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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텃밭 이야기

자주 완두콩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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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에 나눔한 자주 완두

아랫집 어른들은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순박하고 정 많은 시골 사람들의 전형인 분들이다. 처음 이사 와서 떡을 돌릴 때부터 남다르게 떡과 음료 과일까지 한 꾸러미 만들어서 집집마다 걸어놓으셨었다.

같이 사는 작은 아들이 나와 나이가 같아서 친구로 지내니 더 그럴 수 있겠지만 아가씨 둘이 사는 게 측은하신지 틈만 나면 먹을 것을 챙겨주시려고 애쓴다.

아랫집도 작지 않은 규모의 밭농사를 짓고 있어서 수확물을 나눠주려고 하시지만 우리가 키우는 품종이 많다 보니 늘 우리한테 많이 얻어가신다.

작년에 완두콩을 수확해서 나눠드렸었는데 콩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 너무 좋아하셨다. 본인들께 이렇게 많이 주면 우리 먹을 것이 모자라지 않냐는 걱정도 하시면서.

 

자주 완두는 올해 처음 심어본 완두콩인데 사람들이 토종 흰꽃 완두와 맛이 비슷하나 더 고소하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너무 기대가 커서일까? 내 입맛에는 별로였다. 채소다운 상큼한 맛이 나는 흰꽃 완두와는 달리 자주 완두는 파근한 콩맛이 났다. 콩알도 작고, 한 꼬투리에 들어있는 콩알 개수도 작고, 달지도 않고, 여하튼 여러모로 흰꽃 완두보다 못해서 제일 많이 심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는 밭에서 퇴출하자며 방치하고 있었는데 집 앞 텃밭에 있는 자주 완두는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지라 콩 좋아하는 아랫집에 갖다 드려야겠다 하고 꾸역꾸역 수확을 해 와서 아랫집 현관문에 걸어놓았다.

 

저녁에 아랫집 아주머니한테 완두콩 잘 먹었다고 전화가 왔는데 어쩜 그렇게 알이 꽉꽉 들어차있냐면서 다른 집 완두콩은 안 그렇던데 알도 크고 윤기도 반질반질한 게 너무 맛있다고 콩 농사 잘 지었다고 한바탕 칭찬을 해 주셨다. 그러고는 아저씨가 정말 맛있었는지 내년에 심어 보게 종자 좀 달라고 하셨다고 종자를 만들어 달라고 하셨다. 종자 만드는 콩은 노랗게 많이 익혀야 된다는 당부도 하시면서~

잘 됐다. 어차피 정리하려고 했었는데 나머지는 그냥 종자나 만들어야겠다.

근데 아랫집은 손이 정말 커서 작년에 선풍콩 종자 좀 달라고 했더니 1kg를 주셨는데 우리는 완두콩 종자를 얼마나 드려야 하지? 

안심반, 걱정반 복잡한 마음이다.