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음식 이야기

메주만들기

728x90

흔히들 음식 맛은 장맛이라는 말을 하지만 우리 같은 1~2인 가구에서 장을 담는 것은 그야말로 낭비다. 우리는 된장도 그다지 많이 먹지 않는 데다 조선간장은 아예 쓰지를 않기 때문에 사실 장을 담아야 하는 필요성을 잘 못 느끼기도 한다.

서울에서 살 때는 맛있는 조선간장을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수소문해 봤었는데 맛있는 조선간장을 구하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따기였다. 파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직접 담아서 주는 조선간장도 맛있는 것은 아주 드물었다. 조선간장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지금에도 조선간장을 얻기 위해 장을 담는다고 하면 고개가 끄덕여질 만큼 입맛에 맞는 조선간장을 구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꼬박꼬박 장을 담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존경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요즘은 장 담그기 키트도 나오고 메주도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경험상으로 장을 담아보는 사람도 많은 것 같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김장김치를 담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 담는 것도 남의 손을 거친 것은 믿을 수가 없기 때문에 장을 담기로 했다면 메주부터 직접 만드는 것이 좋다. 직접 만들 수 없다면 그냥 장을 사서 먹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김치, 된장, 간강, 고추장 같은 우리나라의 전통발효식품들의 대부분은 만드는 과정이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이라서 남이 만든 것을 안심하고 먹기가 힘들다. 자고로 정성과 수고가 많이 드는 음식은 직접 해 먹어야지 남에게 기대할 것이 못 되는 법이다. 어느 누가 남의 일을 본인의 일만큼 정성을 들여하겠는가?

 

메주도 절임배추처럼 만드는 과정을 알게 되면 남이 한 것을 선뜻 사 먹기가 아주 찝찝한 식품이다. 콩을 삶고, 으깨고, 성형하는 동안에 발생할 수 있는 비위생적인 일들은 하나하나 나열하기도 입 아프다. 경험상 얻은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메주를 사서 장을 담을 바에야 장을 담지 않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메주 만들 콩을 깨끗이 씻어서 불린다

 

김치도 맛있는 배추로 담아야 맛있는 것처럼 메주도 좋은 콩으로 만들어야 좋은 메주를 얻을 수 있다. 메주와 같은 발효식품을 만드는 재료는 가능하면 유기농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미생물들은 농약이나 비료 같은 화학제품에 아주 취약하기 때문에 이런 성분이 잔류하고 있는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발효를 시킨다면 제대로 발효가 된다고 기대하기 힘들다. 실제로 자연농법으로 키운 좋은 콩으로 만든 메주는 발효가 잘되어서 쿰쿰하거나 역한 냄새가 나지 않고 구수한 냄새만 나는데, 일반 메주의 냄새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해서 남이 만들었거나 파는 메주에 대한 신뢰성을 더 떨어뜨린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긴 한데, 발효식품을 만드는 재료는 미생물 대사에 영향을 미칠만한 요소들을 배제한 아주 좋은 재료들로 엄선해서 사용해야 잘 발효시킬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메주를 만들 콩도 아주 까다롭게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

 

우리는 장을 담을 필요가 없지만 콩이 너무 많이 남아 있어서 남은 콩을 소진하는 차원에서 메주를 만들기로 했다. 청태로 만든 메주로 담은 된장이 꽤 맛이 있었으니 더 맛있는 선비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된장을 담으면 아주 맛있는 된장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된 탓도 있었다. 어쨌든 만들어 놓은 된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메주를 만들어본다.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바로는 메주는 햇 콩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동생이 자료를 찾아보더니 묵은 콩으로 메주를 만드는 것이 미생물이 안정적이라 발효가 더 잘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햇 콩이 있음에도 굳이 작년에 수확했던 콩으로 메주를 만들기로 했는데, 선비콩을 주로 하고 거기에 귀족서리태와 청태를 좀 섞어서 총 2.5kg의 콩으로 메주를 만들기로 했다.

메주를 만드는 콩은 벌레 먹은 콩이나 안 좋은 콩을 골라내어 나름 괜찮은 콩으로 선별한다. 정확하게 어느 정도로 선별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안 좋은 콩은 발효가 잘 안 된다고 하니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콩은 다 골라낸다. 우리는 콩을 손으로 일일이 까서 탈곡을 했기 때문에 깨진 콩이나 검불 같은 이물질이 없어서 비교적 세척은 간단하게 하면 되지만 보통의 경우 이물질을 깨끗하게 골라내고 꼼꼼하게 세척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면 발효에 영향을 주는 것들을 최소화하려는 의지랄까?

잘 불린 콩

 

깨끗이 씻은 콩은 콩의 3배 정도 되는 양의 물을 붓고 12시간 정도 불려주면 된다고 한다. 우리는 저녁에 불려놨기 때문에 한 18시간 정도 불린 것 같다. 콩을 잘 불려야 삶는 것도 쉽다고 한다. 콩을 무르게 푹 삶아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불려주는 게 좋은데, 과유불급이라고 너무 오랫동안 불리는 것도 좋지 않으니 콩을 상태를 봐가면서 12시간 전후로 불려주는 게 좋다.

불린 콩의 무게는 5.8kg 정도 되었는데 10인용 압력솥 크기에 맞춰서 1.9kg씩 세 번에 나눠 삶기로 했다. 한 솥에 메주 한 덩이 분량이 되니 총 3개의 메주를 만들 수 있겠다.

압력솥에 콩이 잠길정도로 물을 붓고 콩을 삶는다

 

메주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콩을 삶는 것이라고 한다. 콩이 타서 눌어붙거나 덜 삶기면 메주로 만들어도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 타지 않게 고르게 푹 익도록 삶는 것이 관건이라는 소리다. 콩을 삶는 기술이 좀 필요한 셈이다.

일반 솥에 콩을 삶으면 5시간 정도 삶아야 되고 타지 않게 삶는 것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초보라 간편하게 압력솥으로 삶았다. 압력솥에 콩을 삶는 것은 한 번에 삶을 수 있는 양이 적은 게 흠이지만 시간도 얼마 안 걸리고 콩도 고르게 익기 때문에 우리같이 소량으로 메주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훨씬 유용한 방법이다.

콩이 눌어붙거나 콩물이 넘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압력솥에 채반을 깔고 면포 안에 콩을 담아 잘 감싼 후 콩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삶아주었다. 추가 울리면 약한 불로 줄여서 25분 동안 삶아주면 된다. 선비콩은 일반 메주콩보다 더 익혀야 하기 때문에 추가 울리고 25분을 삶은 건데 일반 메주콩은 20분 정도 삶으면 충분하다고 한다.

잘 삶겨진 콩

 

자연감압된 후 열어보니 콩이 자주 잘 삶겼다. 삶은 콩을 하나 집어서 손으로 눌렀을 때 쉽게 으스러지면 잘 삶긴 것이다. 삶은 콩은 채반에 밭쳐 물을 빼고 한 김 식히면서 수분을 날린다.

삶은 콩을 으깬다

 

메주 반죽이 너무 질면 메주 성형하는 것도 힘들고 발효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콩 표면의 수분이 충분히 날아가도록 적당히 식힌 후에 콩을 방망이로 으깨준다. 콩 알맹이가 많이 남아 있으면 발효가 잘 안 된다고 하니 90% 정도는 으깬다고 생각하고 으깨야한단다. 생각보다 많이 으깨야한다.

콩이 삶긴 정도, 반죽의 질기, 콩을 으깬 정도 등 메주를 만드는 과정마다 어느 정도 감이 필요하다. 막상 만들어보지 않았으면 모르는 것들이라 '메주 만드는 것은 정말 쉽지 않구나!'라고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적당한 크기로 메주 모양을 만든다. 높이 7cm 정도가 적당하다고 한다

 

으깬 콩 반죽은 틀에 꾹꾹 눌러 담아 압착하고 꺼내 다듬는데, 가장자리에서 가운데로 압착시킨다는 느낌으로 밀어 올리고 위부분을 평평하게 다듬어 준다. 동생의 말로는 메주 표면을 매끈매끈하게 다듬어 주는 게 포인트라고 한다.

메주의 두께가 너무 두꺼워도 발효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하니 높이는 7~8cm로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한 솥의 삶은 콩으로 가로, 세로가 각 16cm, 높이가 7cm인 메주가 만들어졌다.

 

다 만들어진 메주는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일차적으로 말리고 채반에 세척한 볏짚을 깔고 그 위에 삼베 보자기를 깐 후 메주를 올려서 볏짚이 직접적으로 메주에 닿지 않게 해서 말려주면 된다.

발효가 잘 되게 하기 위해서 온도가 15도~20도 정도 되는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말려주는데 메주의 속과 겉이 비슷하게 건조되게 하려면 면포를 덮어서 말려주면 된다고 한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메주 만들기였지만 이것도 만드는데 하루 종일 걸렸다. 세상에 참 쉬운 일이 없다.

'일상 > 음식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 담그기  (1) 2026.03.14
만두 만들기  (2) 2026.02.15
김장김치 담기  (1) 2025.12.17
석박지 담기  (0) 2025.12.04
된장 늘리기  (1) 202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