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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음식 이야기

된장 늘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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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된장을 좋아는 하지만 많이 먹지는 않는다. 다른 먹을 것들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된장찌개나 국을 끓일 때는 육수도 내야 하고 다른 야채들도 있어야 하니 요리하는 게 번거롭기 때문이기도 하다. 
먹는 양이 많지 않으니 된장과 고추장은 늘 사서 먹었는데 대체로 김치를 포함하여 된장, 간장, 고추장, 식혜나 수정과 등과 같은 전통 발효 식품들은 제아무리 명인이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사 먹는 것은 하나같이 맛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팔기 위해 대량으로 만드는 음식에 무슨 좋은 재료나 복잡한 절차를 꼼꼼하게 지키는 세심함, 인내심을 가지고 오랜 시간 숙성시키는 기다림의 미학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정성과 수고의 정점인 전통 발효 식품들이 판매를 위해 대부분 중·저급 품질의 재료로 정성 없이 급조되다 보니 본래의 음식이 지녔던 깊은 풍미와 맛이 사라진 지가 이미 오래됐긴 하다.
사실 된장 같은 경우는 명인이 만든 것이라 해도 오히려 이웃 주민이 준 된장보다 맛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웃 주민이 빼어난 음식 솜씨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재료를 엄선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판매를 목적으로 만든 음식들보다는 더 좋은 것이 분명하니 맛에서도 당연히 차이가 느껴지는 것이다.
 
많이 먹지 않는 음식이다 보니 맛이 없더라도 굳이 만들어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는 된장이었지만 장 담그기가 동생의 시골 로망 중 하나였기 때문에 재작년에 우리가 키운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서 생애 처음으로 된장을 만들어 보긴 했다. 장 담그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고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서 가능하면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는데, 당시에는 얻은 된장과 사놓은 된장이 많아서 된장을 만드는 것에 큰 흥미를 가지지 못한 것도 있고, 우리가 직접 만든 된장을 먹어본 적이 없으니 된장의 맛에 큰 기대가 없던 탓이기도 했다.
이번에 된장 늘리기를 하면서 우리가 직접 담은 숙성된 된장을 꺼내보니 냄새부터가 남다른 게 '이래서 사람들이 매번 직접 장을 담나 보다' 싶다. 우리가 담은 된장은 다른 된장에서 나는 쿰쿰한 역한 냄새가 하나도 안 나는데 맛 또한 아주 깔끔하고 고소했다. 자연농으로 맛있게 키운 콩으로 담아서 그런 걸까? 
결론은 전통 발효 식품은 웬만하면 직접 키운 건강한 재료들로 직접 만들어 먹어야 고유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된장의 경우 제초제와 농약 범벅으로 키워지는 관행농의 콩 재배방식을 생각해 보면 유기농 콩이 아닌 경우 제대로 된 발효라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지 않나 싶은 개인적인 견해가 있다. 그동안은 잘 모르고 먹었지만 된장에서 나는 쿰쿰한 냄새가 발효가 잘못돼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파는 된장을 사 먹는 것이 갑자기 꺼려진다.
 
숙성시킨 된장을 먹기 위해서는 삶은 콩을 섞어서 된장 늘리기를 해야 한다고 한다. 숙성된 된장이 짜기 때문인데 보통 된장과 삶은 콩의 비율을 2:1로 하면 된다고 한다. 된장이 짜지 않은 경우 3:1로 해도 된다고 하는데 우리는 7:3의 비율로 된장 늘리기를 했다.

된장을 늘리기 위해 삶은 콩(귀족서리태와 선비콩을 섞어 삶았다)

 
된장 늘리기에 쓸 콩은 귀족서리태와 선비콩으로 삶는다. 한나절 물에 불려서 압력솥에 삶았는데 메주 만드는 것과 같이 콩이 잘 으스러질 때까지 삶아준다.

숙성된 된장

 
숙성 된장은 청태로 만든 메주를 띄워서 2년 동안 숙성시킨 된장이다. 우리가 처음 만든 된장이라 만드는 법이 어설프기 짝이 없었기에 된장 맛에 큰 기대가 없었는데 처음으로 꺼내봤더니 냄새도 아주 좋은 데다 맛도 깔끔하고 고소하다. 생각보다 된장이 아주 맛있다. 역시 음식은 재료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 같다.

삶은 콩을 으깬다

 
삶은 콩 150g을 으깨준다. 삶은 콩은 아주 잘게 으깰 필요는 없다고 해서 거칠게 대충 으깨주었다.

으깬 삶은 콩과 된장을 잘 섞어준다

 
숙성된 된장 350g과 으깬 삶은 콩 150g을 잘 섞어준다.

늘린 된장을 항아리에 담는다

 
늘린 된장은 항아리에 담아 위에 소금을 솔솔 뿌리고 하루 정도 실온에 놔뒀다가 냉장고에서 2주간 숙성시킨 후 먹으면 된다고 한다. 단지에 담을 때는 공기층이 생기지 않도록 꾹꾹 눌러서 밀도 있게 담아줘야 사이사이 곰팡이가 피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한지로 덮어 밀봉하고 숙성시킨다

 
어느 정도 숙성을 시켜야 삶은 콩에 된장 맛이 배어들어 조화로운 된장 맛이 나겠지만 갓 늘린 된장을 먹어보니 그것도 나름 맛있다.
장 담그기가 싫었는데 역시 장은 직접 담아 먹어야 하나? 남아 있는 콩으로 메주 만들기를 고민하는 내가 좀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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