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녹두를 심어서 수확했다.
콩을 즐겨 먹지 않는 우리는 녹두도 그 쓰임이 많지 않다. 거의 숙주나물을 만들 때 쓰거나 가끔 오리 백숙을 끓일 때 녹두죽을 만들면서 사용하기 때문에 동생이 숙주나물을 키운다고 샀던 녹두가 2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 있다.
그러니 녹두를 먹겠다고 키우는 것은 아님이 분명한데 수확하고 말려서 까는데 손이 많이 가다 보니 녹두를 까던 동생이 오기가 생겼는지 별안간 수확한 녹두로 빈대떡을 부쳐 먹자고 한다.
녹두 빈대떡도 시골 내려와서 처음 해보는 음식이다. 만드는 방법이야 알지만 먹는 사람이 없어서 집에서 해본 적이 없었는데 전을 잘 안 먹는 동생이 해 먹자고 하는 걸 보니 세상은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름은 녹두 빈대떡이지만 빈대떡을 가장한 야채 전이다.
녹두를 씻어서 반나절정도 불려서 갈아놓고 돼지고기 간 것은 생강, 마늘, 강황가루, 액젓, 청주, 후춧가루를 넣어서 양념해 놓고, 숙주와 처리해야 할 야채들(감자, 가지, 애호박, 당근, 청양고추)을 채 썰어서 준비하고 묵은지도 잘게 썰어 준비하고 녹두 간 것에 고기와 숙주, 갖은 야채, 김치를 넣고 밀가루를 조금 넣어 살짝 되직하게 반죽하면 된다. 김치가 들어가서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음식 하기 싫어서 미루다가 만들었는데 부쳐먹어 보니 맛있기는 하다. 보통 전을 부치면 2장도 많다고 하던 동생이 3장이나 구워 달란다. 얇게 펴서 바삭하게 구워 달라는 주문과 함께. 밀가루 반죽으로 구운 전과는 사뭇 맛이 다르다. 동생의 말이 빈대떡이 생각보다 맛있단다. 요즘 모든 음식이 다 맛있다고 해서 신빙성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꽤 맛이 마음에 드는지 '이러다가 매년 녹두 키우는 거 아냐?' 한다. 오 마이 갓!
요즘은 음식 재료들의 새로운 발견이 꽤 있다. 잘 안 먹었던 오이나, 가지, 애호박, 동부콩, 거기에 녹두까지 요리를 해서 먹어보니 이전처럼 못 먹을 정도가 아니라서 맨날 '풀떼기'를 외치며 외면했던 동생이 요즘은 '생각보다 맛있는데' 하면서 먹는다. 그러다 보니 집에 싸들고 오는 야채도 많아졌다. 예전에는 오이나 가지는 지나가는 사람들 만나면 다 주고 왔는데. 이것은 음식 하는데 시간을 쏟아야 된다는 결론이라 나에게는 전혀 반갑지 않은 일이다.
어쨌든 처음 만들어 먹은 녹두 빈대떡은 성공적이다. 동생의 반응을 보아하니 종종 해 먹자고 할 기세다.
음~ 올해 녹두는 숙주를 키우는데 많이 쓰게 될까? 아님 빈대떡 부쳐먹는데 많이 쓰게 될까? 동생의 행보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