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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뒤늦게 찾아보는 단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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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이 달려 있는 모습

 

우리가 덩굴 작물들을 좀 방치하다시피 키우기는 하지만 올해처럼 단호박을 방치해 보기는 처음이다. 풀과 덩굴이 너무 무성하고 옆에는 기세 좋은 수세미가 있었던 덕에 단호박 밭으로 접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단호박은 말 그대로 방치됐었다.

초반에는 착과 된 열매도 안 보였기 때문에 올해 단호박은 구경할 수 없겠구나 하고 완전히 관심을 끄고 있었고, 9월 이후로는 착과 된 열매들이 제대로 익지도 않을 거니 단호박도 애호박이나 생기겠구나 하고 착과 되든 말든 신경도 안 썼었다.

어차피 단호박은 엄청 좋아하는 작물은 아니니까 '없으면 안 먹으면 되지'라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토종 단호박이라서 종자를 남겨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잘 익은 단호박을 얻을 수 없으니 종자 얻는 것도 이미 물 건너갔다.

동생이 상리단호박 씨앗을 나눔 받은 이후로는 단호박은 완전히 버린 자식이 되었다.

 

텃밭에 가도 단호박은 둘러보지도 않았는데 오늘 보니 줄기가 많이 시들었다. 무성한 잎들이 지기 시작하니 곳곳에 달려있는 단호박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대로 익지 않은 단호박들이긴 하지만 꼭지가 코르크화 되고 있는 게 있다. 조금 더 놔두면 익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곧 서리가 내릴 거라 아쉽게도 익지는 못하겠지?

사실 수확을 할지 말지도 결정을 못했다. 늙은 호박이 이미 집에 많기 때문에 안 먹을 단호박을 굳이 수확할까 싶기도 하고 맛본다고 한두 개는 가져오려나 싶기도 하다. 너무 기대가 없었기 때문인지 단호박이 달려 있든 말든 별 감흥이 없다.

 

방치되는 와중에도 알아서 줄기를 뻗고 열매를 맺었건만 대견하기보다는 착잡한 마음이 드는 건 제대로 익은 단호박이 없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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