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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음식 이야기

쪽파김치 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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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파를 손질해서 씻어 놓았다

 
우리는 김치를 그다지 많이 먹지 않는 편이다. 김장을 할 시기가 다가오는 이맘때쯤이면 김장김치를 넣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냉장고 비우기에 돌입하기 때문에 평소 같다면 새로운 김치를 담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갓이나 쪽파, 부추, 솎은 무가 한창 나올 때라서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김치를 담아 먹는 때이긴 하지만 작년의 김장김치 담은 것을 한통도(4통을 담았다) 채 먹지 못한 우리가 새로운 김치를 담는다고 하면 그건 정말 정신 나간 짓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그 정신 나간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뭐 굳이 탓을 해야 한다면 김치 담기 좋은 재료들이 텃밭에서 계속 나오는 것을 탓해야 할까? 고구마순 김치를 필두로 노각김치, 부추김치, 복숭아 순무 김치, 쪽파김치까지 제철에 나오는 채소들을 이용해 끊임없이 김치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불행히도 이렇게 담은 김치들이 또 너무 맛있어서 미어터지는 냉장고 사정을 나 몰라라 하고 자꾸 김치를 담고 있으니 그것도 큰 문제다.
 
올해 쪽파 종구가 너무 많이 남아 김장용과 월동용을 심고도 남은 쪽파 종구들을 텃밭 여기저기에 심어 놓게 되었는데(내년에 쪽파 지옥은 따놓은 당상이다) 월동용(월동시켜서 봄에 수확해 먹으려는 쪽파임)으로 심어놓은 쪽파가 너무 빨리 자라 버려서 지금 딱 수확해 먹기 좋은 때가 되었다. 조금만 더 날이 추워지면 잎들이 다 전잎이 되어서 쪽파를 못 먹게 될 테니 먹기 좋은 이때에 조금 수확해 먹어볼까? 하는 마음이 든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쪽파 김치에 넣으려고 뽑아온 자색무

 
평소에 파김치를 잘 먹지 않던 동생도 파김치를 담자고 성화인걸 보면 작년에 담아 먹은 파김치가 너무 맛있었던 탓도 있지만, 그냥 텃밭에 놔두고 묵히기에는 지금 쪽파의 상태가 너무 좋기 때문에 가능한 많이 소진하고 싶은 마음도 있기도 때문이다(어차피 쪽파는 많으니까).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쪽파라는 것이 또 비료 없이는 못 키우는 채소라 파김치가 맛있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모든 김치에 농약이나 비료를 쳐서 키운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는데, 아무래도 김치라는 것이 '발효'라는 미생물의 대사산물이다 보니 미생물의 생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농약이나 비료를 친 재료나 화학조미료 등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비료와 농약을 쳐서 키운 재료를 넣거나 인공감미료나 미원 같은 화학조미료를 넣거나 정제 소금이나 정제 설탕 같은 가공 재료들을 넣고 만든 김치가 제대로 발효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주 회의적이다. 좋은 재료를 이용하여 만드는 우리 김치와 다른 김치들은 냄새나 맛부터가 많이 차이 나기 때문에 어쩌면 제대로 발효가 안 됐다고 의심하는 것도 나름 근거 있는 의심인 셈이다.

쪽파와 자색무, 양파를 채썰어 놓는다

 
파김치를 담을 때 무나 당근 같이 지금 나오는 채소들을 곁들이면 단맛도 늘어나고 시원한 맛도 한층 증가한다. 그래서 텃밭에서 김장무로 심어놓은 자색무를 하나 같이 뽑아 왔다.
 
재료가 준비되면 파김치를 담아본다. 쪽파는 손질해서 깨끗이 씻어놓는데 사이사이 흙이 끼어 있을 수 있느니 물속에서 흔들어서 깨끗하게 씻어주되 가능하면 쪽파가 상하지 않게 조심해서 씻는다. 씻어서 물기를 뺀 쪽파는 5~6cm로 잘라놓고, 무와 양파도 채 썰어 놓는다.
김치 담을 재료가 준비되면 양념을 만든다. 우리는 김장김치 양념이 많이 남아 있어서 김장김치 양념에 매실청을 더하여 양념을 만드는데, 새로 만드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아서 멸치 액젓에 매실청과 새우젓, 다진 마늘을 넣고 고춧가루를 양념이 되직해지도록 넣어서 섞어주면 김치양념이 완성된다. 쪽파를 따로 절이지 않기 때문에 양념은 조금 짭짤하게 해서 버무려야 김치가 익었을 때 간이 적당하다. 무와 양파, 쪽파가 익으면 단맛을 내기 때문에 양념을 너무 달게 만들 필요는 없어서 매실청을 너무 많이 넣지는 않는다.

양념에 버무려서 쪽파 김치 완성

 
양념이 완성되면 잘라놓은 재료를 섞어 버무려주면 된다. 실온에서 하루 놔두고 냉장고에 넣는데 3~4일이 지나면 먹기 좋게 익는다. 집에서 먹는 파김치는 꺼내먹기 편하게 잘라서 담는다. 예전에는 파김치를 꺼내기 번거롭다고 냉장고에 고이 모셔놓곤 했는데 쪽파를 잘라서 김치를 담으니 꺼내먹기가 편하다고 파김치를 너무 많이 먹는 경향이 있다.
 
내친김에 수확해 온 쪽파로 커피찌꺼기를 얻어오는 카페사장님께도 쪽파김치를 담아 드렸다. 남에게 주는 것은 자르지 않고 길이대로 담는다.

카페 사장님께 드리려고 자르지 않고 담은 쪽파 김치

 
우리는 남이 담은 김치는 먹지 않아서 김치를 나눠주는 것을 좀 조심스러워하는데 카페 사장님네는 김치는 가리지 않고 다 드시는지 김치를 주면 매우 좋아해서, 김치냉장고 비우기 일환으로 카페 사장님네로 간 김치들이 따져보면 꽤나 많다. 우리가 김치만 담아먹고사는 줄 아는 거 아냐?
 
우리 집 음식은 다들 맛있다고 하지만 그중에서 특히 김치는 김치 좀 담아보셨다는 사람들도 다 시원하고 맛있다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우리는 우리가 담은 김치 중에서 다른 집과 가장 차별화되는 김치로 김장김치와 파김치를 꼽는데 비료와 농약 없이 키우기 힘든 채소라 그런지 이 두 김치는 우리가 담은 김치만 한 맛을 내는 김치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보기에도 꽤 먹음직스럽게 보이지만 익지도 않았음에도 굉장히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는 파김치다. 파김치 먹을 날이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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