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김치에 진심이다 보니 웬만한 김장 김치 재료를 손수 키운다. 요즘은 사람들이 농약과 비료를 남발하고 채소를 키워서 채소들이 하나같이 맛이 없고 이상한 맛이 난다. 예전에는 그래도 김치를 사 먹기도 했었는데 직접 김치를 담기 시작한 후부터는 안 먹었으면 안 먹었지 사 먹거나 남이 담은 김치는 입에 대지도 않는다. 시골 생활을 하면서 입맛만 더 까다로워졌다.
김장까지 한 달가량이 남았다. 그래서 텃밭에 자라고 있는 김장 채소들을 살펴보았다.
배추는 정말 키우기가 힘들다. 너무 벌레가 많이 먹으니 아무리 유기농이라고 해도 천연농약을 안 칠 수가 없다. 게으르게 농사짓는 우리가 배추 때문에 매년 은행 살충제를 만들곤 하는데 올해는 그나마 은행 살충제도 한 번밖에 안 줬다. 점점 방치하듯 키우는 것 같다. 그래도 지렁이 액비를 자주 줘서 생각보다 상태가 아주 좋다. 이제 서리도 내렸으니 벌레 걱정은 좀 덜고 알이 차기만을 기다리면 되겠지? 자생 감자랑 같이 자라는 배추가 생각보다 깨끗해서 감자를 놔뒀더니 감자밭인지 배추밭인지 모르겠다.
작년에는 배추를 너무 일찍 심어서 11월에 김장을 했었는데 올해는 날이 덥기도 했고 작년의 뼈아픈 경험 덕에 배추를 늦게 심었더니 시기에 맞게 배추를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
배추는 서리를 맞아야 달아진다. 김장 배추의 관건은 배추의 단맛에 있으니 서리를 맞으면서 맛있게 알이 차기를......
무는 배추보다 추위를 잘 못 견디는데(수확 한계 온도가 -1도 정도라고 한다. 너무 추우면 무가 바람이 든단다) 이번에 너무 늦게 심었다. 하지만 9월에 날이 너무 더웠으니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김장할 만큼은 나올 것 같으니 걱정은 안 한다. 제법 크기가 커졌다. 무청은 시래기를 만들 거라서 나름 액비 주면서 깨끗하게 키웠는데 벌레가 기승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훌륭하다.
지렁이 분변토에서 자란 무는 정말 맛있지만 우리는 무를 많이 안 먹는 관계로 올해는 정말 소소하게 심었다. 작년에 너무 많이 심어서 남 좋은 일만 잔뜩 했기 때문에 올해는 우리 먹을 것만 키우자고 다짐을 했는데 우리 먹을 것으로는 넘치겠다.
김장에 쓸 거라고 여기저기 심어놓은 쪽파가 올해는 너무 잘 자랐다. 쪽파는 탐내는 사람이 많아도 내가 아끼는 거라 인심 쓰는 것을 꺼린다. 게다가 부추처럼 한번 지렁이 분변토에서 자란 쪽파 맛을 보고 나면 계속 달라고 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다른 곳에서 키운 것과는 확연하게 맛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입맛이 예민한 사람들은 비료를 주고 키운 작물들이 내는 이상한 맛을 단번에 알아챈다.
지렁이 분변토 액비를 자주 줘서 그런지 쪽파의 상태도 꽤 좋다. 파김치는 원 없이 먹을 수 있겠다.
김장에 쓰는 얼청갓과 갓김치 담을 용도의 돌산갓이다. 지렁이 분변토에서 자란 갓은 크게 자라도 억센 느낌이 없고 줄기가 아삭하고 부드럽다. 게다가 톡 쏘는 듯한 갓 본연의 맛과 향이 아주 진해서 먹어본 사람들은 그 맛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갓도 김장 김치에 들어가면 김치가 빨리 익는 것을 막아주고 시원한 맛을 내 주기 때문에 김장에는 빠질 수 없는 재료다.
갓이 해충기피 효과도 있다고 하는데 의외로 키워보면 벌레를 많이 먹는다. 너무 촘촘하게 자라서 그럴까? 이번에는 벌레가 기승인 것에 비해 아주 깨끗한 편이다. 꽤 만족스럽다.
김장 채소들은 서리도 맞고 추위를 견뎌야 달아진다. 요즘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은 날이 조금만 추워져도 부직포를 덮고 보온을 해주며 과하게 아끼며 키우는데 사람도 그렇지만 작물들도 어느 정도 시련이 있어야 더 건강하고 맛있게 자란다.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날씨가 쌀쌀한 것이 오히려 김장 채소들에게 더 좋다.
달아져라, 달아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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