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문적인 농업인도 아니고 텃밭 작물도 판매를 목적으로 키우지 않다 보니 농사 지식이라는 것이 정말 미천하다. 그나마 텃밭에 취미를 가지고 있는 동생은 농업 관련 지식을 열심히 습득하고 있지만 텃밭에 별 관심이 없는 나는 농업 관련 지식을 쌓으려는 별도의 노력을 잘하지 않는다. 그러니 농사 관련해서는 쥐뿔도 모르는 게 맞다.
잘 모르는 것은 동생에게 물어보긴 하지만 사실 농사를 짓는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지렁이 분변토에서 키우다 보니 퇴비를 얼마 넣고 무슨 비료를 언제 뿌리고 약은 언제 치고 하는 관행농업에 관련해서는 더더욱 아는 게 없다.
작년부터 콩을 심긴 했지만 콩을 키우는 것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다. 순 지르기 외에 따로 하는 것 없이 방치하고 키워서 더 그렇다. 이 지역에서는 콩은 6월 10일 전에 심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콩을 심고 나서 점순 아주머니에게 들었다. 콩 재배에 관해 아는 것이 없으니 우리의 콩 농사는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짓는 경향이 있다. 이르든 늦든 심어보고 안 자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마는 것이다. 참 속 편한 농부다.
귀족 서리태는 서리태 중에 맛있는 콩이라고 해서 작년에 종자를 나눔 받아서 심은 콩인데 과연 맛있는 콩이였기 때문에 올해는 제대로 키워보려고 콩 심는 시기에 맞춰 농장 텃밭 가장 좋은 땅에 심어놨다. 그런데 나눔 받았던 귀족 서리태 종자가 남아 있어서 이건 시험 삼아 6월 말에 집 앞 텃밭에 뒤늦게 심어놨다.
집 앞 텃밭의 귀족 서리태는 늦게 심은 데다 장마 기간이랑 겹쳐서 관리를 못해줬더니 풀에 치여서 자라는 모양이 영 시원찮은데 어느 날 동생이 집 앞 텃밭의 귀족 서리태도 꽃이 폈다고 알려줬다. 가서 보니 가지도 제대로 안 뻗고, 키도 자그마한 것들이 모두 꽃이 피었다.
농장 텃밭의 귀족 서리태보다 훨씬 늦게 심었지만 성장 정도만 차이가 날뿐 꽃이 피는 시기는 비슷한 것 같다.
가지가 많이 안 뻗었으니 수확량이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일찍 심었든 늦게 심었는 꽃이 필 때가 되면 꽃이 피나보다. 겨우내 땅속에 묻혀 있던 씨앗이 봄이 되면 싹이 나듯이.
농장 텃밭의 귀족 서리태도 아직은 열심히 꽃을 피우고 있다. 집 앞 텃밭의 귀족 서리태에 비해 꽃이 총총 많이 달리긴 했지만(가지가 많이 뻗었으니 당연한 결과다). 꽃 피는 상태를 보니 꼬투리도 비슷한 시기에 달리겠다.
모든 작물들이 발아 조건, 개화 조건이 맞아야 싹이 나고 꽃이 핀다. 빨리 수확하겠다고 일찌감치 심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이유이다. 사실 작물들은 제때에 키워야 건강하게 자란다. 내가 인위적인 조건을 부여해서 일찍 심고 늦게 심는 것을 꺼리는 것도 이런 믿음에 기초한 것이다. 좋은 작물은 제때에 제대로 된 방법으로 키워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이 다 때가 있듯이 작물이 크는 것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크든 작든, 많든 적든 때가 되면 꽃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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