벌레 걱정 없이 키우겠다고.
수확한 양파와 청양고추가 있을 때 열무김치를 담아 놓으면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이 시기에 열무를 키우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만 벌레를 많이 타니 그게 문제지.
날이 따뜻해서 그런지 금세 싹이 났다. 아직 장마는 시작 안 했는데.
콩을 심고 나서 좀 힘들었는지라 파종 안 하겠다고 큰소리치더니 비 오기 전이라고 열무도 심고, 옥수수도 심고, 귀족 서리태 남은 씨앗도 심고, 당근도 심고 무언가를 계속 심었다. 아직 팥과 울타리콩은 못 심었단다.
그저 심고 수확하는 것만도 지친다.
아랫집 아주머니가 우리 텃밭을 지나가시다가 우리가 열무를 심었다고 하니 자기네 몫도 심어달란다. 약 안친 열무가 맛있다며. 그런 거 별로 따지지 않으면서 갑자기 웬 약 안친 열무 타령이란 말인가?
그래도 아랫집 어른들은 좋은 분들이라 동생이 별말 안 하고 아랫집 몫의 열무를 파종하기로 했나 보다. 어차피 종자는 많으니까. 아랫집은 아무래도 김치 담는 양이 우리와는 차이가 나니까 우리 심는 것보다는 더 많이 심어야 한다. 그래서 농장 텃밭에 비어있는 곳에 아랫집 몫의 열무를 파종했다. 우리보다 몇 배 많이.
그래도 남 줄 거니 관리는 좀 해야겠지?
사실 열무는 지렁이 분변토에서 자란 열무맛을 따라올 수가 없다. 예전에 동생이 블친에게 나눔 해 줬는데 그렇게 맛있고 깨끗한 열무는 처음 먹어봤다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예전에는 액비 좀 쳐주고 물만 잘 주면 나름 깨끗한 열무를 얻을 수 있었는데 풀멀칭 이후로 땅이 망가져서 열무가 벌레를 너무 많이 먹는다. 내가 풀멀칭하면 진저리를 치는 이유다.
키워낸 열무 상태가 너무 안 좋으니 점점 열무를 안 심게 되었는데 이번엔 동생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열무를 파종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열무를 먹는 양이 너무 적어서 열무는 항상 남들에게 나눠줬었는데 매번 열무를 얻어먹더니 열무는 당연히 우리가 키워줘야 하는 걸로 아는 사람들이 괘씸해서 나눔을 자제했는데 이번에는 아랫집에서 달라고 하는 걸 보니 열무는 나눠 먹어야 하는 운명인가 보다.
열무가 깨끗하게 맛있게 자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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