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무를 수확하고 보니 소소하게 심었다고 해도 우리가 먹기에 너무 양이 많다. 보관하는 무는 신문지에 싸서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두는데 넣다 보니 보관하는 무가 너무 많은 것 같다. 보관을 아무리 잘했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경험상 무를 잘 안 먹는 우리가 보관하는 무를 꺼내 먹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늘 보관했던 무를 이듬해 봄에 남들에게 나눠줘서 처리했으니 어차피 안 먹을 가능성이 농후한지라 되도록 최소한으로만 보관하고 싶은데 그러자니 당장에 무로 뭐라도 만들어 먹어야 될 처지다. 남들이 들으면 우스운 이야기겠지만 무를 잘 안 먹는 우리가 당장 무로 뭔가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입이 게을러서 사과나 무같이 아삭아삭 씹어먹어야 하는 음식은 거의 먹지 않았기 때문에 무 김치류(총각김치, 깍두기, 동치미등)는 입에 대지도 않는다. 그러니 우리 집에서 무를 사용한다고 해봐야 무생채를 해 먹거나 육수를 낼 때 사용할 뿐이라, 김장김치를 담을 때를 제외하면 크게 무를 사용할 일이 없는 것이다.
올해는 김장김치도 많이 담을 것이 아니다 보니 특히나 무를 사용할 데가 마땅치가 않다. 보관하기는 싫고 쓰기는 써야 하는데 뭘 해야 하지? 고민하다 결국 석박지를 담아 카페 사장님께 나눠 주기로 했다.
우리는 우리가 남이 만든 음식을 먹지 않다 보니 (취향의 차이도 있고 해서) 음식을 만들어서 남들에게 나눠주는 것을 꺼리는 편이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커피찌꺼기를 얻어오는 카페 사장님께는 가끔 김치를 담아서 나눠주곤 하는데, 장사하느라 바빠서 김치는 사서 먹는다는 카페 사장님이 김치를 담아서 갖다 주면 김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처리하기 곤란한 양이 많은 수확물이 있으면 수확물 처리를 위해 대량으로 김치를 담아서 카페 사장님과 나눠 먹는 것이다.
최근에 여러 종류의 김치를 담다 보니 김치 담는 것을 너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간단한 일은 아니긴 하지만 그나마 김장김치 양념이 있으니 편하게 담아본다.
석박지는 동치미에 이어 처음으로 담아보는 김치다. 재료가 좋으니 맛이 없을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지만 지금껏 안 먹었던 김치라 과연 먹게 될지는 여전히 의심스럽긴 하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담아보는 생애 첫 석박지 담기다.
무는 색깔별로 골라서 재어보니 무게가 2.3kg이었다. 석박지는 큼직하게 썬 무로 담아서 아삭아삭하고 시원한 맛으로 먹는 김치라고 한다. 무는 깨끗이 씻어서 껍질을 벗기고 2~2.5cm 두께로 큼직하게 썰어두고 무청도 몇 장 남겨서 깨끗이 씻은 후 적당한 길이로 잘라놓는다.

잘라놓은 무와 무청에 소금 4큰술을 넣어 50분간 절인다. 보통 무 1kg에 소금 2큰술을 넣어 절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석박지는 아삭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절인 후 씻지 않고 그대로 양념하기 때문에 소금을 너무 많이 넣지 않도록 한다.

절여진 무는 채반에 받쳐서 물기를 빼주고 물기가 빠지는 동안 양념을 준비한다. 우리는 김장김치 양념에 매실청과 참깨를 더해서 양념을 만들었다. 절인 무를 씻지 않고 사용하기 때문에 양념은 짜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절인 무에 고춧가루 한 작은 술을 넣어 고루 섞어서 고춧물을 들이고,

양념에 무와 절인 무청, 쪽파를 넣어 잘 버무려 준다.

석박지 완성.

완성된 석박지는 김장봉투에 담아 밀봉한 뒤 냉장고에 넣고 2~3주 숙성시킨 후 먹으면 된다고 한다.
동치미에 석박지까지 담았으니 올해 무 김치는 이제 끝. 김치 종류가 너무 많아졌다. 우리가 김치만 먹고사는 것은 아닌데......

갓 담은 김치 냄새가 아주 예술이다. 맛있는 석박지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러다 매년 석박지 담는다고 난리 치는 것은 아니겠지? 지금껏 먹지 않은 석박지였지만 올해는 무도 꽤 맛있으니 살짝 기대가 된다. 맛있게 익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