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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음식 이야기

만두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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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에 큰 관심이 없는 나는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을 들여서 음식을 만드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맛있는 음식을 먹은 만족감이 음식을 만들기 위해 들였던 시간을 감수할만하지 않다. 그러니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음식은 그냥 사 먹거나 안 먹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이런 성향이 짙은 나는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먹는 데는 금방인 허탈한 음식들은 웬만해서 집에서 굳이 만들어 먹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탈한 음식의 끝판왕 격인 만두만은 굳이 시간을 들여 그것도 꽤 자주 만들어 먹게 되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만두에 대한 감정은 참 복합적이다. 명절 때마다 만들어 먹었던 귀한 음식이기도 하고, 가족들이 모두 좋아하는 음식이라 가족이 모일 때는 망설임 없이 선택하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만드는 과정상 음식을 만드는 수고를 도맡아야 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이고 많은 경우에 그 사람이 바로 나였기 때문에 만두에 대한 감정이 다른 가족들처럼 마냥 좋을 수는 없었다.
대체로 만드는데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들은 만드는 것에 지쳐 음식이 맛있다고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상하게 만두만은 만드는 과정이 힘들어서 지쳤다고 하더라도 먹어보면 언제나 맛있다고 느끼는 음식이라서 만들기를 귀찮아하면서도 자주 만들어 먹게 된다.
 
텃밭을 가꾼 이후부터는 처리하기 곤란한 대량의 채소들을 소진하기 위해 만두를 만들어 먹곤 한다. 단독으로는 먹기 싫은 채소라고 하더라도 다져 넣어 만두소를 만들면 만두의 풍미가 더욱 좋아지기 때문에 호박이나 오이, 배추나 무, 감자등 잘 먹지 않는 야채가 많을 때는 어김없이 만두를 만들어 먹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는 묵은지를 처리하기 위해 만두를 만들기로 했는데 겸사겸사 냉장고에 들어있는 처치 곤란한 채소들을 몽땅 꺼내서 다져 넣었더니 생각보다 만두소에 들어가는 재료가 많아졌다.

만두 속 재료들(소고기와 돼지고기 간 것, 김치, 양파, 당면, 두부, 당근, 무)

 
우리는 만두피를 집에서 만들기 때문에 만두 만들기 하루 전에 만두피를 반죽하여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만두피를 사서 쓰는 사람도 많지만 대체로 공장에서 나오는 음식들은 여러 가지 화학물이 들어가서 건강에도 좋지 않고 맛도 없기 때문에 건강을 생각한다면 수고스럽더라도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 똑같은 밀가루로 만든다지만 집에서 만든 만두피는 소화도 더 잘 되고 더 쫄깃하며 맛이 있다. 우리가 만든 만두를 얻어먹었던 아랫집 아주머니는 만두피 반죽이 예술이라며 만두피가 너무 맛있다고 극찬을 하셨는데 사실 우리 만두피 반죽은 기본 재료만 들어가는 딱히 특별한 것이 없는 평범한 만두피인지라 먹는 사람마다 맛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원인을 집에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느 정도 타당하기도 하다.
 
음식을 대충 감으로 만드는 나의 성향상 정확한 양을 계량을 한 것은 아니니 참고만 해주길 바란다. 만두피 반죽은 밀가루 500g 정도에 강황가루를 조금 넣고 계란 2개, 식용유 한 큰 술을 넣은 후 뜨거운 물에 소금 한 작은 술을 풀어 익반죽으로 반죽한다. 물은 150ml 정도 들어가는데 반죽의 상태를 살피면서 가감해야 한다. 반죽의 말랑한 정도가 귓불을 만질 때의 느낌과 비슷한 정도로 반죽을 하는데 너무 질거나 너무 되지 않게 반죽해야 만두피를 밀 때 편하다. 강황가루를 조금 넣어주면 밀가루 냄새도 없애주고 반죽의 색깔도 예뻐지지만 강황가루의 맛이 강하기 때문에 1/4 작은술 정도로 조금만 넣어준다. 반죽의 표면이 매끈해질 때까지 반죽을 치대야 하는데 많이 치댈수록 쫄깃한 식감의 만두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발효빵을 반죽하듯이 공을 들여 치대주는 것이 좋다. 만두피 반죽이 다 되면 위생팩에 넣어서 잘 밀봉하여 냉장고에 넣고 하루를 숙성시킨다.  

완선된 만두소

 
만두소를 만드는 재료는 다진 고기와 두부, 양파가 기본이고 취향에 따라 갖은 야채나 김치등을 추가하면 되는데 다양한 야채가 들어가면 만두의 풍미나 맛이 훨씬 좋아지기는 한다. 우리는 만두에 들어가는 고기를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2:1 분량으로 섞어서 사용한다. 돼지고기만으로 사용하면 탈이 잘 나고 소고기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만두가 퍽퍽하고 맛이 없기 때문이지만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는 부분이라 취향껏 선택하면 된다. 돼지고기 400g, 소고기 200g, 두부 300g, 양파 1개, 김치 작은 포기 한 포기에, 냉장고에 남아 있던 자투리 무와 당근을 더해서 만두소를 만들었다. 다짐육만 사용하면 식감이 좋지 않기 때문에 돼지고기 일부를 잡채용으로 채 썰린 것으로 사서 듬성듬성 썰어 섞어주면 고기 씹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준비한 고기는 참기름과 멸치액젓, 강황가루, 후추, 다진 마늘을 넣어 양념해 놓고, 당면은 물에 삶아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준비한다. 나머지 야채들은 다 다져서 준비해야 하는데 찹퍼를 사용하면 크기도 균일하지 못하고 수분이 빨리 빠져서 재료의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만두소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가능하면 칼로 손수 다져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김치와 양파, 무 등은 다진 후에 수분을 꽉 짜서 준비하고 당근이나 단호박같이 수분이 적은 채소는 다지기만 해서 준비한다. 양념한 고기에 물기를 꽉 짠 두부와 준비한 야채들을 모두 섞어서 고르게 섞이도록 잘 치대 준다.

밀가루 반죽을 밀어서 만두를 만든다

 
만두소가 완성되면 본격적으로 만두를 만든다. 적당한 크기로 조각낸 만두피 반죽을 방망이로 밀어 만두피를 만들고 그 만두피에 만두소를 넣어 잘 감싸주면 된다. 내 취향의 만두는 확고하게 만두피는 얇고 속은 꽉 차게 넣은 만두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모양이 예쁜 만두보다 오로지 속을 꽉꽉 눌러 담아 만든 만두를 사랑하기 때문에 만두를 만드는 시간도 줄일 겸 만두소를 최대한 눌러 담아 오므린 단순한 모양의 만두를 빚을 것을 요구한다. 만두를 만드는 일은 동생의 차지지만 처음에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두를 빚던 동생도 이제는 시간 절약을 위해 내 취향대로의 만두를 만드는데 익숙해졌다. 딱 봐도 속이 꽉 찬 통통한 만두라는 것이 표가 나지 않는가?

만들어진 만두는 다 쪄서 보관한다

 
다 만들어진 만두는 쪄서 보관한다. 찜통에서 김이 올라오면 빚은 만두를 가지런히 올려놓고 12분 정도 찐 후 불을 끄고 찬물을 뿌려 한 김 식혀서 꺼내면 된다.
고기 한 근(600g)으로 만두를 만들면 보통 50~60개의 만두가 만들어진다. 먹는 양이 적은 우리지만 만두 50개는 2~3일 만에 다 먹어버리는 보관할 것도 없는 소소한 양이다. 많이 만들었을 때는 쪄서 냉동실에 넣어 보관했다가 꺼내 먹으면 되는데 평일에 만두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시간관계상 조금씩만 만들고 금방 먹어버리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먹다 보면 아쉬워서 또 만들어 먹게 되어 이전보다 만두를 자주 만들어 먹게 되는 것 같지만 말이다.

다 쪄진 만두

 
이 지역 사람들은 만두를 만들어 먹지 않아서 만두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아주 드물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만두를 나눠주면 호불호 없이 모두 맛있다고 호들갑을 떨곤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만두처럼 재료가 많이 들어가고 만드는 과정이 복잡한 음식들은 직접 만들어 먹어야 안심도 되고 맛도 훨씬 좋다. 사 먹는 음식에서 정성을 기대하기는 힘들고 그것은 음식의 맛에 결정적인 결함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이 만든 김치를 못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만두도 남이 만든 것은 신뢰할 수가 없다. 동생만 하더라도 재료를 칼로 다지는 것에 난색을 표하곤 하는데, 어설프게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만두를 만드는데 그런 정성을 쏟을 수 있을까?
대체로 재료가 좋은 우리 집 음식들은 어디에서나 맛있다는 평을 듣지만, 우리가 아깝다고 남에게 잘 나눠주지 않는 만두도 얻어먹어본 사람들은 다들 한 마디씩 하곤 한다. "너희 집 만두는 왜 이렇게 맛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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