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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음식 이야기

깻잎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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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동생을 보면 꼭 먹기 위해 사는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든다.

먹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늘 끼니마다 제대로 된 음식을 해 먹으려는 동생의 욕구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음식을 몇 시간씩 들여가며 해야 하는 걸까?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데 좋은 음식이란 것이 꼭 많은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동생이 좋아하는 음식들은 늘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들이 많다.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

먹는데 시간을 많이 쓰기 싫어하는 나와는 취향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며칠 전부터 동생이 깻잎 전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기름기 많은 전이나 부침, 튀김을 잘 안 먹는 동생이 전이 먹고 싶다고 하니 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당연히 이 기회를 이용하여 당장에 전을 부쳐야겠지만 요즘같이 일이 많을 때에 만드는데 시간 많이 걸리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달갑지가 않다. 근데 텃밭에서 수확되는 야채가 이미 처리 곤란할 지경이라 또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고기를 이용하는 요리들이 늘 그렇듯 음식을 준비하고 조리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먹는 것은 찰나다. 늘 음식을 먹고 나면 허무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점점 고기를 잘 안 먹게 되나 보다.

깻잎 전과 고추튀김은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음식인데 나는 사실 만들기 귀찮아서 거의 사서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데 고기를 좋아하는 동생은 사서 먹는 것들은 고기가 적다고 굳이 집에서 만들어 먹으려 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빈대떡을 만들겠다고 돼지고기 간 것을 사놓았으니 비가 와서 텃밭 안 나가는 김에 손 많이 가는 음식을 시도해 본다.

갈아놓은 돼지고기는 생강, 마늘, 액젓, 청주, 강황가루, 후춧가루를 넣어 양념을 해 놓고. 애호박, 가지, 감자, 양파, 당근, 청양고추등 냉장고에서 처리해야 될 야채들을 다 꺼내 다져놓고, 물기를 꼭 짠 두부에 양념한 고기와 다진 야채를 넣고 소금으로 간해서 적당히 치댄 다음 계란을 섞어 잘 뭉쳐지도록 해서 깻잎 속에 넣을 소를 만든다. 깻잎에 소를 넣어 반으로 접어놓고 밀가루와 계란물을 입혀서 부쳐주면 된다.

 

깻잎 전은 만두처럼 잘 안 먹는 야채를 몽땅 넣어 야채 처리하기는 아주 유용하나 모든 재료를 손수 다지는 나에게는 만드는데 적잖게 시간이 걸리는 음식이다. 나이가 들수록 음식을 대충 해 먹게 되는 것 같은 게 마음을 비우고 음식에 몰두해야 되는 이런 요리는 잘 안 하게 된다. 한 달에 한 번 꼴로 해 먹던 만두조차 안 만든 지 오래됐다.

 

맛을 보니 시간을 들인 만큼 맛있기는 하다. 신선한 재료에 정성이 들어간 음식이 맛없을 이유가 뭐가 있으랴. 깻잎은 고기랑 맛이 잘 어울린다. 동생도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연신 맛있다 하며 먹는다. 그래, 소원풀이 했으면 된 거다. 맛있게 먹는 동생을 보며 위안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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