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아주머니가 복숭아를 5개 주셨다.
이곳 동네분들은 우리 텃밭 수확물을 꽤 얻어드시기 때문에 음식으로 갚으시는 분들이 꽤 많다. 정이 많은 아랫집 사람들은 먹을 것이 생기면 늘 나눠주려고 하지만 우리가 먹는 양도 많지 않고 우리 텃밭 수확물이 너무 많은 이 시기에는 먹을 것을 받는 것은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라 대부분 거절하는데 과일을 좋아하는 동생이 가끔씩 과일은 받으니 과일이 생길 때마다 주곤 하신다.
문제는 내가 과일을 잘 안 먹다 보니 요즘같이 텃밭에서 나오는 과일(수박, 참외)이 있을 때는 과일 처리도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이미 냉장고에 수박과 참외, 방울토마토, 카페에서 주는 바나나가 한가득인데도, 동생에게 맛은 없지만 설탕에 조려 먹으면 된다고 복숭아를 강권하시니 단호히 거절하기는 어려웠나 보다.
이 맛없는 복숭아를 어떻게 처리해야 되나 고민하다가 어차피 키위잼도 다 먹어가니 복숭아잼을 만들기로 했다.
복숭아 껍질을 벗기고 씨를 발라내고 나니 과육이 대략 1kg 정도이다. 잼은 과일 자체 당도에 따라 설탕량을 조절하면 되긴 하지만 대충 과육의 40~60% 정도의 설탕을 넣고 졸여주면 된다. 우리는 너무 달게 먹기는 싫어서 400g의 설탕을 넣었다. 예전에는 과육을 손수 다졌는데 이번에는 찹퍼에 갈아서 사용했더니 과육의 알갱이가 고르지 않다.
잼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는 않으나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요리라서 잘 만들지 않지만 처치곤란한 과일을 처리하기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 정말 가끔씩 시도한다.
만들기는 쉽다. 다진 과육에 분량의 설탕을 넣고 물기가 없도록 잘 졸여주면 된다. 단맛만 있는 과일일 때는 레몬즙을 넣어주면 좋은데 이번 복숭아는 적당한 신맛이 있어서 레몬즙을 넣어줄 필요가 없었다.
어느 정도 끓기 시작하면 약불에서 눌어붙지 않도록 계속 저어가며 끓여줘야 하는데 이번에는 한 시간 반정도 끓이니 잼이 완성되었다.
열탕 소독한 병에 담아놓고 보니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실상은 더운 날에 정말 정성 한가득인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