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가꾸다 보면 덩굴 작물들을 키우는 것이 참 난감할 때가 있다. 다른 텃밭의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텃밭에서는 덩굴 작물을 나름 열심히 유인하고 순을 쳐내도 어느 순간이 오면 감당이 안 되는 때가 온다. 그래서 초반에는 열심히 관리하다가 어느 순간 손댈 수 없는 지경이 오면 본의 아니게 방치모드로 전환되어 알아서 자라든지 말든지 하며 신경을 안 쓰게 된다. 아끼는 수박이나 참외부터 오이, 호박, 원래부터 방치했던 단호박, 수세미까지 우리 텃밭에 심어놓은 모든 덩굴 작물들은 현재 방치모드다. 장마 이후 무섭게 뻗어나가는 덩굴들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작년에 키워본 경험으로는 수세미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장대박이 끝날즈음에 수세미 덩굴이 뻗기 시작하더니 장대박 덩굴을 모조리 휘감으며 워낙 덩굴 세력이 좋았던 장대박보다 더 무성하게 더 멀리까지 수세미 덩굴이 뻗었었다. 실수로 줄기를 끊어서 단 한 줄기만 뻗었는데도 50평 텃밭 한 면을 모두 덮을 정도로 왕성하게 자란 데다 열매 또한 크고 많이 달려서 종국에는 작물에 그늘진다고 빨리 퇴출시켜 버렸다. 동네 사람들이 멀쩡한 줄기를 다 끊어버리니 여물지 않고 달려 있는 수세미가 아까워서 수세미 청을 담겠다고 열심히 주워갔더랬다.
그나마 작년에는 심어놓은 곳이 척박한 땅이었는데, 올해는 심을 곳이 마땅치 않아 퇴비장 한쪽에 심어 놓은지라 땅이 너무 거름 져서 작년보다 훨씬 더 많이, 더 무성하게 뻗는 것 같다. 수세미 덩굴이 감고 뻗으라고 수로 옆으로 만들어둔 지주대를 벗어나서 텃밭의 경계인 수로를 가뿐히 지나 도로 옆의 잔디밭으로 무수히 뻗고 있다.
꽤 넓은 면적이 수세미로 뒤덮였다.
텃밭을 넘어서 뻗은 덩굴들은 언젠가는 정리를 해야 한다. 날이 선선해지고 일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텃밭 경계를 넘어간 덩굴들은 모조리 끊어서 정리할 예정이지만 도로를 침범하게 되면 더 빨리 정리해야 될지도 모른다.
날이 너무 더우니 꽤 많은 덩굴 작물들이 고사하는데 수세미는 물 한번 준 적이 없는데 어쩜 노란 잎 하나 없이 저렇게 잘 자라는지 그저 신기하다.
애당초 수세미 덩굴의 세력은 감당이 안되긴 했는데 지금은 속수무책이다. 너무 무성하다 보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알 수가 없다. 현재 수세미가 자라고 있으니 놔뒀다가 제대로 여문 열매가 어느 정도 생기면 일거에 정리할 공산이 크다.
텃밭을 벗어난 수세미 덩굴들을 살펴보니 덩굴도 좋지만 수세미 암꽃이 엄청 많다. 어차피 정리해야 할 덩굴인데 수세미가 주렁주렁 달려 있는 모습을 보니 참 아까운 마음이 든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늘 그렇듯 텃밭을 벗어난 작물들은 다 버린 자식들이다. 때가 되면 과감하게 다 잘라내어 정리해야 한다. 그나마 방치하고 키운 작물이라 다행이지 열심히 관리했던 작물이면 꽤나 아까울 것 같다.
과유불급이라고 때론 작물들이 너무 잘 자라도 걱정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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