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가꾸며 작물을 키워본 이후로 김치와 된장 같은 발효식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발효에 대한 지식이 늘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쉽게 말하면 발효라고 다 같은 발효가 아니고, 발효에도 격(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말이다.
발효식초의 경우를 보면 더 명확하다. 발효식초는 주정식초와 천연발효식초로 나뉘는데, 알코올에 초산균을 넣어 빠르게 발효시키는 주정식초와 자연 발효를 통해 서서히 발효되는 천연발효식초는 같은 발효식초라 하더라도 영양과 풍미가 크게 차이가 난다. 예전에는 발효식품이라면 무조건 몸에 좋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같은 발효식품이라도 몸에 더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을 수 있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맛있는 된장을 만들려면 좋은 메주와 정확한 소금물 비율, 그리고 발효 관리가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시대에 좋은 메주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다. 현재의 콩들은 농약 사용과 기계수확에 맞춰 개량되다 보니 발효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자연발효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판매되는 메주들도 대부분 균일한 맛을 위해 특정 균을 접종해 발효시키는데, 이를 ‘개량메주’라고 부른다. 이는 깊은 맛은 덜하지만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방식이다.
다들 전통방식을 말하지만, 실제로 콩을 직접 키우고 삶고 으깨서 메주를 만들고, 볏짚을 곁들여 띄우는 과정에서 전통을 고수하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그래서 전통적인 된장의 맛은 이미 사라졌고, 지금은 구현조차 힘들어진 현실이다.
우리가 올해 또 장을 담근 것도 사실상 사라진 전통 된장의 맛을 재현해 보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동생은 AI의 도움을 받아 전통적인 장 담그기 방식을 재해석했는데, 덕분에 메주가 아주 잘 발효되어 추후 만들어질 된장의 맛도 기대가 된다.
보통 장을 담그는 시기는 음력 1월이라 ‘정월장’이라고도 한다. 이 시기에는 기온이 낮아(0~10℃) 유해균 증식을 막고 발효가 안정적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요즘은 기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장을 조금 일찍 담그기도 한단다. 우리는 양력 3월 1일, 음력으로 1월 중순에 장을 담았는데,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불순물과 잡균을 줄여 발효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 소금물은 끓여서 식혀 준비했다. 소금물의 염도는 아주 중요한데, 너무 낮으면 쉰내가 나고 너무 높으면 발효가 늦어진다. 적정 염도는 18~20%인데 우리는 물 6리터에 소금 1.32kg을 넣어 약 18% 염도로 맞췄다. 소금은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우리는 토판염을 이용했다. 토판염을 끓여 식히니 미네랄 성분 때문에 물빛이 약간 탁해졌다.

메주의 발효 상태는 장 맛에 큰 영향을 준다. 우리는 자연농으로 기른 선비콩, 귀족서리태, 청태로 메주를 만들었는데, 단일 콩으로 만든 것보다 맛과 향, 영양이 뛰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기계로 갈지 않고 방망이로 성글게 으깨 공기층을 높여 발효가 잘 되게 했고, 볏짚을 직접 닿지 않게 주변에 두어 띄운 것도 발효에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메주에서 역한 냄새 없이 구수한 향이 났다. 냄새만으로도 메주가 잘 발효되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메주를 반으로 갈라 확인해 보니 곰팡이가 속까지 잘 퍼져 있었고, 노란 곰팡이와 흰 곰팡이가 고르게 분포해 있었다. 건조 상태도 양호해 발효가 아주 잘 된 메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AI는 전통 장 기준으로 상급 메주에 해당한다며 된장 향이 깊고, 감칠맛이 강하고 숙성 후 맛이 안정된 장이 될 거라고 했다.

항아리는 베이킹소다로 씻고 소주로 소독해 잘 말린 후 사용했다. 항아리에 메주를 차곡차곡 쌓아 넣고,

식힌 소금물은 면포에 한번 걸러서 불순물을 제거한 후 메주가 잠기게 끔 부어주었다.

마지막으로 건고추와 작은 숯을 띄워주었다. 숯은 잡내 제거 효과가 있지만, 잘 발효된 메주에서는 풍미를 해칠 수 있어 최소한만 넣었다.
장을 담은 항아리는 20도 전후로 온도 변화가 거의 없는 실내에 놔두고 숙성시킬 예정이다. 그렇게 하면 발효가 안정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소금물을 붓고 나니 메주의 구수한 냄새가 한층 강해졌다. 냄새만으로도 이번 장은 성공적으로 담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나름 수고스러운 과정이었지만 잊혀가는 전통을 되살린다는 의미 있는 행보로서의 보람으로 뿌듯해지는 과정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