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물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먹고 싶은 음식을 해 먹기보다는 수확물을 처리하기 위한 음식을 해야 하는 때가 많다. 잘 안 먹는 채소의 경우에 그 쓰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꼭 특정 음식을 해 먹어야 한다. 지금 나오는 채소 중에 감자와 양배추, 호박, 오이 같은 것이 그것들이다.
다른 곳들은 벌써부터 오이를 수확해 먹었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제 첫 오이를 땄다. 토종 오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오이가 끝물일 때 우리는 오이를 수확하기 시작한다.
동생이나 나는 오이를 잘 안 먹는데 처음 수확한 거라서 예의상 맛을 보려고 냉장고에 고이 모셔놨다.
슬슬 옥수수 수확기가 되어가는 관계로 냉동실을 비워야 하니 또다시 냉장고 파먹기에 돌입해야 하는데 애물단지 양배추와 오이를 처리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비빔국수를 해 먹기로 했다.
나는 물국수를 좋아해서 비빔국수는 잘 안 먹는데 오이를 쓸데가 비빔국수밖에 없으니 별수 없다.
오이와 양파는 채 썰어서 식초에 절여 놓고, 양배추와 깻잎도 썰어 넣고, 고추장에 호박식초와 마늘을 넣고 양념을 만들어서 삶은 국수와 준비한 야채를 넣고 열무김치와 참기름을 넣고 잘 버무리면 된다.
우리는 고흥식 열무김치로 담아서 열무김치가 맵고 시원하기 때문에 국수에 잘 어울린다. 물국수에 고명으로 얹어 먹어도 맛있고, 비빔국수에 얹어 먹어도 시원하고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비단 열무김치뿐만 아니라 잘 담은 김치들이 그렇다. 음식에 곁들이면 잘 어울릴 뿐 아니라 맛도 배가 시킨다.
저녁으로 면을 먹으면 밤에 허전할 것 같긴 하지만 그건 그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