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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음식 이야기

소고기 육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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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에 멸치액젓과 청주 섞은 것을 바른다

 

나는 음식을 만드는데 시간을 들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먹는 것에 취미가 없는 탓도 있지만 다른 의미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제쳐두고 먹고, 자는 것에 치중하는 것은 좀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개인적인 인식 때문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는 건강에 크게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간단한 음식을 해 먹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요즘 유통되는 식재료들을 생각하면 건강과 편리함은 양립할 수 없는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음식에 아주 공을 들이는 스타일은 결코 아니지만, 요즘 사람들이 음식 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우리는 상당히 음식에 정성을 들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음식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일에서도 편법을 사용하여 쉬운 길로 가려고 하는 것을 꺼리다 보니 번거롭더라도 정석대로 절차를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행위가 음식의 경우에 미묘한 맛의 차이 때문에 굳이 수고를 자처하는 고지식함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원래는 간편한 음식을 선호하는 나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 시간 들여서 제대로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는데, 그래서 만들어보는 소고기 육전이다.

밀가루에 강황가루, 생강가루, 마늘가루, 후추를 뿌려 섞어준다

 

생선만큼은 아니지만 고기 요리도 생각보다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서 집에서 만들어 먹기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샤부샤부나 불고기, 갈비탕, 뼈다귀해장국, 갈비찜 등 많은 고기 요리들을 집에서 만들어 먹기보다는 사 먹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고기 요리는 거의 사 먹지 않는데, 대부분 파는 고기 음식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기 요리의 맛의 핵심은 질 좋은 고기에 있는 법인데, 수입산 싸구려 냉동 고기로 제아무리 솜씨를 부린다고 해도 맛이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사실 대부분의 고기 요리들을 사 먹는 것은 맛을 따져도 건강을 따져도 아주 부적절한 행동이다.

 

소고기의 육전도 그렇다. 동생과 나는 소고기 육전을 꽤나 좋아하지만 맛있는 것은 고사하고 먹을만한 육전을 파는 식당조차 찾기가 힘들다. 어떤 식당의 육전은 마치 고무 씹는 것 같은 식감에 역한 냄새가 나서 음식값이 아까운 지경(꼴에 소고기라고 싸지도 않았다)이었다. 동생의 표현으로는 신발도 계란물 입혀서 구우면 맛있다는데, 도대체 어떤 고기를 사용하길래 고기를 계란물 입혀서 구웠음에도 맛이 없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양념한 소고기에 밀가루를 입혀준다

 

사실 소고기 육전은 만들기가 아주 번거로운 것은 아니니 만드는 것에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고기에 양념을 하고 밀가루를 묻혀서 계란물을 입히고 구워주면 되는 것이니 굽느라 살짝 시간이 걸리는 것뿐이지 만들기 어려운 음식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소고기 육전을 집에서 만드는 것을 보기는 쉽지 않다. 왜지? 동그랑땡 만드는 것보다 쉽지 않나?

 

각설하고 육전을 만들어 보자. 모든 고기 요리는 맛있는 고기를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명절 때는 육전용으로 썰려있는 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육전용 고기가 없다면 불고기용 고기를 사서 육전을 만들면 된다. 우리는 한우 1++ 등급의 보섭살을 이용했다.

소고기는 접시에 가지런히 펴서 액젓과 청주 섞은 것을 앞뒤로 발라준다. 소금으로 간을 해도 되는데 고기를 가지런히 펼쳐놓고 소금과 후추를 적당량 앞뒤로 솔솔 뿌려줘도 된다.

대파를 총총 썰어 계란물을 만든다

 

양념을 한 고기는 밀가루를 입혀주는데, 우리는 밀가루에 강황가루와, 생강가루, 마늘가루, 후춧가루를 섞어주었다. 강황가루나 생강가루, 마늘가루는 밀가루 냄새를 없애주고 고기에 살짝 풍미를 더해주기는 하지만 꼭 넣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가루가 있으니 음식에 활용하는 차원으로 넣어주는 거였다(재료 소진의 길이 멀고도 멀다). 강황의 커큐민은 지용성이라 기름이 들어가는 요리에 곁들여서 사용하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구이나 볶음 요리에 강황가루를 조금씩 첨가하는 편이다.

 

밀가루는 소고기 앞 뒤로 꼼꼼하게 입혀 주어야 계란물이 잘 묻는다. 계란물은 고기에 간을 했기 때문에 따로 간을 하지 않고 만들면 되는데 색감을 위해 대파를 다져서 넣어줬다.

밀가루를 입힌 소고기에 계란물을 묻혀서 기름을 두른 팬에서 약한 불로 앞뒤를 노릇노릇하게 구워주면 소고기 육전 완성이다.

밀가루를 입힌 소고기에 계란물을 묻혀 구워준다

 

희한하게 집에서 만드는 소고기 육전은 파는 것과 다르게 육즙이 풍성하다. 초간장에 찍어서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러운 소고기와 다채로운 풍미의 육즙이 입안 가득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다. 음, 이것이 소고기 육전이지.

새로 담은 파김치를 육전에 싸 먹었더니 동생의 말로는 저세상 꿀맛이란다. 파김치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 괜히 육전을 파 겉절이와 먹는 게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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