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 심어놓은 루꼴라가 너무 잘 자라고 있는데 남들에게만 열심히 따주고 정작 우리는 먹을 일이 요원하다. 루꼴라를 먹어보고 싶긴 하지만 급하게 해 먹어야 할 음식들이 너무 많으니 수확도 못하고 그저 쳐다만 보고 있다.
부쩍 커버린 루꼴라를 보다 못해 '루꼴라를 먹어야 하는데 뭘 해 먹지?'라고 동생에게 물으니 동생이 크림소스 스파게티를 해 먹자고 한다. 나는 스파게티는 알리오올리오를 가장 좋아해서 처치 곤란 크림치즈가 있지 않는 한 크림소스 스파게티는 잘해 먹지 않는데 동생은 가끔씩 크림소스 같은 느끼한 맛이 생각난다고 한다.
생크림 사놓은 것이 있으니 해 먹으면 되기야 하지.
늘 그렇지만 스파게티는 처치곤란 야채들을 총출동시켜 넣어서 만든다. 크림소스 스파게티도 예외는 아니다.
양파를 올리브 오일에 볶다가 늙은 호박과 가지, 애호박, 표고버섯, 마늘과 베이컨, 청양고추를 넣고 볶아준다. 야채가 충분히 볶아졌으면 생크림을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뒤 끓여준다. 크림치즈를 넣어주면 소스가 좀 더 걸쭉해진다.
크림소스 스파게티 같은 느끼한 파스타는 매운맛을 추가해 주면 훨씬 더 먹을만한다. 소스가 끓으면 삶은 면을 넣어 볶다가 불을 끄고 루꼴라를 얹고 파마산 치즈가루를 뿌려준다.
오랜만에 먹으니 꽤 먹을만하다. 밥이 없어서 소스에 밥을 못 비벼 먹은 게 너무 아쉽다. 스파게티는 동생이나 나나 좋아하다 보니 꽤 자주 해 먹는 음식 중에 하나다. 들어가는 재료도 단출하니 얼마나 좋은가? 여러 가지 야채를 넣어서 먹으면 야채들이 풍미를 돋아줘서 한결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비록 야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더라도.
나는 미식가도 아니고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것도 아니고 먹는 것은 더더욱 취미가 없는데 시골 생활을 하다 보니 온갖 요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나마 맛있는 식당을 찾아서 사 먹을 수 있었던 때가 좋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