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블친이 직접 키운 토마토로 토마토소스를 만든 내용을 포스팅했는데 '역시 대기업의 맛은 따라갈 수가 없다'라는 평을 남겨서 동생과 내가 웃음을 금치 못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 나는 먹거리들이 공장을 거치면 좋아질 수가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아쉬울 때나 먹는 것이지 맛이나 영양을 생각한다면 절대 선택할 수 없는 것이 공장표 음식이다.
일단 대량으로 저렴하게 구입하는 재료가 좋은 것일 리는 만무하고 요즘 같이 외국인 근로자도 많은 공장의 생산 환경을 생각할 때 제대로 된 위생 관념이나 제조 공정이 잘 지켜진다고 믿기도 어렵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는 공장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고춧가루도 못 사 먹는데 양념은 말해 무엇하리.
나는 시골 사람들이 파는 것들을 으뜸으로 생각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비슷한 관점에서 공장표 먹거리가 맛있다고 하는 것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값싼 저급 재료를 이용하여 각종 첨가제로 맛과 향을 내는 음식이 어찌 맛있을 수 있겠는가? 맛있는 음식은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이 제대로 우러나야 한다. 재료와 제조 공정을 생각해 보면 공장에서는 절대 만들 수 없다. 그러니 공장표 음식은 시간이나 노력을 줄이려고 선택하는 것일 뿐 맛있어서 선택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음식의 맛은 재료가 결정한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맛있는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면 맛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손수 만드는 것이 가장 좋다.
소금만 해도 우리는 토판염을 쓰는데 식당이나 공장에서 그런 비싼 소금을 이용하여 음식을 만들 수 있겠는가?
각설하고 맛있는 토마토소스를 만들려면 당연히 토마토가 맛있어야 한다. 그런데 시판 토마토들은 대부분 시설 재배에 양액 재배가 많고, 유통 과정 때문에 제대로 익지 않는 토마토를 따서 후숙 시키기 때문에 맛과 향이 노지에서 직접 재배한 토마토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그러니 정말 맛있는 토마토소스를 만들려면 제대로 키운 맛있는 토마토로 직접 만들어야 한다.
들어가는 재료는 단순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요리라서 내 기준으로는 재능보다는 정성이 필요한 음식이라고 하겠다.
너무 많이 수확되는 방울토마토를 처리하기 위한 방편으로 토마토소스를 만드는 거라서 우리는 방울토마토를 사용한다. 토마토는 살짝 데쳐서 껍질을 벗기고 믹서로 갈아서 준비해 놓고 올리브유에 마늘과 다진 양파를 넣어 충분히 볶아서 향이 잘 배어 나오게 한 다음 갈아 놓은 토마토를 넣고 끓여준다. 소스가 걸쭉해질 때까지 졸이다가 충분히 졸여지면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고 생 바질을 넣어 한소끔 끓이면 된다.
완숙된 토마토로 만들어서 그런지 적절하게 달달하면서 깊고 진한 토마토 맛이 느껴지는 풍미 좋은 토마토소스가 완성되었다. 역시 바질은 바로 따와서 쓰는 게 맛과 향이 최고다.
토마토소스를 만든 김에 토마토소스 리조또도 만들어 본다. 토마토소스에 양파와 베이컨, 가지와 애호박을 넣어 볶아주고 밥을 섞어서 그 위에 치즈를 뿌리고 오븐에 구워줬다.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기도 하지만 토마토소스가 맛있으니 뭔들 안 맛있을까?
동생이 토마토소스로 만든 스파게티와 리조또가 상당히 맘에 든 눈치다. 내가 먹어봐도 웬만한 파스타 전문점보다는 훨씬 맛있다. 이러니 점점 외식을 못하게 되지.
토마토소스와 맛이 잘 어울리는 가지를 이용하여 가지 그라탕도 만들어 본다. 냉장고에 있는 가지를 처리하기 위함이다.
가지와 애호박을 구워서 토마토소스에 볶은 뒤에 치즈를 올려서 오븐에 구워주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동생의 표현으로는 '고기 없는 야채 나부랭이 그라탕'인데 생각보다 맛있단다. 토마토소스에 수비초 풋고추를 다져 넣었더니 매콤한 맛이 더해져서 깻잎에 싸 먹으니 완전 별미란다.
토마토소스가 맛있으니 토마토소스를 이용하는 요리들도 다 맛있다. 우리끼리 자화자찬하고 있는 것 같아 우습기는 하지만 사실이 그런 걸 어쩌랴. 나는 먹는 데에 그다지 취미가 없어서 대단한 미식가는 절대 아니지만 집에서 해 먹다 보면 사 먹는 음식들이 너무 맛이 없어서 먹을 수가 없다.
토마토를 사서 만든다고 해도 시판 토마토소스보다는 맛있을 텐데 대기업 제품에 익숙해진 입맛이 안타까워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